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걱정이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습니다
작성자 트렌드라이트
트렌드라이트
쿠팡 걱정이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습니다
쿠팡이 흔들렸다고요?
지난주 쿠팡의 2024년 1분기 실적이 공개되자마자, 중국 커머스 등의 악재로 인해 쿠팡의 수익성이 악화되었다는 기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대체로 언론사들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2.5%가 감소하고, 심지어 당기 순이익은 7개 분기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는 것을 헤드라인으로 내세웠고요. 이러한 부진의 원인을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으로 대표되는 중국 커머스의 공세에서 찾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쿠팡의 실적을 정말 깊게 들여다보지 않았기에 생기는 오해에 가깝다고 봅니다. 쿠팡의 손익 악화는 어차피 파페치 인수라는 이벤트가 있었기에 피할 수 없던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주가 역시 일시적으로 하락하긴 했지만, 다시 반등하여 22달러 선을 지키고 있고요. 바클레이즈는 아예 이번 실적 발표 이후 오히려 역으로 목표 가격을 25달러에서 32달러로 상향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우려에 비해 월가의 반응이 의외로 호의적이었던 건, 쿠팡이 본업이라 할 수 있는 프로덕트 커머스 부문에선 정말 대단한 실적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성장도, 수익도 완벽합니다
이러한 쿠팡의 실적을 제대로 보기 위해선, 무엇보다 성장률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합니다. 쿠팡의 성장률은 보도하는 기사에 따라 다른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여기에는 총 2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우선 하나는 환율입니다. 쿠팡이 영위하는 대부분의 사업은 국내에 있으나, 뉴욕증시에 상장했기 때문에 표기는 달러화로 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인데요. 특히 최근 들어 환율에 따른 변동성이 심하기 때문에, 고정 환율 기준으로 봐야만 정확한 성장률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2023년 2분기부터 FLC(Fulfillment & Logistics by Coupang) 매출의 회계 기준이 변경된 것도 감안해야 합니다. FLC는 쿠팡이 제공하는 풀필먼트 서비스로, 셀러의 상품을 쿠팡 물류 창고에 넣고 판매 및 배송 등을 대행해 주는 서비스를 뜻하는데요. 기존에는 FLC에서 발생한 결제 금액 전체를 쿠팡의 매출로 인식했다면, 작년 2분기 이후로는 수수료만 매출로 기록하는 걸로 기준이 변경되었습니다. 따라서 적어도 이번 분기까지는 진짜 성장률을 알려면, 이로 인한 영향도 제거하고 봐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번 쿠팡의 매출은 얼마나 늘었을까요? 위의 변수들과 더불어 파페치 영향까지 모두 제거한 쿠팡의 실질 성장률은 무려 33% 정도라고 합니다. 이는 최대 경쟁사 네이버 전체 커머스 거래액 성장률인 6.0%의 5배 이상이고, 전체 시장 평균 성장률 10.7%의 3배에 달하는 엄청난 숫자인데요. 더욱 무서운 건, 이러한 쿠팡의 성장률이 최근 들어 계속 상승하는 추세라는 점입니다. 한때 쿠팡의 정체된 성장이 아킬레스 건으로 지적되던 때도 있었는데요. 이 정도면, 완벽한 독주 체체를 구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쿠팡의 성장률은 절대적인 숫자도 크지만, 상승하는 추세라는 점 때문에 더욱 무섭습니다)
이러한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쿠팡의 수익성 역시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습니다. 파페치를 제외한 매출액 대비 EBITDA 마진은 4.6%로 전년 동기 4.2% 대비 0.4%p 상승했다는 것이 이를 반증하고요. 물론 파페치 말고도, 대만 사업, 그리고 쿠팡이츠와 쿠팡플레이의 비용 증가로 인해 신사업 부문의 손실이 당분간은 계속 늘어나긴 할 겁니다. 다만 그래서 이미 쿠팡은 와우 멤버십 요금을 이미 인상하여 대비를 해놓은 상황이고요. 따라서 이러한 인상이 기존 회원에게도 반영되는 올해 8월 이후에는, 전체 손익 또한 자연스레 최소한 전년 수준을 회복할 가능성이 큽니다.
성과를 굳이 꽁꽁 감추는 건
한편 이번 실적 발표에서는 중국 커머스 업체들의 시장 진입에 대한 질문이 직접적으로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쿠팡 김범석 대표는 여전히 커머스 시장 내 경쟁은 치열하며, 자신들 쿠팡 역시 한 자릿수 점유율에 불과한 도전자 입장임을 강조하였습니다. 고객은 언제든 손가락 하나로 비교하며 다른 곳으로 떠날 수 있다며, 한껏 몸을 낮추기도 했는데요. 이는 앞서 설명드렸던, 실제 지표로 드러난 쿠팡의 현재 입지와는 쫌 괴리감이 있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왜 쿠팡은 당당히 이와 같은 성과를 드러내지 않고, 오히려 엄살을 피우고 있는 걸까요? 쿠팡의 입장에선, 국내 시장을 이미 완벽히 장악했다는 이미지가 생기는 것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현재 쿠팡은 투자 이후 본격적으로 수확을 시작한 단계에 접어들었는데요. 이때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여겨진다면, 부정적 인식이 강화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을 겁니다.
더군다나 여전히 도전자라는 인상을 주어야, 향후 성장성에 대한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있다는 계산도 일부 있지 않았을까요? 여전히 쿠팡은 대만 사업이나 파페치에 대한 상세 내용들은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역으로 이들 해외 사업이 안착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해석 가능한데요. 따라서 아직은 국내 시장 내 성장 여력이 많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싶을 겁니다.
실제로도 앞으로 적어도 1,2년 간은 쿠팡은 계속 견고한 성장과 수익을 보여줄 걸로 기대됩니다. 해외 사례들을 비추어 봤을 때 국내 시장 파이를 계속 늘려나가면서, 시장 점유율 40% 전후까지는 무난히 성장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후에는 해외 사업에서도 유의미한 숫자들이 나와야, 쿠팡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겁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신사업 부문을 더욱 주목해야 할 거고요. 무엇보다 대만 사업의 규모화 달성과 파페치의 흑자 전환이 얼마나 이른 시점에 실현되느냐에 따라, 쿠팡의 장기적인 성공 가능성에 대한 평가가 결정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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