벌써 6년, 사랑 후에 오는 것들

벌써 6년,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작성자 파우치

반려동물 대학보내기 프로젝트

벌써 6년, 사랑 후에 오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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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er_08e67onkt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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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키우는 반려동물과 처음 만나시던 순간을 기억하시나요? 반려동물 대학보내기를 주제로 아티클 시리즈를 써오며 객관적인 데이터로만 이야기해 보려 했는데, 그러한 데이터 곳곳에 제가 생각하고 느껴온 고민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주부터는 격주로 6년 차 집사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감정들에 관한 에세이도 함께 써보려 합니다. 아마 다들 반려동물을 키우시며 느끼는 고민들을 결이 비슷할 거라 생각해요. 저희가 반려동물을 생각하는 깊이가 달라질수록 건강에 관한 케어도 더 잘할 수 있다고 믿기에 시작해 봐요.

곰팡이 피부염, 귀 진드기와 함께 찾아온 고양이

그러고 보니 저희 집 고양이와 사랑에 빠진지도 벌써 6년이 되었네요. 사진 속 아이들의 모습은 6년 전 저희 집 고양이들이에요. 예전엔 사귄 지 몇 년이나 되었다고 하면 굉장히 오랜 기간이라 느껴졌는데, 세월의 흐름이 몸 안에 차곡히 쌓이며 6년이란 세월은 그리 길지도 느껴지지 않는 요즘입니다. 이젠 칠칠이 팔팔이 이 두 고양이들이 제 옆에 있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지는 하루를 보내고 있죠. 고양이에 익숙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6년 전에는 그렇지 않았어요. 고양이를 좋아했지만 만지고 나면 꼭 손도 씻었고, 혹여나 물릴까 하는 걱정도 당연히 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다니던 회사의 뒷골목에서 이 친구들을 만났어요. 길고양이를 유달리 챙기진 않았지만 마음은 늘 쓰였기에 연일 35도가 넘는 무더위 속 꼬질꼬질한 아기 고양이들이 좀 안쓰러워 보였죠. 얼른 엄마가 잘 케어해야 할 텐데, 하고 하루하루를 관찰했어요. 그런데 일주일이 지나도 어미는 보이지 않고 무더위 속 아기 고양이들은 쓰레기 속을 헤집고 있었습니다. 털은 피부병에 걸렸는지 듬성듬성 빠져있고 눈은 부어서 눈물이 나오고 있었어요. 이젠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서 회사 동료들과 힘을 모아 잡아서 병원에 데리고 가보기로 했죠. 신혼이지만 아이가 없던 제가 임시보호를 한다고 자청했습니다. 남편에게도 쉽사리 허락을 받았거든요. 나중에 물어보니 남편은 제가 임보를 하자고 할 때부터 고양이를 키우게 될 거라는 사실을 예상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저희 집에 온 고양이들은 병원에서 귀 진드기와 곰팡이 피부염, 결막염을 진단받고 매일 2번씩 약을 먹으며 저희와 동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저희 부부도 곰팡이 피부염이 옮아 한동안 연고를 바르며 벅벅 긁고 다녔었죠.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마저도 그리운 추억이에요.

하루에 한 걸음씩 나누는 마음

곰팡이 피부염은 몇 주간 약을 먹어도 잘 낫지 않았어요. 약 2개월령으로 추정되는 아이들에게 약을 계속 먹게 하는 게 너무 안쓰러웠죠. 다니던 동물병원에서는 가장 빨리 낫는 방법은 약욕을 자주 하는 것이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남편과 이틀에 한 번씩 고양이들 약욕을 시키기 시작했습니다. 고양이 목욕을 시켜본 분은 아실 테지만 여간 힘든 것이 아닌 것이 고양이 목욕이에요. 많은 고양이들이 물에 닿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 그 울음소리와 할큄과 불안의 시간을 견디며 약욕을 시켰던 기억입니다. 그 뒤로 피부염은 빠르게 나아갔지만 고양이들은 제가 근처만 가도 숨기 바빴어요. 하지만 고양이들도 마음을 가진 동물들이라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조금씩 마음을 열어주더라고요. 같이 산 지 약 2~3달쯤 뒤부터는 처음 구조한 3마리 모두가 만져주면 골골송을 부르기 시작했어요. 마지막으로 골골송을 불러주던 팔팔이가 처음 골골송을 불렀을 때 느꼈던 울컥함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진짜 맨날 고백하면 차이던 이성에게 라면 먹고 가...란 얘기를 들은 느낌? 정말 그 정도였어요.

사랑에 빠진 지 6년, 앞으로의 기대

돌이켜보면 아직도 아가인 고양이들만 머릿속에 가득한데, 벌써 청년의 막바지에 들어선 칠칠이 팔팔이라니 믿기지 않아요. 어느덧 중년에 가까운 내 나이만큼이나 실감이 안 난달까요. 아깽이때의 귀염뽀작은 없어졌지만 저희 사이에는 신뢰와 정이라는 더 끈끈한 매력 포인트가 생겼죠. 퇴근한 제 다리에 와서 힘껏 박치기를 하는 고양이들을 마주할 때면 제가 아이들에게 받고 있는 사랑이 주고 있는 다른 모든 것을 합친 만큼이나 크구나,라는 것을 실감합니다. 6년간 건강하게 잘 지내줘서 고마운 마음이 가장 크지만 앞으로의 날들도 지금처럼만 건강하게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그러기 위해서는 집사인 제가 더 열심히 살아야겠죠. 이젠 숨 쉬는 공기만큼이나 서로가 가족이라는 것이 익숙한 반려동물과 보호자, 모든 이들이 주어진 상황에서 최대한의 행복을 누리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여객기 참사 희생자들께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