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쿠데타 벨트와 프랑사프리크] 프랑스가 군사정변(쿠데타)으로 집권한 군정과 관계 악화에 따라 니제르 주재 대사관을 무기한 폐쇄하기로 했다고 밝혔어요. 이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9월 24일 니제르에서 군대와 외교관을 철수한다고 밝힌 지 석 달 만인데요. 세계 최빈국으로 꼽히는 아프리카 니제르에서는 지난 7월 26일 군부가 모하메드 바줌 대통령을 억류하고 정권을 찬탈했고 이후 바줌 대통령의 복권 등을 요구하는 서방,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와 니제르 군정 간 갈등이 이어져 왔어요. 니제르 군정은 이테 프랑스 대사를 '외교적 기피 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하며 추방 명령을 내리고 프랑스군의 철수를 요구했고, 이번 조치는 군정의 요구에 따라 이루어졌어요. 한편 니제르 군부가 정권을 잡으면서 아프리카에는 서쪽 기니에서 동쪽 수단까지 5600㎞의 아프리카 대륙을 가로지르는 ‘쿠데타 벨트’가 형성됐는데요, 이들 지역은 사하라 사막과 중부 아프리카 초원 지대 사이 반건조지대인 ‘사헬’을 포함하거나 인접해있다는 지리적 공통점을 지녔어요! 아프리카 쿠데타 발생 지역의 또 다른 공통점은 이들 국가가 공교롭게도 대부분 프랑스의 옛 식민지였다는 점인데 최근 몇 년 새 아프리카에서 일어난 기니, 말리, 부르키나파소, 차드, 니제르, 가봉 모두 과거 제국주의 시대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받았어요. 해당 국가들은 1950~1960년대를 거치면서 독립했지만 여전히 프랑스로부터 정치·문화·군사적 영향을 받고 있는 상황이에요. 하지만 아프리카 지역에서의 잇따른 쿠데타로 인해 ’프랑사프리크‘가 종말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요, 프랑스와 아프리카의 합성어인 ‘프랑사프리크’는 1955년 코트디부아르 초대 대통령 펠릭스 우푸에부아니가 자국과 프랑스의 관계를 묘사한 데서 유래한 표현으로,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받았던 아프리카 국가들과 프랑스의 긴밀한 관계를 의미해요. 실제로 프랑스는 식민지들의 독립 이후에도 해당 국가들에 비인기 친프랑스 정치인들의 권력을 붙들어 놓기 위해 아프리카 식민지 국가들과 정기적으로 군사 개입을 위한 국방협약을 체결하는 한편 경제적으로는 2020년까지 서아프리카 지역 공용 화폐 세파(CFA)프랑을 통해 화폐 가치를 보증함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했어요. 또 2013년부터는 말리와 부르키나파소 등에 프랑스 군대를 주둔시켜 지하디스트 격퇴를 목표로 하는 ‘바르칸 작전’을 펼치기도 했어요. 아프리카 지역에서의 빈번한 쿠데타에 대해 프랑스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어요. 과거 이들 지역을 지배했던 프랑스가 독립 이후에도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내부 불만을 키웠다는 지적은 또 이들 지역의 군사적 불안정이 극단주의, 테러리즘 등 세계 안보를 위협하는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요. 가장 최근 쿠데타로 문제가 된 니제르의 경우 ‘지하디스트 폭력의 세계적 근원지’로 여겨지는 사헬 지역에서 이슬람국가(IS), 알카에다 등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세력에 맞선 서방의 전략적 요충지였으나 니제르가 쿠데타로 무너지면서 사헬 지역의 극단주의와 테러리즘이 강화되고 글로벌 안보에 또 다른 위협을 제기할 가능성에 커졌어요. 아프리카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입김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부분인데요, 지난 10년간 서방이 아프리카에 관심을 두지 않는 사이 중국은 ‘차이나 머니’로 검은 대륙을 파고들었고 러시아는 민간 용병 회사 바그너그룹을 앞세워 사헬 지역에서 세를 확장하며 쿠데타를 추동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에요. 지속되는 정세 혼란에도 아프리카의 경제적 잠재력과 지정학적 영향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기 때문에 ‘혼돈의 땅’ 아프리카의 움직임에 관심을 갖고 보다 예의주시하면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