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7대 에스프레소바는 다 어디로 갔을까?
아래 글은 2026년 9월 30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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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클 3문장 요약
1. 김해에서 우연히 발견한 짹짹커피의 ‘전국 7대 에스프레소바’라는 타이틀은 공식 순위는 아니었지만, 고객에게 매장을 방문할 이유를 만들어주는 효과적인 브랜딩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2. 한때 유행했던 에스프레소바에 대한 관심이 식은 뒤에도 나머지 여섯 곳은 전문성을 강화하거나 새로운 매력을 더하고, 아예 업종을 전환하는 등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살아남기 위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었습니다.
3. 이처럼 반짝 트렌드가 지나간 뒤에도 살아남으려면 해당 분야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거나 새로운 강점을 더하고, 고객과 만날 접점을 넓히는 등 지속적으로 선택받을 이유를 만들어야 합니다.
어디서 온 건지 추적해 봤습니다
추석 연휴 중 우연히 들르게 된 김해. 수로왕릉 앞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카페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짹짹커피라는 귀여운 이름을 가진 이곳은 ‘전국 7대 에스프레소바’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있었는데요. 안 그래도 커피 한 잔이 당기던 저는 ‘전국 7대’라면 꽤 유명한 곳인가 보다 싶어 자연스럽게 이곳을 선택하게 됐죠.
평소 에스프레소를 즐겨 마시는 편은 아니지만, 유명하다니 한 잔 주문하고 기다리다가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왜 흔히 보이는 3대나 5대가 아닌 7대였을까? 7대 에스프레소바 중 나머지 여섯 곳은 어디일까? 약간은 시답잖은 궁금증이었는데요. 처음에는 구글링을 잠깐 하면 금방 답이 나올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아무리 검색해도 출처가 명쾌하게 나오지 않는 겁니다. 오히려 ‘7대 에스프레소바’라는 간판을 보고 짹짹커피를 찾은 사람들의 후기만 가득했죠. 타이틀의 출처는 모호한데, 정작 이를 활용한 브랜딩은 훌륭하게 작동하고 있었던 겁니다. 더 흥미로운 건 이곳을 제외한 다른 매장들은 이렇게 효과적인 타이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었고요.
한참을 뒤진 끝에 마침내 유력한 단서를 찾았습니다. 2022년 여성동아에 실린 한 기획 기사였는데요. 당시 전국에서 주목할 만한 에스프레소바 일곱 곳을 소개한 콘텐츠였습니다. 별도의 순위를 매기거나 엄격한 심사를 거친 리스트는 아니었던 거죠. 그제야 다른 에스프레소바들이 왜 ‘7대’라는 타이틀을 적극적으로 내세우지 않았는지도 조금은 이해가 됐습니다. 애초에 순위를 매긴 것도 아닌 만큼, 그저 여러 언론 보도 중 하나로 활용하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웠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짹짹커피는 ‘전국 7대’라는 타이틀을 지금까지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언론에 소개됐다는 사실을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매장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이곳을 방문할 만한 이유를 제시하는 거죠. 실제로 저 역시 그 타이틀에 이끌려 에스프레소를 주문했으니까요.
다른 여섯 곳은 어떻게 됐냐면요
이제 제 관심은 나머지 여섯 곳으로 옮겨졌습니다. 과연 이들은 지금 어떻게 됐을까요? 한때 유행했던 에스프레소바가 지금은 예전만큼 주목받지 못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미 사라진 곳도 꽤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찾아보니 예상과는 조금 다른 결과가 나왔습니다.
짹짹커피가 기막히게 활용했던 기획 기사가 나온 건 2022년. 당시만 해도 에스프레소바는 대세로 올라서는 듯했습니다. 실제로 네이버 검색량을 보면, 에스프레소바는 2021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해 2022년 상반기에 관심이 정점을 찍었거든요. 하지만 이후 검색량이 빠르게 줄어들며 대중의 관심에서도 멀어지는 모습을 보였죠.
그래서인지 여섯 곳 중에는 아예 다른 업종으로 전환한 곳도 있었습니다. 바렌나는 바스크하우스라는 이름의 치즈케이크 전문점으로 탈바꿈했죠. 하지만 나머지 다섯 곳은 모두 기존 브랜드를 유지하며 매장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에스프레소바에 대한 관심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을 생각하면 의외의 결과였죠.
특히 각자가 브랜드의 경쟁력을 키워온 방식이 다채로운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에스프레소를 넘어 베이커리 성격을 강화한 춘천의 오이트부터, 오션뷰와 공간 경험을 앞세워 로컬 목적지로 자리 잡은 까사부사노, 프랜차이즈로 사업 영역을 넓힌 프랭크커핀바까지. 에스프레소라는 고유한 성격은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매력을 더하거나, 더 많은 고객과 만날 수 있는 접점을 늘리고 있었죠.
반면 기존 에스프레소바의 전문성을 더욱 뚜렷하게 이어가는 곳들도 있었습니다. 카페 델 꼬또네는 성수, 북촌, 강남구청 등 서울의 주요 상권을 중심으로 매장을 확장해 왔고, 딥커피로스터스 역시 대구를 중심으로 에스프레소 전문점의 정체성을 이어가고 있었는데요. 이들은 비교적 유동 인구가 많고 구매력이 높은 대도시에서 출발했다는 공통점이 있었죠.
이렇게 놓고 보니 짹짹커피의 ‘7대 에스프레소바’ 전략은 더욱 재미있게 느껴졌습니다. 짹짹커피 역시 매장을 늘리고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며 사업을 확장해 왔지만, 그 과정에서도 ‘전국 7대’라는 타이틀을 꾸준히 활용하고 있었거든요.
짹짹커피의 출발점은 거제였습니다. 지역 주민뿐 아니라 관광객까지 끌어들이려면 일부러 찾아갈 만한 이유를 만드는 것이 중요했을 텐데요. ‘전국 7대 에스프레소바’라는 타이틀은 그런 방문 동기를 만들어주는 효과적인 장치였던 셈입니다.
더욱이 에스프레소바 트렌드가 저문 뒤에도 이 타이틀은 여전히 새로운 고객의 관심을 끄는 데 활용되고 있었고요. 그사이 지점까지 늘리면서 이제는 거제의 한 매장뿐 아니라 더 많은 곳에서 고객과 만날 수 있는 구조도 만들어냈습니다.
대표가 되거나, 변주를 줘야 합니다
지금까지 우연히 발견한 입간판 하나에서 시작해 ‘전국 7대 에스프레소바’를 추적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흥미로우셨나요? 사실 에스프레소바가 그랬듯, 하나의 트렌드가 뜨고 지는 일은 생각보다 자주 벌어집니다. 특히 F&B 업계에서는 더욱 빈번하게 일어나고요. 때로는 이러한 흐름에 따라 브랜드의 흥망성쇠가 결정되기도 하죠. 그런 점에서 짹짹커피를 포함해 살아남은 여섯 곳의 에스프레소바는 반짝 트렌드가 지나간 뒤에도 지속 가능한 브랜드로 남으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잘 보여줍니다.
우선 트렌드가 식더라도 그 카테고리를 대표하는 브랜드가 되면 쉽게 잊히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제 에스프레소바를 일부러 찾아다니지 않을 수 있지만, ‘전국 7대’라는 타이틀에는 여전히 한 번쯤 관심이 갑니다. 어떤 트렌드든 그 분야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기억된다는 건 그만큼 의미가 있는 일이죠. 물론 꼭 특별한 타이틀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닙니다. 꾸준히 전문성을 쌓아 해당 분야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다지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아무리 작은 시장이라도 그 안에서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는다는 건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니까요.
또 하나는 특정 유행에만 기대지 않고 여러 자산을 함께 쌓는 일입니다. 만약 에스프레소라는 메뉴 하나와 당시의 트렌드에만 기대고 있었다면 다른 에스프레소바들도 지금처럼 살아남기 어려웠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들은 로컬의 감성과 공간 경험을 강화하거나, 베이커리 같은 새로운 메뉴를 더하며 여전히 고객에게 선택받고 있습니다. 상당수는 오히려 지점을 늘리며 사업을 확장했고요. 물론 바렌나처럼 기존 카테고리를 벗어나 아예 새로운 콘셉트로 전환하는 것도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은 접근성입니다. 이들 중 상당수가 그동안 쌓아온 브랜드 자산을 바탕으로 점포를 늘려왔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트렌드가 한창일 때는 새로운 경험을 찾아 고객이 브랜드를 방문하지만, 그 관심이 잦아든 뒤에는 브랜드 스스로 더 많은 고객과 만날 기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점포를 늘려 접근성을 높이는 것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죠. 결국 좋은 브랜드를 만드는 것만큼이나, 고객이 이를 쉽게 만날 수 있도록 접점을 늘리는 일도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생각해 보면 제가 짹짹커피를 찾은 이유도 에스프레소가 좋아서가 아니었습니다. 우연히 발견한 ‘전국 7대’라는 문구가 호기심을 자극했기 때문이죠. 유행이 한참 지난 뒤에도 누군가의 발길을 이끌어낼 이유가 남아 있다는 것. 어쩌면 브랜드가 오래 살아남는 비결은 여기에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