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가 없었어도 요리 예능은 떴을 겁니다
아래 글은 2026년 8월 05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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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클 3문장 요약
1. 최근 요리 예능의 부상은 ‘흑백요리사’의 성공만으로 설명하기 어렵고, TV 광고 매출만으로는 콘텐츠 제작이 어려워진 환경에서 방송사가 새로운 수익원을 찾기 쉬운 장르로 요리 예능을 주목하게 된 결과에 가깝습니다.
2. 음식과 셰프는 협업 상품, 팝업스토어 등으로 곧바로 확장될 수 있어 콘텐츠와 커머스가 가장 짧은 동선으로 만나는 소재이며, 실제로 ‘스트릿 레스토랑 파이터’ 팝업스토어와 ‘흑백요리사의 밤 티라미수 컵’ 사례가 이를 보여줍니다.
3. 다만 팝업이나 단순 상품화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IP가 되기 어렵기 때문에, 요리 예능이 장기적인 수익 모델로 자리 잡으려면 방송이 끝난 뒤에도 고객이 다시 찾을 만큼 경쟁력 있는 상품과 브랜드를 함께 만들어야 합니다.
어딜 가도 요리 예능입니다
최근 요리 예능이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습니다. JTBC의 ‘냉장고를 부탁해’가 여전히 높은 화제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tvN도 연이어 새로운 프로그램을 성공시키고 있기 때문이죠. ‘언더커버 셰프’는 6%라는 높은 시청률로 막을 내린 뒤 곧바로 스핀오프 제작이 확정됐고, ‘스트릿 레스토랑 파이터’도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심지어 인기 예능 시리즈 ‘뿅뿅 지구오락실’의 두 번째 스핀오프인 ‘우주떡집’조차 겉으로는 요리 예능의 틀을 갖추고 있을 정도죠.
아마 이처럼 셰프들이 새로운 스타로 주목받고, 요리 예능이 계속 등장하는 이유로 대부분은 ‘흑백요리사’의 성공을 떠올릴 겁니다. 실제로 ‘흑백요리사’는 시즌 1과 2 모두 국내는 물론 글로벌에서도 크게 흥행하며, 한동안 뜸했던 요리 예능을 다시 전면에 불러냈습니다. 지금 여러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셰프들 역시 대부분 ‘흑백요리사’를 통해 먼저 주목받았고요.
하지만 요리 예능이 지속적으로 기획되고 제작되는 흐름을 단지 ‘흑백요리사’ 하나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TV의 영향력은 약해지고, 광고 매출만으로는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기 어려워진 환경이 요리 예능의 부상을 이끌었다고 보는 편이 더 자연스럽습니다. 요리 예능은 방송사가 콘텐츠를 기반으로 새로운 수익원을 만들기 가장 좋은 장르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흑백요리사'는 요리 예능 부활의 유일한 원인이라기보다, 이미 바뀌고 있던 콘텐츠의 사업화 흐름을 크게 가속한 촉매에 가까웠던 거죠.
커머스와 만나기 가장 쉽습니다
이러한 특징을 다시 한번 실감한 건, 아직 방영 중인 ‘스트릿 레스토랑 파이터’의 팝업스토어가 롯데백화점 잠실점에 열린 모습을 봤을 때였습니다. 예능이 인기를 끈 뒤 협업 상품이나 팝업스토어가 나오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다만 이번에는 시점이 달랐습니다. 프로그램의 성공 여부가 확인되기도 전에 행사가 먼저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박상우 롯데백화점 마케팅부문장에 따르면, 이번 팝업스토어는 프로그램 기획 단계부터 준비됐다고 합니다. 방송에서 화제를 모은 메뉴를 시청자가 곧바로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죠. 방송 중간중간에도 이를 알리는 자막이 계속 등장했고요.
그런데 이처럼 예능 IP와 백화점 팝업스토어를 연결하려는 시도는 단지 이번 프로그램 하나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아빠! 어디가?’의 PD로 잘 알려진 김유곤 CJ ENM 예능본부장의 링크드인 게시글에도 그 배경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었는데요. 지금 필요한 건 예능을 단발성 방송 프로그램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IP로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며, 기획 단계부터 협찬과 유통, 사업화라는 세 가지 파이프라인을 어떻게 작동시킬지 고민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음식과 셰프는 콘텐츠와 커머스가 가장 짧은 동선으로 맞닿을 수 있는 소재였던 거죠.
우리는 이러한 가능성을 요리 예능을 다시 주류로 끌어올린 ‘흑백요리사’ 시즌 1에서 이미 확인했습니다. CU가 우승자인 ‘나폴리맛피아’ 권성준 셰프와 협업해 만든 ‘밤 티라미수 컵’은 누적 판매량 250만 개, 매출 122억 원을 돌파할 정도로 큰 파급력을 만들어냈으니까요.
상품뿐 아니라 셰프의 가게와 브랜드 역시 유통업체가 모셔오고 싶어 하는 대상이 된 지 오래입니다. 사실 예능이 없었을 때도 맛집을 데려와 고객을 모으는 건 오래된 전략이었습니다. 여기에 콘텐츠가 더해지면 화제성은 커지고, 생명력은 더 길어집니다.
대표적으로 한때 눈에 띄게 줄어들었던 롯데월드몰 내 ‘쌤쌤쌤’의 웨이팅은 김훈 대표가 ‘흑백요리사’ 시즌 2와 ‘스트릿 레스토랑 파이터’에 연이어 출연한 뒤 다시 길어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롯데 입장에서는 새 매장을 들여온 것 못지않은 효과를 누릴 수 있으니 무척 반가운 일이었을 겁니다. 이처럼 F&B 매장이 요리 예능과 만났을 때 만들어지는 파급력을 알기에, 방송사와 유통사는 이제 기획 단계부터 함께 움직이기 시작한 것 아닐까요?
방송이 끝난 뒤에도 잘 팔려야 합니다
다만 김유곤 본부장이 직접 언급한 것처럼, 이러한 시도들은 아직 첫발을 뗀 단계에 가깝습니다. ‘스트릿 레스토랑 파이터’ 팝업스토어만 하더라도 그 자체로 큰 매출을 만들기는 어렵습니다. 팝업스토어는 단기간에 화제성을 만들기 좋고 방송과도 잘 어울리지만, 지속 가능한 매출원이 되기에는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2024년 현대백화점이 직접 투자해 화제가 된 KBS 예능 ‘팝업상륙작전’이 오래 이어지지 못한 것도 같은 이유였고요.
그렇다고 상품화 자체가 곧바로 답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예를 들어 ‘신상출시 편스토랑’은 한동안 편의점 협업 상품을 꾸준히 선보였고, 최근에도 간편식 출시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예전만 못해지면서, 상품이 만들어내는 파급력도 함께 줄어들었습니다. 콘텐츠의 재미와 화제성, 그리고 상품 출시와 유통으로 이어지는 수익화 과정이 모두 맞물려야 지속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그래도 출발점은 결국 상품입니다. 일시적인 유행에 그치지 않고 오래가는 사례들은 대부분 상품의 본질적인 경쟁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입니다. 콘텐츠를 기반으로 출발했지만 이후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은 미스터비스트의 초콜릿 브랜드 ‘피스터블스’가 대표적입니다. 초기에는 창업자의 유명세를 활용했지만, 이후에는 브랜드 자체를 키우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며 지속성을 만들 수 있었죠.
요리 예능과 상품의 협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단기적인 화제성은 언젠가 가라앉기 마련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상품 자체에 더 힘을 싣고 준비해야 합니다. 특히 콘텐츠의 흥행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검증된 브랜드와 협업하거나, 유통 채널과 함께 상품 개발과 운영에 투자해 실패 가능성을 낮추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결국 요리 예능이 지속 가능한 IP로 자리 잡으려면 방송의 인기를 상품에 단순히 옮겨 담는 데서 그쳐서는 안 됩니다. 방송이 끝난 뒤에도 고객이 다시 찾을 만한 제품과 브랜드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요리 예능의 전성기도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새로운 장기 수익 모델로 이어질 수 있을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