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잘 파는 자라, 신발은 반스에게 손 내민 건

옷 잘 파는 자라, 신발은 반스에게 손 내민 건

트렌드라이트
@trendl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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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2026년 10월 28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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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클 3문장 요약

1. 자라는 반스의 신발을 공급받아 판매하며, 직접 상품을 만드는 능력과 소비자가 그 상품을 믿고 고르는 이유는 다르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2. 신발에서는 대표 모델에 쌓인 문화와 착화감, 기능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기에, 자라는 반스의 강점을 빌리고 반스는 새로운 고객을 만날 수 있습니다.

3. 다른 브랜드의 입점과 자라 옷과의 동반 구매가 늘어난다면, 이번 시도는 상품 보완을 넘어 취향을 제안하는 유통 채널로의 확장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자라 매장에서 반스 신발 팝니다

자라에서 반스 신발을 팔기 시작했습니다. 해외에서는 대표 모델인 어센틱 일부를 선보였고, 국내에서도 매장과 공식 온라인몰에서 반스 상품을 찾아볼 수 있는데요. 옷을 보러 자라에 들어갔다가 반스 신발까지 함께 고르는 일이 가능해진 겁니다.

이번 행보를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옵니다. 자기 브랜드의 상품만 파는 매장을 넘어 여러 브랜드를 모아 파는 곳으로 바뀌려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고요. 반스라는 익숙한 브랜드를 통해 고객이 자라에서 신발을 사도록 유도하려는 시도로 보는 이들도 있습니다.

흥미로운 건 두 회사가 이번 만남을 설명하는 방식입니다. 자라는 상품에 ‘스페셜 컬렉션’이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반스는 한 패션 매체에 “협업이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함께 새로운 신발을 만든 게 아니라, 자라가 반스의 일부 상품을 공급받아 판매하는 관계라는 겁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브랜드 간 공동 기획 상품과는 다르다는 뜻이죠.

따라서 주목할 점은 자라가 자기 매장에 다른 브랜드의 신발을 굳이 들여왔다는 사실입니다. 자라는 유행을 빠르게 읽고 옷으로 만들어내는 데 강한 브랜드입니다. 의류를 넘어 가구와 생활용품을 파는 자라홈까지 운영하고 있고요. 최근에는 유명 디자이너와의 협업 등을 통해 저렴한 옷을 파는 브랜드라는 이미지에서도 벗어나려 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분야로 확장하거나 브랜드 이미지를 바꾸는 데도 익숙한 곳이죠.

더욱이 자라는 오래전부터 운동화와 로퍼, 부츠 등 다양한 신발을 팔아왔습니다. 그렇다면 질문은 조금 달라집니다. 옷도 신발도 직접 만드는 자라가, 왜 굳이 반스의 신발까지 팔려고 하는 걸까요?


유산이 탄탄하거나, 기능이 탁월하거나

신발은 옷과 함께 패션으로 묶이지만, 특히 스니커즈에서는 구매 이유가 조금 다르게 만들어집니다. 최신 디자인만큼이나 오랫동안 쌓아온 역사와 이미지가 중요하게 작용하거든요. 업계에서는 이를 흔히 ‘헤리티지’라고 부릅니다.

자라 하면 특정한 스타일은 떠올라도 누구나 같은 상품을 생각하지는 않을 겁니다. 반면 반스의 어센틱, 아디다스의 삼바, 컨버스의 척 테일러는 이름을 들으면 비슷한 신발 모양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상품 하나가 브랜드의 얼굴이 된 셈이죠. 반스 어센틱만 해도 무려 1966년 처음 등장한 모델입니다.

만드는 방식에도 대표 모델을 유지할 이유가 있습니다. 신발의 구조를 새로 개발하려면 발 모양을 본뜬 틀인 ‘라스트’와 밑창 금형 등에 비용과 시간이 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잘 팔리는 모델의 기본 구조를 유지한 채 색상과 소재를 바꾸는 편이 유리할 수 있죠. 다만 만드는 비용만으로 대표 모델의 생명력을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같은 신발을 다시 찾는 고객의 이유도 중요합니다.

고객에게도 익숙한 모델은 장점이 있습니다. 신발은 예쁘다고 샀다가 발볼이 끼거나 뒤꿈치가 쓸리면 손이 잘 가지 않죠. 이미 편하게 신어본 모델이라면 다음에도 같은 모델과 사이즈를 고를 이유가 생깁니다.

여기에 문화적인 의미도 쌓입니다. 같은 신발이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사람이나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신기면, 어느 순간 그 모양 자체가 취향을 드러내는 상징이 됩니다. 옷은 체형과 입는 방식에 따라 모습이 크게 달라지지만, 신발은 비교적 일정한 형태를 유지한다는 점도 이런 이미지를 쌓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렇다고 오래된 브랜드만 살아남는 시장은 아닙니다. 온과 호카처럼 러닝화의 기능을 앞세워 성장한 브랜드도 있습니다. 오랜 역사 대신 달릴 때의 편안함이나 쿠션 같은 구체적인 장점으로 선택받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신발은 불편함이 곧 통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품인 만큼, 기능에 대한 신뢰도 중요한 구매 이유가 되니까요.

다만 자라가 유행에 맞는 디자인을 잘 만든다는 사실이 이런 신뢰까지 곧바로 만들어주지는 않습니다. 빠르게 새 옷을 선보이는 능력과 편하게 신을 수 있는 운동화를 개발하는 능력은 다르기 때문이죠.

기능성 소재에 강점이 있는 유니클로도 마찬가지입니다. 신발로 몇 차례 화제를 모은 적은 있지만, 여전히 히트텍처럼 브랜드 이름과 함께 떠오르는 신발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한 시즌 인기를 얻는 것과 오랫동안 같은 모델을 찾게 만드는 것은 다른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보면 자라가 반스를 들여온 이유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직접 새 신발을 만들어 소비자를 설득하는 대신, 이미 사람들이 알고 찾는 신발을 가져와 상품 구성을 보완하는 것입니다. 옷을 빠르게 바꾸는 능력과, 오래 변하지 않아도 선택받는 신발의 매력을 연결하는 셈이죠.


그럼에도 자라에게 기대하는 건

그렇다면 반스는 왜 자라에 들어갔을까요? 반스 입장에서도 고민할 부분은 있습니다. 기존 매장이나 공식몰에서 살 고객이 자라로 이동할 수 있고, 패스트패션 매장에서 판매되는 것이 브랜드 이미지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살펴봐야 하죠. 반스가 굳이 이번 거래를 공동 기획 상품이 아닌 일부 제품의 공급 관계로 설명한 점도 이런 맥락에서 읽어볼 수 있습니다.

이번 거래에는 반스에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겁니다. 모회사 VF가 지난 7월 발표한 실적에 따르면, 6월 말 끝난 분기의 반스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8% 줄었습니다. 미주 지역의 직접 판매는 성장했지만, 다른 판매처에 상품을 공급하는 사업의 감소를 메우지는 못했습니다. 새로운 고객을 만날 판매처를 확보할 필요가 있었던 거죠.

그렇다고 물건을 많이 팔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들어가려는 건 아닙니다. 2025년 3월 보도에 따르면, 반스는 그에 앞선 1년 동안 할인 판매처 약 1,800곳에서 빠지고, 할인 중심이 아닌 판매처 약 800곳을 새로 확보했다고 합니다. 판매량을 늘리면서 브랜드 이미지도 지킬 수 있는 곳을 찾고 있는 겁니다.

그런 반스가 자라를 택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자라에는 반스 매장이나 공식몰을 일부러 찾지 않을 사람도 옷을 보러 들어오니까요. 새로운 옷을 고르고 거기에 어울리는 신발까지 함께 사는 장면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반스가 직접 매장을 새로 열지 않고도 패션에 관심 있는 고객을 만나는 방법이 되는 거죠.

비슷한 실험이 처음인 것도 아닙니다. H&M은 일부 해외 시장에서 다른 브랜드의 상품을 함께 판매해 왔습니다. 자기 브랜드를 파는 회사가 고객을 모으는 힘을 활용해 다른 브랜드의 판매처가 되는 겁니다.

자라의 이번 행보 역시 이런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자기 옷을 만드는 데서 그치지 않고, 다른 브랜드의 상품까지 골라 함께 제안하는 곳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고객이 자라를 찾는 이유도 ‘자라 옷을 사기 위해서’에서 ‘마음에 드는 스타일을 찾기 위해서’로 넓어질 수 있습니다. 앞으로 다른 브랜드의 입점이 더 늘어나는지, 그 상품들이 자라 옷과 함께 선택되는지를 보면 이번 시도가 단순한 상품 보완을 넘어서는지 가늠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그러려면 서로의 강점이 살아 있어야 합니다. 반스는 자라 안에서도 고유한 매력을 유지해야 하고, 자라는 다른 브랜드를 들여와도 자기 매장만의 취향을 보여줘야 하죠. 이 균형을 지킨다면 자라는 반스가 쌓아온 신발에 대한 신뢰를 얻고, 반스는 새로운 고객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양쪽 모두 얻는 것이 있다면 비슷한 실험은 계속 이어질 겁니다.

혹시 자라 매장에 갈 일이 있다면 반스 신발이 어떻게 놓여 있는지 한번 살펴보셔도 좋겠습니다. 신발 한 켤레를 더 파는 실험이, 자라가 앞으로 어떤 곳으로 바뀌려 하는지 보여주는 장면일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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