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콜마와 코스맥스, 전면에 나선 이유는
아래 글은 2026년 8월 26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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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클 3문장 요약
1. K뷰티 트렌드에 힘입어 화장품 수출이 크게 늘어나면서, 브랜드뿐 아니라 화장품을 대신 만들어주는 한국콜마와 코스맥스 같은 ODM 기업들도 함께 큰 수혜를 보고 있습니다.
2. 그런데 이제 이들은 제품을 만들어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무신사·올리브영 같은 플랫폼과 함께 가능성 있는 뷰티 브랜드를 직접 찾아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3. 이처럼 K뷰티 시장이 커질수록 브랜드, 플랫폼, 제조사의 역할은 점점 겹칠 수밖에 없고, 앞으로 한국콜마와 코스맥스가 어디까지 영역을 확장할지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겁니다.
화장품이 팔리니, 종이 회사가 돈을 법니다
요즘 주요 제지기업들의 실적이 뜨겁다고 합니다. 종이 수요가 줄어드는 와중에도 제품 포장에 쓰이는 백판지가 잘 팔리고 있기 때문인데요. K뷰티 열풍으로 화장품 수출이 늘어나면서, 그 포장재 수요까지 함께 커진 덕분이라고 하죠.
사실 이런 의외의 장면은 낯선 일이 아닙니다. 과거 골드러시 때도 정작 큰돈을 번 건 금을 캐러 간 사람들이 아니라, 청바지와 곡괭이를 판 사람들이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니까요. 이처럼 하나의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 그 주변에서 필요한 것들을 공급하는 기업들에게도 생각지 못한 기회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K뷰티에서 이런 기회를 가장 제대로 잡은 곳을 꼽으라면 한국콜마와 코스맥스를 빼놓기 어렵습니다. 수많은 인디 브랜드가 등장하고 해외에서 히트하면서, 이들의 제품을 대신 개발하고 생산하는 ODM 기업들도 함께 성장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지금의 K뷰티 생태계는 이들에게 유리합니다. 작은 브랜드가 소비자의 수요를 빠르게 발견하고, ODM의 기술과 생산 역량을 활용해 제품을 내놓는 방식이 보편화됐기 때문입니다. 어떤 브랜드가 다음 대박을 터뜨릴지는 몰라도, 새로운 브랜드와 제품이 계속 등장하는 한 ODM은 그 성장의 수혜를 받을 수 있는 구조인 거죠.
그런데 최근 조금 흥미로운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뒤에서 제품만 잘 만들어도 충분했던 한국콜마와 코스맥스가 이제 조금씩 전면에 나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직접 나서 브랜드를 키웁니다
지난 8월 21일부터 23일까지 사흘간 열린 무신사 뷰티 페스타에는 조금 낯선 이름의 부스가 등장했습니다. 화장품 브랜드가 아니라 코스맥스였죠. 코스맥스는 무신사와 함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신진 뷰티 브랜드 20곳을 골라 연합 부스를 꾸렸습니다. 제품 기획과 생산을 넘어, 마케팅과 브랜드 성장을 지원하고 직접 소비자와 만나는 자리까지 나선 겁니다.
한국콜마도 비슷합니다. 이미 지난해부터 올리브영과 손잡고, 유망 K뷰티 스타트업과 브랜드를 발굴·육성하는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과거 ODM의 역할이 고객사가 원하는 제품을 잘 만들어주는 데 있었다면, 이제는 어떤 상품을 만들고 어떻게 브랜드로 키울지까지 관여하기 시작한 거죠.
뷰티 업계 일각에서는 무신사와 코스맥스, 올리브영과 한국콜마의 대결 구도가 생겼다는 이야기까지 나옵니다. 물론 이는 다소 과한 해석일 수 있습니다. 다만 적어도 숨은 조연에 머물던 ODM 기업들이 무대 앞으로 나오고 있다는 점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들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ODM의 사업 구조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제품을 한 번 만들어주는 것보다 중요한 건, 그 제품이 잘 팔려 대량의 재주문으로 이어지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잘될 브랜드를 고객으로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가 향후 생산 물량을 좌우하고요. 생산 물량이 늘면 공장 가동률과 생산 효율도 높아지는 만큼, 이는 결국 ODM 기업의 수익성과도 직결됩니다.
그렇다면 성공한 브랜드가 찾아오기를 기다리기보다, 가능성 있는 브랜드를 먼저 찾아 함께 키우는 편이 낫습니다. 브랜드가 성공하면 ODM 역시 더 많은 주문을 받을 수 있고, 초기부터 함께한 만큼 관계도 더욱 단단해질 수 있으니까요.
결국 ODM의 경쟁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누가 화장품을 더 잘 만드느냐를 넘어, 누가 다음 히트 브랜드를 먼저 발견하고 키우느냐가 중요해지고 있는 겁니다.
영원한 친구도 적도 없는 법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조금 더 멀리 바라보면 흥미로운 지점이 하나 있습니다. 하나의 산업이 성장하면 그 앞뒤에 있는 기업들도 함께 성장하지만, 파이가 충분히 커지고 나면 더 많은 기회를 잡기 위해 서로의 영역을 넘나들기 시작한다는 점입니다.
온라인 쇼핑이 대표적입니다. 이커머스가 성장하면서 쇼핑 플랫폼과 택배회사는 나란히 큰 수혜를 입었습니다. 하지만 쿠팡이 직접 물류망을 구축하고, 반대로 택배회사들이 풀필먼트로 영역을 넓히면서 지금은 둘 사이의 경계가 상당히 흐려졌습니다. 함께 시장을 키웠던 파트너가 어느 순간 경쟁자가 된 셈이죠.
K뷰티 역시 지금까지는 역할이 비교적 명확했습니다. 인디 브랜드는 소비자의 수요를 빠르게 발견해 상품을 기획했고, 한국콜마와 코스맥스는 이를 실제 제품으로 만들었으며, 올리브영은 소비자에게 발견되고 판매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했습니다. 이 세 축이 맞물려 돌아간 것이 지금의 K뷰티 붐을 만든 중요한 원동력이기도 했고요.
하지만 이제 이 경계가 조금씩 움직이고 있습니다. 플랫폼은 유망한 브랜드를 직접 발굴하고 키우려 하고, ODM은 제조를 넘어 상품과 브랜드 기획,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영역까지 올라오고 있습니다. 지금은 서로의 강점을 합치는 협력 관계지만, 각자의 영역이 넓어질수록 겹치는 지점 역시 많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한국콜마와 코스맥스에 중요한 건 단순히 화장품을 얼마나 잘 만드느냐만은 아닐 겁니다. 브랜드와 플랫폼의 성장을 돕는 파트너로 남으면서도, 커지는 K뷰티 산업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어디까지 넓힐 것인지가 새로운 과제가 될 테니까요.
최근 이들이 이전과 다른 행보를 보이는 것도 어쩌면 그 경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신호일지 모릅니다. 그래서 앞으로 K뷰티의 변화를 읽을 때는 최전선의 브랜드뿐 아니라, 그 뒤에 있던 기업들의 움직임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