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라파예트에 들어간 더현대, 의의와 과제는
아래 글은 2026년 10월 14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전체 뉴스레터 보러가기
아티클 3문장 요약
1. 더현대 글로벌의 파리 진출은 한국 브랜드의 무대를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넓히고, 상대적으로 고가의 디자이너 브랜드까지 다루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2. 하지만 해외에서 브랜드가 오래 성장하려면 온라인과 팝업에서 반응을 확인한 뒤 백화점 입점이나 상설 매장으로 이어져야 하고, 그렇게 만든 오프라인 접점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잘 운영돼야 합니다.
3. 결국 더현대 글로벌의 진짜 과제는 팝업을 한 번 흥행시키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지에서 잘 팔리는 상품을 찾고 재구매와 재주문까지 이어지게 만들어 한국 브랜드가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입니다.
오스만 본점 광고, 정말 상징적입니다
파리를 대표하는 백화점 중 하나인 갤러리 라파예트 오스만 본점 외벽에 더현대 글로벌 팝업스토어의 대형 광고가 걸렸습니다. 현대백화점은 이를 보도자료를 통해 대대적으로 알렸는데요. 이에 따르면 해당 외벽 광고는 그동안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들에만 허용돼 왔다고 합니다. 국내 기업이 이곳에서 광고를 진행한 것 역시 처음이라고 하니 충분히 자랑할 만한 일이죠. K패션을 바라보는 현지의 관심이 그만큼 커졌다는 걸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기도 하고요.
이는 현대백화점이 한국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돕는 플랫폼인 ‘더현대 글로벌’을 만든 이유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그만큼 한국 브랜드의 가능성과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더욱이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돕는 사업 자체도 의미가 있지만, 현대백화점에도 돌아오는 이점이 있습니다. 이를 통해 더 다양한 브랜드를 확보할 수 있고, K브랜드의 위상이 높아질수록 국내 매장을 찾는 외국인 고객의 매출 증가로도 이어질 수 있죠.
특히 이번 파리 라파예트 팝업은 아시아를 중심으로 확장해 온 더현대 글로벌이 유럽의 주요 백화점으로 무대를 넓혔다는 점에서 눈길을 끕니다. 그동안 국내 플랫폼의 한국 브랜드 해외 진출 지원은 주로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이뤄졌습니다. 더현대 글로벌 역시 대만과 일본에서 여러 차례 팝업스토어를 열었고, 지금은 아예 도쿄에서 상설 매장까지 운영하고 있을 정도죠.
이번에 파리에서 선보인 브랜드 구성도 이전과는 조금 다릅니다. 지금까지 더현대 글로벌이나 경쟁사들의 해외 진출 사례가 마뗑킴이나 마르디 메크르디처럼 비교적 대중적인 브랜드에 집중됐다면, 이번에는 상대적으로 가격대와 감도가 높은 디자이너 브랜드까지 범위를 넓혔습니다. 해외 진출의 무대뿐 아니라 다루는 브랜드의 범위까지 함께 확장하고 있는 셈입니다.
더욱이 아시아 시장과 비교적 대중적인 K패션 브랜드의 해외 진출은 이미 무신사가 빠르게 선점하고 있습니다. 여러 차례 팝업스토어를 진행하며 경험을 쌓았고, 조조타운과 안타스포츠처럼 일본과 중국의 강력한 현지 파트너와도 손잡았죠. 중국을 시작으로 일본과 동남아시아까지 상설 매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하고요.
그런 면에서 더현대 글로벌이 무신사가 앞서가는 영역을 그대로 따라가기보다, 유럽이라는 새로운 시장과 상대적으로 하이엔드한 브랜드군에서 차별화된 역할을 만들려는 움직임은 더욱 흥미롭습니다. 단순히 해외 진출 지역을 하나 더 늘린 것이 아니라, 더현대 글로벌만의 역할을 새롭게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파리 진출을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팝업 다음에는 꾸준히 팔 곳이 필요합니다
패션보다 한 발 앞서 글로벌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는 K뷰티의 사례를 보면, 앞으로 더현대 글로벌을 비롯한 해외 진출 지원 플랫폼이 해야 할 일도 비교적 분명해집니다.
K뷰티는 틱톡과 릴스에서 주목받고, 아마존을 통해 소비자 사이에 빠르게 퍼졌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일부 소비자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는 데는 성공했지만, 아직 대중적인 인지도를 충분히 확보했다고 보기는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최근 뷰티 브랜드들은 주요 오프라인 유통 채널에 적극적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북미에서는 한국의 올리브영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전문점 울타뷰티를 비롯해 코스트코, 월마트 등에 입점하고 있고요. 올리브영 역시 세포라와 손잡고 K뷰티 전용 섹션을 운영하는 동시에 직접 진출까지 추진하고 있습니다. 결국 주요 오프라인 유통망에서 얼마나 안정적인 판매 접점을 확보하느냐도 K뷰티의 인기가 반짝 유행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이어지는 데 중요한 변수가 될 겁니다.
패션도 비슷한 흐름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먼저 온라인에서 가능성을 확인하고, 이후 팝업스토어를 통해 현지 반응을 한 번 더 살펴봅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백화점 같은 주요 유통 채널에 입점하거나 상설 매장을 여는 단계로 넘어가게 되는 거죠. 국내에서도 브랜드가 온라인에서 성장한 뒤 오프라인으로 확장하며 규모를 키워가는 것과 비슷한 흐름입니다.
특히 패션은 디자인과 소재, 실제로 입었을 때의 느낌까지 직접 경험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매장은 이런 매력을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공간이면서, 브랜드 인지도와 선호도를 쌓는 데도 효과적입니다. 결국 주요 상권이나 유통 채널에서 얼마나 자주 고객과 만날 수 있느냐가 브랜드의 존재감을 좌우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더현대 글로벌도 이미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올해 도쿄에 선보인 더현대 오모테산도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팝업스토어에 그치지 않고 상설 매장을 열어 브랜드를 꾸준히 소개하고, 현지 고객과 관계를 쌓아가고 있죠. 이번 라파예트 팝업 역시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이후에는 비슷한 방식으로 백화점 입점이나 상설 매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매장을 여는 데서 그치면 안 됩니다
물론 매장을 연다고 바로 성공이 보장되는 건 아닙니다. 지난 9월 초 더현대 오모테산도 현장을 직접 방문했는데요. 주말이었음에도 인근 오모테산도의 다른 매장들과 비교하면 상당히 한산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물론 한 번의 방문만으로 매장의 성패를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오픈 당시의 관심이 평소의 방문과 구매로 얼마나 이어지고 있는지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까지는 오픈 초기 목표를 30% 초과 달성했다는 발표 외에 구체적인 성과가 많이 공개되지 않기도 했고요.
사실 우리가 접하는 건 대부분 팝업스토어나 매장 오픈 소식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는 소식도 자주 전해지죠. 하지만 그 이후에도 꾸준히 해외에서 존재감을 키우며 자리 잡은 사례는 상대적으로 드뭅니다. 그렇기에 더현대 글로벌에도 결국 중요한 건 이런 장기적인 성공 사례를 만들어내는 일일 겁니다.
그래서 팝업이나 매장을 초기에 흥행시키는 데서 그쳐서는 안 됩니다. 현지에서 어떤 상품이 잘 팔리는지 파악하고, 이를 재구매와 유통사의 재주문으로 연결하며, 검증된 수요에 맞춰 판매 접점까지 넓혀갈 수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브랜드를 소개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지에서 계속 팔릴 수 있도록 운영까지 뒷받침해야 하는 거죠.
결국 더현대 글로벌의 성공도 여기에 달려 있을 겁니다. 단 한 번의 팝업을 성공시키는 것을 넘어, 한국 브랜드가 현지에서 꾸준히 팔리고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까지 만들어낼 수 있느냐에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