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CM, 샤넬, 그리고 태리타운의 공통점은?

29CM, 샤넬, 그리고 태리타운의 공통점은?

트렌드라이트
@trendl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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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2026년 11월 4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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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클 3문장 요약

1.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려면 때로 당장의 실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워도,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말로만 내세우지 않고 실제 선택과 행동으로 보여주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2. 태리타운의 꾸준한 사회 활동, 29CM의 서체와 전시·협업 상품에 담긴 디테일, 샤넬의 문화 잡지 발간과 독립 서점 배포는 각자의 지향점을 드러내며 디자인과 가격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구매 이유를 만듭니다.

3. 이런 활동이 곧바로 매출 증가를 보장하지는 않지만, 한 번의 큰 캠페인으로 끝내기보다 감당할 수 있는 방식으로 꾸준히 이어갈 때 진정성이 전해지고 브랜드를 믿고 좋아할 이유도 쌓이게 됩니다.

사랑받는 브랜드의 조건, 다 있는 거야

이렇게나 쓸데없는 짓을 하시는 게 부럽네요

지난주 초대받아 방문한 29CM와 국립한글박물관의 협업 전시 ‘모든 마음 곁에, 한글’을 보고 관계자분에게 건넨 말이었습니다. 뱉고 나니 비꼬는 말로 오해받기 딱 좋을 것 같아, 부러운 마음을 담은 칭찬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는데요.

사실 제 딴에는 최고의 찬사였습니다.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려면 때로 당장의 실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노력도 필요하다고 평소 생각해 왔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일 자체가 쓸데없다는 뜻은 아니었죠.

사람들은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와 지향점에 매력을 느끼고, 그 브랜드를 좋아하게 되기도 합니다. 다이소처럼 가격과 상품으로 이를 전하는 곳도 있지만요. 다만 기능과 가격을 넘어 가치로 설득해야 하는 분야에서는 그 지향점을 실제로 보여주는 활동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이를 흔히 브랜딩이라고 부르고요. 특히 패션 브랜드에서는 이런 활동이 중요합니다.

최근 29CM를 비롯해 몇몇 브랜드 행사에 초대받아 방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직접 가보진 못했지만 기사로 접한 활동들도 있었고요. 그중 인상 깊었던 몇 가지를 골라, 오늘은 브랜드의 ‘쓸데없는 짓’이 가진 매력과 이런 활동에 필요한 조건을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무가치한 의미, 과도한 디테일, 비효율적 접근

혹시 이런 동료가 있다면 어떠실 것 같나요? 늘 당장의 실적과 관계없어 보이는 의미를 찾거나, 과도하게 디테일에 집착합니다. 여기에 비효율적인 방식까지 고집한다면요. 아마 같이 일하기 쉽지는 않을 겁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브랜드라면 사랑에 빠질지도 모릅니다. 의미 없는 일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효율만 따졌다면 지나쳤을 선택에서 그 브랜드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드러나기 때문이죠.

지난 10월, 작은 전시에 초대받았습니다.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김정윤 작가의 개인전은 아니고, 그가 모자 브랜드 태리타운과 함께 주최한 신진 작가 전시회였죠. 아마 태리타운이라는 이름은 처음 들어보시는 분이 많을 겁니다. 작은 브랜드지만 꾸준히 의미 있는 일을 하려 애쓰는 곳인데요. 신진 작가 발굴은 물론, 시각장애인의 러닝권 보호와 소방관의 근무 환경 개선, 청각장애인 야구부 후원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당장의 성장에 신경 써도 모자랄 판에, 이런 판을 벌이는 브랜드는 어떠신가요? 저는 이처럼 꾸준히 의미를 찾는 노력이 브랜드의 기반을 단단히 다진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저도 예전에 태리타운에서 귀여운 강아지 로고가 있는 모자를 산 적이 있습니다. 수익금 전액을 제주에서 유기견 발생을 막는 데 사용하는 제품이어서 더 기꺼이 구매했던 기억이 나는데요. 디자인이 마음에 든 데다 상품에 담긴 뜻까지 좋아, 더 반가운 구매가 된 겁니다.

김정윤 작가, 귤메달, 월드비전 등 태리타운보다 이름이 더 잘 알려진 이들과 협업해 온 행보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신진 작가와 사회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활동이 이어지면서, 태리타운이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 제주 로컬 브랜드인지 조금씩 드러나는 거죠.

그렇다면 과도한 디테일은 어떤가요? 이번 29CM 한글 전시는 내용도 좋았지만, 더 눈이 갔던 건 29CM가 만든 브랜드 서체 ‘29CM 에디토리얼’이었습니다. 브랜드 서체는 다른 곳에서도 많이 만들잖아요. 하지만 디테일이 달랐습니다. 취향을 중시하는 곳답게 서체의 굵기를 조절하면 글자의 형태도 달라지도록 만든 겁니다. 취향을 존중한다는 말을 서체를 사용하는 방식에까지 담은 것으로 읽혔습니다.

이런 디테일은 전시 곳곳에도 녹아 있었습니다. 전시의 주제를 담은 상품을 13개 입점 브랜드와 함께 만든 것이 대표적이었죠. 특히 인상 깊었던 건 29CM가 직접 브랜드를 선별하고, 함께 상품을 기획하며 준비했다는 점입니다. 완성된 상품을 모아놓는 데 그치지 않고, 전시의 주제를 각 브랜드의 상품으로 풀어내기 위해 들였을 노고가 느껴졌거든요.

문화와 취향을 이야기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제로 고르고 살 수 있는 상품으로 연결하는 것. 저는 이것이 29CM만의 강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전시도 한글박물관 측에서 먼저 제안했다고 하고요. 이런 활동이 쌓이면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보고 싶은 브랜드로 기억될 수 있겠죠.

좋은 의미를 담고 디테일까지 챙겼다면, 이제는 최대한 널리 알리고 싶을 겁니다. 그런데 알리는 방식에서도 브랜드의 지향점이 드러날 수 있습니다. 지난달 샤넬이 발간한 연간 예술·문화 잡지 ‘아트 & 컬처’ 2호가 그랬습니다. 무려 300쪽에 달하는 잡지를 만들어 무료로 배포한 것도 대단했지만요. 배포처를 세계 17개국의 독립 서점과 잡지 전문 서점 32곳으로 한정했다는 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샤넬이라면 이렇게 공들여 만든 잡지를 매장에서 나눠주거나 대형 서점 같은 파트너를 찾는 것도 어렵지 않았을 겁니다. 그 대신 독립 서점과 잡지 전문 서점을 택한 건, 몇 명에게 전하느냐뿐 아니라 어떤 공간에서 누구에게 발견되느냐도 중요하게 봤다는 선택으로 읽힙니다. 문화·예술을 말하는 잡지가 그 문화를 다루는 공간에 놓이는 거죠. 더 많은 곳에 배포하는 것보다 브랜드의 뜻을 전하는 데 잘 맞는 방식일 수 있습니다.

오래오래 쌓아야 합니다

지금까지 10월에 주목했던 세 브랜드의 활동을 통해 사랑받는 브랜드의 조건을 살펴봤는데요. 처한 상황도, 사업 규모도 천차만별이지만 공통점은 활동의 모습이 비교적 소소했다는 겁니다. 대규모 캠페인이나 광고 대신 작은 전시를 열고, 서체를 만들고, 잡지를 냈으니까요.

적어도 이들 브랜드를 익히 아는 사람에게는 참 사랑스러운 활동들이었습니다. 기사로 소개되고 사람들 사이에서 이야깃거리가 되기도 했고요. 물론 이것이 곧 브랜드 전체의 매출 증가로 이어진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디자인과 가격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구매 이유를 만들 수는 있죠. 관심을 끄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브랜드를 조금 더 기꺼이 선택하게 되는 겁니다.

이런 가치를 쌓으려면 좋은 기획만큼이나 꾸준히 이어가는 노력도 중요합니다. 그래야 브랜드가 진심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일이라는 걸 믿을 수 있으니까요. 앞서 소개한 브랜드들도 그랬습니다. 태리타운은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프로젝트를 매년 선보이고 있고요. 29CM도 여러 차례 문화 행사를 후원하거나 주최해 왔습니다. 샤넬 역시 잡지 2호를 내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죠. 방식은 달라도 각자가 추구하는 가치를 꾸준히 보여주고 있는 겁니다.

우리는 브랜딩을 값비싼 캠페인으로만 생각하거나, 이런 활동을 당장은 쓸데없는 일이라 치부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저는 감당할 수 있는 방식으로 브랜드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계속 보여주는 데도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번 크게 알리는 것만큼, 작은 선택을 오래 쌓는 일도 중요하다는 거죠. 그렇게 쌓인 선택이 브랜드를 믿고 좋아할 이유가 될 테니까요.

아마 좋아하는 브랜드가 한둘쯤은 있으실 텐데요. 왜 좋아하게 되었는지 떠올려 보시면, 그 브랜드가 꾸준히 보여온 선택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오늘의 행운 메시지 도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