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토스, 겨우 5원 때문에 다툰다고요?
아래 글은 2026년 9월 16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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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클 3문장 요약
1. 베스트셀러 사재기나 네이버와 토스의 갈등은 모두 랭킹이 단순한 순위표가 아니라, 노출을 늘리고 새로운 수요까지 만들어내는 강력한 광고 수단이 되었음을 보여줍니다.
2. 특히 랭킹은 많은 사람이 선택했다는 신호를 주기 때문에, 패션·뷰티처럼 선택지는 많고 차이를 판단하기 어려운 시장에서는 소비자의 신뢰와 구매 전환을 함께 만들어냅니다.
3. 결국 플랫폼이 지켜야 할 것은 순위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순위를 사람들이 믿게 만드는 신뢰이며, 조작된 검색과 구매를 걸러내고 실제 만족까지 반영하는 시스템을 계속 보완해야 합니다.
광고가 아닌 사재기를 택한 이유는
무려 170만 부의 베스트셀러를 낸 이력이 있는 유명 작가가 자신의 책 1,600여 권을 사재기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됐습니다. 검찰은 광고비를 쓰는 것보다 베스트셀러 순위를 끌어올리는 편이 홍보 효과가 크다고 판단해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봤는데요. 얼핏 생각하면 조금 이상합니다. 자기 책을 자기 돈으로 사는 것보다, 차라리 그 돈으로 광고를 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싶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역설적으로 랭킹이 얼마나 강력한 광고 수단인지를 보여줍니다.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라가는 순간 서점 안에서 더 많이 노출되고, 독자에게 선택받을 가능성도 함께 커지기 때문입니다. 이미 많은 사람이 선택했다는 사실 자체가 또 다른 구매를 불러오는 셈이죠.
비슷한 맥락에서 볼 수 있는 것이 최근 네이버와 토스 사이에서 벌어진 신경전입니다. 네이버는 토스가 운영한 광고 상품이 자사 검색 순위를 왜곡할 수 있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토스는 이용자가 네이버에서 특정 상품이나 가게를 검색해 정답을 입력하면 5원 안팎의 포인트를 지급하는 광고를 운영했는데요. 네이버는 이렇게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검색량이 검색 알고리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 겁니다.
겨우 5원을 주는 광고에 왜 이렇게까지 민감하게 반응할까 싶지만, 베스트셀러 사재기와 함께 놓고 보면 이유는 명확해집니다. 랭킹이 더 이상 이미 만들어진 수요를 보여주는 지표에만 머물지 않고, 새로운 수요까지 만들어내는 장치가 됐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잘 팔려서 순위가 올라가는 것만큼이나, 순위가 올라서 더 잘 팔리는 일도 중요해진 시대가 된 겁니다.
노출은 물론 신뢰까지 만들어냅니다
이처럼 랭킹이 일반적인 광고보다 더 강력할 수 있는 건 단순히 노출을 늘려주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만약 더 잘 보이게 해주는 것이 전부라면 배너 광고나 검색 광고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겁니다. 진짜 차이는 신뢰까지 함께 만들어준다는 데 있습니다.
우리는 보통 랭킹이 많은 사람의 자연스러운 선택을 모아 만든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순위가 높은 상품을 보면 단순히 많이 노출된 상품이 아니라, 이미 다른 소비자에게 어느 정도 검증받은 상품이라고 받아들이게 됩니다. 랭킹에 드는 것만으로도 품질이나 만족도에 대한 일종의 인증 효과가 생기는 셈이죠.
이러한 효과는 선택지는 많지만 각각의 차이를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시장에서 더욱 강력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패션과 뷰티입니다. 예를 들어 전자제품은 어느 정도 스펙을 비교할 수 있지만, 패션에는 그런 절대적인 기준이 없습니다. 뷰티 제품 역시 실제 효능을 확인하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잠깐 사용해 보는 것만으로 알 수 있는 정보에는 한계가 있죠. 더욱이 최근에는 수많은 인디 브랜드가 등장하면서 선택지 자체도 폭발적으로 늘어났고요.
그래서 무신사와 올리브영 같은 플랫폼에서 랭킹이 강력한 영향력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상품이 상위권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수많은 선택지 가운데 ‘적어도 살펴볼 만한 상품’이라는 신호가 되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는 선택의 비용을 줄이고, 브랜드는 훨씬 많은 고객에게 발견될 기회를 얻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아예 리뷰와 구매 데이터를 쌓아 랭킹 진입을 돕는 마케팅 방식을 파는 기업들까지 등장했습니다. 챌린저스가 대표적입니다. 이들은 고객이 정해진 브랜드와 상품을 특정 채널에서 구매하게 한 뒤, 이를 인증하면 페이백을 해줍니다. 실제 구매를 모아 랭킹에 들도록 돕는 방식인 거죠.
기업이 이렇게까지 투자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많이 선택된 상품은 높은 순위에 오르고, 높은 순위에 오른 상품은 더 많이 노출됩니다. 이렇게 노출이 늘어나면 소비자는 이를 검증된 상품이라고 받아들이고, 다시 구매가 늘어납니다. 그리고 이 구매가 또다시 순위를 끌어올리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죠. 수요가 랭킹을 만들고, 랭킹이 다시 수요를 만드는 겁니다.
랭킹 자체가 신뢰를 받아야 합니다
이를 통해 네이버가 토스의 검색 광고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출판 시장에서 사재기를 법적으로 규제하는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이런 행위가 단순히 몇몇 상품의 순위를 바꾸는 데서 그치지 않고, 랭킹 시스템 전체가 쌓아온 신뢰를 훼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비자가 어느 순간 “저 순위도 돈을 주고 만든 것 아닐까?”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랭킹의 힘은 급격히 약해집니다. 순위에 올랐다는 사실이 더 이상 다른 사람에게 검증받았다는 의미를 주지 못하기 때문인데요. 그렇게 되면 랭킹이 가지고 있던 노출 효과뿐 아니라, 높은 전환율을 만들어내던 신뢰까지 함께 사라집니다.
그래서 플랫폼 입장에서는 랭킹을 투명하게 운영하는 것과, 조작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 사이의 균형을 잘 지켜야 합니다. 실제 대부분의 플랫폼들은 랭킹 알고리즘 공개 요구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곤 하는데요. 물론 플랫폼의 투명성을 높이는 일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알고리즘이 지나치게 자세히 공개되면 어떤 행동을 해야 순위를 높일 수 있는지 역으로 학습하기 쉬워지고, 결국 이를 공략하는 새로운 방법도 등장할 수 있다는 거죠. 측정 기준을 알게 되는 순간 사람들은 그 기준을 목표로 행동하기 시작하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랭킹과 평점이 가진 가치는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소비자는 모든 상품을 직접 비교하기 어려워지고, 대신 믿고 참고할 만한 기준을 더욱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음식점 리뷰 및 예약 서비스 타베로그는 그런 면에서 참고할 만합니다. 평점을 단순 평균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평가자가 누구냐에 따라 철저하게 가중치를 부여했고요. 덕분에 5점 만점에 3.5점 이상만 되어도 지역 맛집이라 불릴 정도로 변별력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평점의 신뢰가 그 자체로 플랫폼의 강력한 경쟁력이 된 겁니다. 결국 중요한 건 별점이나 랭킹을 제공하느냐가 아니라, 소비자가 그 숫자를 얼마나 믿느냐인 거죠.
그렇기에 플랫폼과 리테일러들은 단순히 더 정교한 랭킹 알고리즘을 만드는 것을 넘어, 이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유지할 것인가를 계속 고민해야 합니다. 조작된 검색과 구매를 걸러내고, 단순한 행동량보다 실제 만족과 후속 행동까지 반영하는 방향으로 끊임없이 보완해야 합니다.
하나 확실한 건 있습니다. 5원짜리 포인트나 1,600여 권의 사재기처럼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행동이 결과를 좌우할 수 있다고 소비자가 믿기 시작하는 순간, 랭킹의 가치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따라서 결국 플랫폼이 지켜야 하는 건 순위 그 자체가 아닙니다. 그 순위를 사람들이 믿게 만드는 신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