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하이마트, 시간 좀 내주오 수리할 게 있소

롯데하이마트, 시간 좀 내주오 수리할 게 있소

트렌드라이트
@trendlite
•읽음 11

아래 글은 2026년 10월 07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전체 뉴스레터 보러가기


아티클 3문장 요약

1. 가전은 한 번 사면 오래 쓰기 때문에, 예전에는 결혼이나 이사처럼 구매가 필요한 순간만 잘 잡으면 됐지만 이제는 그때까지 기다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졌습니다.

2. 그래서 롯데하이마트는 어디서 산 제품이든 수리해 주는 서비스를 내놓고, 가전을 사기 전부터 고객과 관계를 만들어 다음 구매까지 이어가려 하고 있습니다.

3. 다만 수리만으로는 고객을 오래 붙잡기 어려운 만큼, 앞으로는 다시 찾고 싶을 만한 경험까지 더해 관계를 더 오래 이어가는 것이 중요할 겁니다.

내줄 때까지 기다릴 수 없었습니다


“시간 좀 내주오, 갈 데가 있소.”

한때 귀에 익도록 들었던 롯데하이마트 CM송입니다. 결혼이나 이사를 앞두고 가전을 장만해야 할 때면 일단 하이마트부터 가보라는 메시지를 꽤 직관적으로 전달했는데요. 실제로 가전 판매에서는 이렇게 구매가 필요한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가전이라는 상품이 상당히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가전제품을 매일 씁니다. 하지만 정작 새로 사는 일은 드물죠. 냉장고는 하루에도 몇 번씩 문을 열지만, 한번 사면 수년간 바꾸지 않습니다. 소비자는 매일 사용하는 상품이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같은 고객을 다시 만날 기회가 매우 적은 셈입니다.

그래서 과거 가전업계의 중요한 과제는 이런 ‘결정적인 순간’을 먼저 붙잡는 것이었습니다. 결혼이나 이사처럼 가전 구매가 필요한 상황이 생겼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와 매장이 되는 거죠. 하이마트 역시 다양한 브랜드의 가전을 한 곳에서 비교하고 살 수 있다는 장점을 앞세워 이런 수요를 성공적으로 끌어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소비자가 가전을 살 수 있는 곳이 너무 많아졌습니다. 제조사 직영점부터 백화점까지 선택지가 늘어났고요. 무엇보다 접근성이 좋고 가격 비교까지 쉬운 온라인이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이제 결혼하거나 이사하는 고객이 알아서 매장을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진 겁니다.

그래서 최근 가전업계는 아예 다른 방법을 택하고 있습니다. 고객이 제품을 사고 나면 관계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구매 이후에도 계속 만날 이유를 만드는 겁니다.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구독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단순히 비싼 제품의 구매 부담을 나눠주는 데 그치지 않고, 설치와 AS에 케어 서비스까지 더해 고객과 만나는 기간을 늘리고 있죠. 서비스 역시 고객의 상황과 필요에 맞춰 점점 세분화하고 있고요. LG전자는 관련 매출을 이미 조 단위로 키웠고, 삼성전자 역시 1조 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롯데하이마트는 이러한 구독 경쟁에서도 후발주자였습니다. 그래서 조금 더 색다른 방법을 꺼내 들었습니다. 다른 곳들이 구매 이후까지 고객과의 관계를 이어가려 한다면, 롯데하이마트는 아예 구매하기 전부터 고객을 붙잡기로 한 겁니다.


상황이 아니라 사람을 붙잡습니다

롯데하이마트는 최근 ‘가전수리 올케어’를 출시했습니다. 2년간 5만 원을 내면 냉장고와 세탁기, TV부터 청소기와 커피머신, 노트북까지 총 34종의 가전에 대해 연간 100만 원 한도 내에서 수리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데요. 더욱 흥미로운 건 롯데하이마트에서 산 제품이 아니어도 되고, 브랜드 역시 상관없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하면 고객이 언젠가 가전을 교체해야 할 때 롯데하이마트를 다시 떠올릴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수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고객이 어떤 제품을 쓰고 있는지 알게 되고요. 이를 통해 향후 어떤 교체 수요가 생길지 이해할 단서도 얻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구매가 없는 기간에도 관계를 이어갈 수 있게 됩니다. 가전의 교체 주기를 줄이기는 어렵지만, 고객과 만나는 간격은 줄일 수 있게 된 거죠.

이런 방식은 제조사와도 차별화됩니다. 삼성전자나 LG전자 같은 제조사는 기본적으로 자사 제품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롯데하이마트는 여러 브랜드를 한꺼번에 다룰 수 있죠. 규모가 작은 업체가 비슷한 서비스를 만들기에는 수리망과 운영 인프라를 갖추는 부담도 크고요.

이처럼 과거의 가전 업체가 결혼과 이사라는 ‘상황’을 선점하려 했다면, 이제는 그 상황이 지나간 뒤에도 사람 자체와 관계를 이어가려 하고 있습니다. 고객과의 관계를 확보하면 사업의 범위도 자연스럽게 넓어질 수 있는데요. 롯데하이마트 역시 이번 서비스를 잘 안착시킨다면 단순히 가전을 파는 곳을 넘어, 여러 브랜드의 제품을 관리하는 생활 가전 서비스 기업으로 확장할 수 있을 겁니다. 새로운 사업 기회도 그만큼 늘어날 수 있고요.

그래서 앞으로 중요한 건 얼마나 많은 이용자를 확보하느냐일 겁니다. 일정 규모 이상의 고객이 모이면 수리와 관리 서비스를 더 효율적으로 운영할 여지가 커지고, 쌓이는 이용 경험과 데이터 역시 경쟁력이 될 수 있으니까요. 반대로 충분한 이용자를 확보하지 못하면 서비스 운영 비용만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이번 시도가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려면, 고객과의 관계를 넓히는 것만큼 그 관계를 지속 가능하게 운영하는 능력도 함께 갖춰야 할 겁니다.


관계를 더 풍성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기에 앞으로는 고객과 만나는 기회를 늘리는 것과 함께, 고객이 계속 머물고 싶을 만한 이유도 더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 물론 수리와 관리 같은 서비스는 분명 고객과의 접점을 늘려줍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문제가 생겼거나 관리가 필요할 때 찾는 기능적인 관계에 가깝습니다. 더 싸거나 편리한 서비스가 등장한다면 얼마든지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도 있고요.

때문에 최근 기업들은 고객과의 관계를 조금 더 감성적인 영역으로 넓히려 하고 있습니다. 특히 가전과 마찬가지로 가격이 높고 구매 주기가 긴 자동차 업계가 조금 더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데요. 제네시스가 최상위 모델 고객을 위해 신라호텔에 별도의 라운지를 운영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차량을 판매하지 않습니다. 대신 식사와 차, 위스키, 음악 등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며 고객에게 브랜드를 다시 만날 또 다른 이유를 만들어주죠. 제네시스 역시 이러한 경험을 통해 고객의 만족과 브랜드에 대한 애정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합니다.

기업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충분히 합리적입니다. 이미 비싼 제품을 한 번 구매했다는 건 앞으로 다시 고객이 될 가능성도 그만큼 높다는 뜻이니까요. 그렇다면 다음 구매까지 아무 관계도 맺지 않고 기다리는 것보다, 그사이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새로운 경험을 만들면서 브랜드와 계속 연결되는 편이 유리할 겁니다. 롯데하이마트 역시 이런 감성적인 접점까지 함께 늘려간다면 케어 서비스 이용자를 확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는 고객의 선호와 재방문 가능성을 높이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을 거고요.

더욱 주목할 점은 이러한 변화가 가전과 자동차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백화점이 VIP 고객을 위한 별도의 라운지와 문화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것 역시 비슷한 방향입니다. 많이 구매하는 고객에게 단순히 더 큰 할인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곳의 고객으로 계속 남아 있을 이유’를 만들어주는 거죠.

특히 가격이 높고 구매 주기가 긴 상품일수록 이런 접근은 더욱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제품 하나를 더 파는 것만큼이나, 어렵게 확보한 고객이 다음 구매까지 떠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고객과 오래 관계를 이어가려면 만나는 횟수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만남 자체를 더 풍성하게 만들어야 할 겁니다.

🔮오늘의 행운 메시지 도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