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커버리 키운 F&F, 왜 이름까지 샀을까?

디스커버리 키운 F&F, 왜 이름까지 샀을까?

트렌드라이트
@trendl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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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2026년 8월 19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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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클 3문장 요약

1. F&F는 디스커버리를 직접 키워 국내 대표 아웃도어 브랜드로 만들었지만, 여전히 이름의 주인은 아니었기 때문에 계약 리스크를 안고 있었는데, 이번 상표권 인수를 통해 ‘빌려 쓰는 브랜드’를 ‘직접 소유한 브랜드’로 바꾸게 됐습니다.

2. 국내 시장만 보면 과잉 투자처럼 보일 수 있지만, F&F는 MLB로 검증한 글로벌 확장 경험을 바탕으로 디스커버리를 지역 제한 없이 키우고, 패션을 넘어 화장품·음료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3. 이번 거래는 한국 기업이 남의 IP를 활용해 브랜드를 만드는 단계를 넘어, 자신이 키운 브랜드 가치를 직접 소유하고 IP화해 새로운 사업과 라이선스 수익으로 확장하는 시대로 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1천억을 들여 내 이름을 삽니다

F&F가 미국 디스커버리 커뮤니케이션스로부터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의 글로벌 상표권과 지식재산권을 8,0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132억 원에 인수했습니다. 아마 이 소식을 보고 의아했던 분들도 계실 겁니다. 이미 잘 팔고 있던 디스커버리라는 브랜드의 이름을 왜 굳이 1천억 원이 넘는 돈을 들여 다시 사야 했는지 말입니다.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우리가 흔히 디스커버리라고 부르는 아웃도어 패션 브랜드는 모두가 잘 아는 TV 채널 디스커버리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이를 패션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아이디어를 낸 건 한국 패션기업 F&F였습니다. 김창수 회장이 직접 미국 디스커버리 채널 본사를 찾아가 이 사업을 제안했다고 하죠.

이후 디스커버리는 국내에서 연매출 4천억 원 안팎을 기록하는 브랜드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름의 주인은 F&F가 아니었습니다. 처음에는 국내에서만 사업할 수 있었고요. 2024년에 들어서야 중국과 대만 등 해외 시장으로 본격 확장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래서 F&F는 공시 자료에서 이러한 구조 자체를 리스크 요인으로 꼽기도 했습니다. 아무리 브랜드를 잘 키워도 계약 조건이 바뀌거나, 원 IP 보유자가 직접 사업에 나서면 언제든 흔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뉴발란스가 2027년부터 국내 직진출을 선언한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이번 거래를 단순히 계약 리스크를 없애기 위한 선택으로만 보면 다소 좁은 해석입니다. F&F는 이번 인수를 통해 디스커버리를 더 이상 ‘빌려 쓰는 브랜드’가 아니라 ‘직접 소유한 브랜드’로 바꿨습니다. 그만큼 지금까지보다 훨씬 많은 선택지를 손에 넣게 된 겁니다.


국내가 아닌 글로벌을 바라본 겁니다

사실 현재 국내 실적만 놓고 보면 이번 인수는 과잉 투자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국내 아웃도어 시장이 이미 성장 정체기에 접어든 상황이고요. 디스커버리의 매출 역시 2022년 4,915억 원을 정점으로 3년 연속 감소하며, 2025년에는 3,538억 원까지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해외로 시선을 돌리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F&F는 이미 또 다른 라이선스 브랜드인 MLB를 통해 해외에서 1조 원에 가까운 매출을 만들어낸 성공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시아 11개국에 대한 독점 라이선스권을 확보하며, 디스커버리의 해외 진출도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죠.

그럼에도 여전히 제약은 있었습니다. 특히 최근 여러 국내 브랜드들이 전통적인 중국과 동남아 시장을 넘어 북미와 유럽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기에, 더 빠르고 자유롭게 영역을 넓힐 필요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매번 라이선스 계약 조건에 맞춰 움직이기보다, 지역 제한 없이 직접 사업을 전개할 수 있는 기반이 필요했던 겁니다. 그리고 이번에 글로벌 상표권까지 손에 넣으면서, F&F는 그 기반을 마련하게 된 거고요.

또 하나 중요한 건 디스커버리의 확장이 아웃도어 패션에만 머물 필요가 없다는 점입니다. 탐험과 자연, 여행이라는 이미지는 라이프스타일은 물론 뷰티나 잡화 등 전혀 다른 카테고리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번 계약에는 의류와 신발뿐 아니라 화장품 관련 상표권이 포함됐고, 건강기능식품과 비알코올음료 등으로 상표를 확장할 수 있는 권한까지 담겼다고 합니다. 당연히 이러한 카테고리 역시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까지 겨냥한 선택일 가능성이 큽니다.

사실 F&F가 MLB와 디스커버리를 연이어 성공시키면서, 패션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던 IP를 활용한 라이선스 브랜드가 국내에서 한동안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BBC, 코닥, 폴라로이드 등이 대표적이죠. 이번 디스커버리 사례는 이 모델의 다음 단계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일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브랜드의 이름을 빌려오는 데서 그치는 것을 넘어, 그렇게 키운 브랜드를 직접 소유하고 글로벌로 확장하는 대표적인 모델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브랜드는 언제든 IP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번 사례는 라이선스 브랜드뿐 아니라, IP 자산을 쌓기 시작한 다른 국내 기업들에게도 좋은 선례가 될 수 있습니다.

최근 뷰티와 식품, 콘텐츠를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글로벌 K브랜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좋은 상품을 만들어 해외에 판매하는 것이 주된 목표였다면, 앞으로는 그 과정에서 쌓인 브랜드 자체를 하나의 IP로 바라보는 기업이 더 많아질 겁니다. 즉 지금까지 한국 기업이 F&F처럼 기존 IP를 잘 활용해 새로운 브랜드를 만드는 역할을 해왔다면, 앞으로는 반대로 자신이 가진 IP를 다른 기업이 활용하도록 하는 ‘원 IP 보유자’의 위치에 설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어떤 산업에서 출발했느냐가 아닙니다. 소비자에게 얼마나 강한 이미지와 의미를 축적했느냐입니다. 예를 들어 불닭은 이미 단순한 라면 제품을 넘어 강렬한 캐릭터와 컬러, 매운맛이라는 이미지를 갖췄습니다. 최근에는 마스코트까지 교체하며 IP의 소유권을 더 명확히 하기도 했죠. 이렇게 축적된 이미지는 새로운 사업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꼭 패션일 필요도 없습니다. 자신이 가진 이미지를 활용해 새로운 상품이나 공간, 콘텐츠로 확장하는 것도 충분히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자산을 쌓은 기업은 이번에 디스커버리 IP가 1천억 원이 넘는 대가에 거래된 것처럼 새로운 라이선스 수익을 만들 수도 있고, 브랜드의 영역을 전혀 다른 산업으로 넓힐 수도 있을 겁니다.

어쩌면 이번 거래가 보여주는 가장 큰 변화는 여기에 있습니다. 한국 기업이 더 이상 남의 IP를 잘 활용하는 단계에만 머물지 않고, 자신이 만든 브랜드 가치를 직접 소유하고 확장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앞으로는 국내 기업이 보유한 IP를 다른 기업에 빌려주고 수익을 얻거나, 이를 전혀 새로운 브랜드와 사업으로 확장하는 사례도 점점 더 자주 볼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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