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이 철 지난 쇼핑 행사를 부활시킨 이유
아래 글은 2026년 10월 14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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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클 3문장 요약
1. 당근이 처음으로 ‘당근절’을 연 건 무료 배송을 앞세워 동네 직거래에 익숙한 이용자들에게 ‘바로구매’라는 전국 택배거래 방식을 경험시키기 위해서였습니다.
2. 다만 행사 당일 거래 건수는 늘었지만 앱 방문자 수와 사용시간의 변화는 크지 않아, ‘연중 최대 행사’라는 이름에 비해 이용자 행동을 크게 바꿨다고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3. ‘바로구매’는 당근에는 광고 외 수익원을 만들 기회이고 CJ대한통운에는 새로운 택배 물량을 확보할 기회인 만큼, 두 회사가 더 과감하게 투자해 이를 새로운 거래 습관으로 키워낼 필요가 있습니다.
당근절, 들어보셨습니까?
10월 10일이 무슨 날인지 아시나요? 바로 ‘당근절’이었습니다. 모르셨어도 이상한 게 아닙니다. 올해 처음으로 당근이 만든 연중 최대 중고거래 행사였거든요.
당근을 사용해 보신 분이라면 ‘당근에 웬 쇼핑 행사이지?’ 하고 어색하게 느끼셨을 수도 있습니다. 당근은 동네 이웃 간 거래 플랫폼으로 출발해 지역 커뮤니티를 표방해 온 서비스거든요. 애초에 걸어서 갈 만한 거리 안에서 중고거래를 하도록 만든 것이 차별점이었죠. 이런 구조에서는 하루 날을 잡아 큰 행사를 열더라도 거래를 크게 늘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가까운 거리 안에서 사고 싶은 사람과 팔고 싶은 사람을 동시에 맞춰야 하기 때문입니다.
당근이 갑자기 당근절을 만든 건 지난해 9월 도입한 ‘바로구매’ 기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바로구매는 안심결제로 상품을 구매하면 택배 배송까지 연결해 주는 서비스인데요. 동네라는 지역 제한을 넘어 상품을 사고팔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다만 활성화를 가로막는 장벽도 있습니다. 바로 수수료와 배송비입니다. 수수료는 구매자에게만 3.3%가 부과돼 상대적으로 부담이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심지어 현재는 출시 기념으로 2.2%만 받고 있고요. 하지만 3천 원 안팎의 배송비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특히 가격이 낮은 상품일수록 상품값에 비해 배송비가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죠.
그래서 당근은 이번 당근절의 핵심 혜택으로 1인당 최대 5회까지 ‘바로구매 배송비 0원’을 내걸었습니다. 우선 무료 배송으로 첫 구매를 유도하고, 한 번 택배 거래의 편리함을 경험한 이용자가 이후에도 바로구매를 계속 쓰도록 만들려는 겁니다.
생각해 보면 과거 십일절이나 빅스마일데이 같은 대형 쇼핑 행사가 유행한 것도 비슷한 이유였습니다. 온라인 쇼핑이 아직 낯설거나 자주 이용하지 않던 사람을 대거 끌어들이고, 판매자에게는 짧은 기간 많은 상품을 팔 기회를 제공해 더 좋은 가격과 혜택을 만들어냈죠. 이렇게 한 번 거래액과 이용자 규모를 크게 끌어올리면, 행사가 끝난 뒤에도 플랫폼 전체가 한 단계 성장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고요.
타이틀 대비 효과는 미미했습니다
그렇다면 당근절은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거뒀을까요? 우선 당근이 공개한 자료만 보면 성과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이용자가 빠르게 몰리면서 행사 시작 9시간 만에 조기 종료됐고요. 행사 당일 중고거래 건수도 행사 전 토요일 대비 141% 증가했다고 합니다. 만약 사전에 예상했던 배송 물량과 예산이 소진돼 행사가 조기 종료된 것이 맞다면, 적어도 내부적으로 기대한 수준의 반응은 얻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외부 데이터를 보면 정말 ‘흥행’했다고 부를 수 있는지는 의문이 남습니다. 정작 당근절 당일 앱 방문자 수가 눈에 띄게 늘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모바일인덱스 Insight에 따르면 당일 당근 앱 방문자 수는 약 725만 명으로, 직전 4주 같은 요일 평균보다 1% 남짓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올해 상반기 G마켓 빅스마일데이 당시 방문자 수가 직전 4주 평균 대비 28%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행사 자체가 새로운 이용자를 끌어들이는 효과는 크지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나마 행사 당일 당근의 1인당 사용시간은 약 15% 늘었습니다. 기존 이용자들이 평소보다 더 적극적으로 앱을 사용한 흔적은 확인된 셈이죠. 하지만 G마켓 역시 빅스마일데이 기간 1인당 사용시간이 21% 증가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 역시 압도적인 변화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애초에 ‘바로구매’ 활성화를 위해 준비한 행사였던 만큼, 해당 기능의 이용만 충분히 늘었다면 목적을 달성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연중 최대 행사’라는 이름을 내걸고, 이를 통해 고객의 행동까지 바꾸려 했다면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큰 변화가 필요했다고 봅니다.
과거 ‘○○절’이라고 이름 붙인 대형 쇼핑 행사는 고객의 쇼핑 습관을 바꾸기 위한 강력한 장치였습니다. 실제로 플랫폼이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고요. 이런 행사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아 진 것도 쿠팡의 성장과 코로나19를 거치며 온라인 쇼핑 자체가 이미 일상이 됐기 때문일 겁니다.
그런 점에서 당근이 ‘바로구매’라는 새로운 습관을 정말 만들고 싶었다면, 적어도 평소와 확연히 다른 수준의 변화가 필요하지 않았을까요? 당일 방문자가 수십 퍼센트 늘고, 거래량 역시 몇 배씩 뛰는 식으로 말이죠. 무엇보다 ‘바로구매’가 단순한 부가 기능을 넘어, 앞으로 당근의 전체 비즈니스 성과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서비스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정말 과감한 베팅이 필요합니다
최근 당근은 매년 매출과 이익을 꾸준히 늘려왔습니다. 성적은 훌륭했지만, 동시에 해마다 반복해서 따라붙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광고 이외에는 뚜렷한 수익 모델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죠.
그런 면에서 ‘바로구매’의 확산은 당근에 중요한 기회입니다. 거래 수수료를 통해 광고 외의 새로운 수익원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중고거래를 편리하게 만드는 기능을 넘어, 당근 전체 비즈니스가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는 거죠. 그렇기에 이를 빠르게 확산시키려면 지금보다 더욱 과감한 베팅이 필요해 보입니다.
더욱이 ‘바로구매’의 활성화가 중요한 건 당근뿐만이 아닙니다. 배송 파트너인 CJ대한통운 역시 새로운 택배 물량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자체 물류망을 갖춘 쿠팡이 이커머스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CJ대한통운은 택배업계 2위로 내려왔는데요. 이는 단순히 순위가 바뀌었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택배 사업은 처리하는 물량이 많을수록 운영 효율을 높이기 쉬운 만큼, 새로운 물량을 꾸준히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당근을 비롯한 개인 간 거래, 즉 C2C 택배 시장은 CJ대한통운에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번 당근절 배송 역시 CJ대한통운이 맡았고, 별도의 보도자료까지 내며 행사를 적극적으로 알렸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두 회사가 더욱 적극적으로 ‘바로구매’를 밀어야 할 겁니다. 당근은 당근절 같은 이벤트와 프로모션을 통해 더 많은 이용자에게 바로구매를 경험하게 하고, CJ대한통운은 안정적인 배송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식으로 말이죠. CJ대한통운 입장에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물량이 모여야 배송 효율을 높일 수 있고요. 당근 역시 거래 과정이 아무리 편리해도 실제 배송 경험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바로구매를 계속 확대하기 어렵습니다.
다행인 건 둘의 이해관계가 상당히 잘 맞아떨어진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조금 더 과감한 시도도 기대해 볼 만한데요. 예를 들어 하루짜리 행사에 그치지 않고, 두 회사가 비용을 나눠 일정 기간 무료 배송 혜택을 제공한다면 더 빠르게 바로구매를 고객의 습관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초기 로켓배송을 거의 무료에 가깝게 제공하며 이용 경험을 빠르게 확산시켰던 쿠팡처럼 말이죠. 당근절은 이런 혜택을 대대적으로 알리는 계기로 활용할 수도 있고요.
어느 정도의 강도로 이어질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당근과 CJ대한통운은 당분간 당근절과 같은 새로운 시도를 계속해 나갈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의 진짜 성공은 하루 동안 거래량을 얼마나 끌어올렸느냐보다, 얼마나 많은 이용자를 ‘동네 직거래’에서 ‘전국 택배거래’로 넘어오게 만들었느냐로 평가해야 할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