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편의점·알람 앱까지 아이돌을 찾는 이유
아래 글은 2026년 7월 29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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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클 3문장 요약
1. 백화점과 편의점은 물론 알람 앱까지 콘텐츠와 IP를 들여오는 이유는, 규모와 구색, 접근성, 기능 같은 본업의 경쟁력만으로는 더 이상 고객이 굳이 찾아오고 다시 선택할 이유를 만들기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2. K팝스퀘어와 GS25의 아이돌 이벤트, 알라미의 IP 협업은 모두 팬덤이 가진 감정과 경험을 활용해 고객에게 방문과 이용의 명분을 새로 만들어주는 시도입니다.
3. 다만 IP 협업은 비용이 큰 만큼 단순히 사람을 모으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되며, 결국 승부는 모인 고객을 본업 안에 오래 머물게 하고 실제 구매와 구독 같은 수익으로 연결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모두가 콘텐츠를 들여옵니다
얼마 전 롯데백화점 잠실점을 찾았다가 조금 낯선 매장 하나가 눈에 띄었습니다. 지하철역에서 쇼핑몰로 들어가는 입구 쪽에 자리 잡은 ‘케이팝스퀘어’였죠. K팝 굿즈와 포토부스, 포토카드 자판기 등을 한데 모아놓은 공간이었는데요. 처음 봤을 때만 해도 솔직히 조금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부 팬을 제외하면 과연 누가 일부러 찾아올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주말에 다시 지나가 보니 예상과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매장 안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몰려 있었고, 특히 외국인 관광객들이 굿즈를 살펴보거나 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잠실 롯데타운 정도의 입지라면 굳이 고객을 모으기 위한 콘텐츠가 필요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대형 백화점과 쇼핑몰조차 K팝이라는 IP를 활용해 고객이 일부러 찾아올 이유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비슷한 변화는 편의점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 GS25는 단순히 아이돌 굿즈를 판매하는 데서 나아가, 컴백 이벤트의 기획 단계부터 참여하며 편의점을 팬덤이 모이는 오프라인 거점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가까운 매장에 들르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아이돌을 만나기 위해 특정 편의점을 일부러 찾아가게 만드는 것이죠. 그 결과 올해 K팝 아이돌 관련 매출이 2023년 대비 100나 성장했다고 하고요.
더 흥미로운 건 이런 흐름이 오프라인 리테일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으로 알람 앱 ‘알라미’를 운영하는 딜라이트룸도 최근 SBS 예능 PD 출신 인사를 콘텐츠 본부장으로 영입하고, K팝과 웹툰, 캐릭터 IP와의 협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사용자가 매일 아침 마주하는 알람 화면을 아티스트와 팬이 만나는 콘텐츠 공간으로 바꾸겠다는 건데요.
이처럼 백화점과 편의점은 물론, 심지어 알람 앱까지 콘텐츠를 들여오고 있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본업만으로 선택받기 어려워졌습니다
그럼 하나씩 살펴볼까요? 이들은 모두 본업의 경쟁력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려워졌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먼저 대형 백화점과 쇼핑몰은 오랫동안 규모와 구색으로 고객을 모았습니다. 더 많은 브랜드와 맛집, 영화관과 각종 편의시설을 한데 모아두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었죠. 하지만 이제 이런 방식은 대부분의 리테일이 갖춰야 할 기본 조건이 됐습니다. 여기에 온라인 쇼핑이라는 강력한 대체재까지 등장하면서, 굳이 매장을 찾아와야 할 이유를 새로 만들어야 했고요.
편의점도 비슷합니다. 이들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은 오랫동안 접근성이었습니다. 집이나 회사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고객을 불러올 수 있었죠. 하지만 출점 경쟁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비슷한 거리에 여러 편의점이 생겼고, 택배와 배달, 간편식과 자체 브랜드 상품까지 빠르게 비슷해지면서 특정 브랜드를 선택해야 할 이유는 점점 약해졌습니다.
알람 앱 같은 서비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알라미는 사진을 찍거나 수학 문제를 풀어야 알람이 꺼지는 기능으로 기본 알람과 차별화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기능이 독특하더라도 사용자가 알람 앱을 쓰는 가장 큰 이유는 결국 제때 일어나기 위해서입니다. 경쟁 앱들이 비슷한 기능을 도입하고 기본 기능이 상향 평준화될수록, 기능만으로 사용자를 붙잡는 데는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구색, 접근성, 기능이라는 이들의 본질적인 경쟁력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경쟁자가 비교적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반면 특정 IP를 좋아하는 감정이나 팬덤이 함께 쌓아온 경험은 단기간에 복제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기업들은 IP를 들여오고, 이를 통해 고객이 자신을 선택해야 할 이유를 다시 만들고 있습니다. 케이팝스퀘어는 쇼핑할 일이 없던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롯데월드몰을 방문할 명분을 제공하고요. GS25의 아이돌 이벤트는 가까운 편의점이 아니라 특정 편의점을 찾아가게 만듭니다. 알라미는 매일 반복되는 알람을 좋아하는 아티스트와 만나는 시간으로 바꾸며, 단순한 사용 습관에 감정을 더하고 있죠.
본업만으로 차별화하기 어려워질수록 기업들이 팬덤과 IP를 더 찾게 되는 이유입니다.
방문을 수익으로 연결해야 합니다
다만 IP를 도입했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성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큰 효과를 만들려면 인기 아티스트나 캐릭터와의 협업이 필요한데, 당연히 적지 않은 비용이 듭니다. 더욱이 이미 강한 팬덤을 가진 IP일수록 계약 조건도 까다롭죠. 따라서 IP가 만든 관심과 방문을 본업의 수익으로 연결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손실만 남을 수 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롯데월드몰의 케이팝스퀘어와 GS25의 아이돌 굿즈에 고객이 몰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이들이 매장에 들어와 다른 브랜드와 상품까지 구매하도록 체류 시간과 소비를 늘려야 합니다. 알라미 같은 서비스도 콘텐츠로 모은 신규 사용자를 실제 유료 구독으로 전환할 수 있는 구조가 준비되어 있어야 하고요. 즉 IP가 최종 목적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고객을 본업으로 연결하는 입구가 되어야 하는 셈입니다.
이 때문에 앞으로의 경쟁력은 단순히 유명한 IP를 얼마나 많이 확보했느냐에서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자신이 이미 가진 고객 접점과 어떤 IP가 잘 맞는지 먼저 골라야 하고요. 무엇보다 좋은 상품과 가격, 기능 같은 본질적인 경쟁력도 함께 뒷받침돼야 합니다. 그래야 반복 방문과 추가 구매를 만들 수 있으니까요.
결국 IP 경쟁의 진짜 승자는 사람을 가장 많이 모은 기업이 아니라, 모인 사람들을 자신의 본업 안에 가장 오래 머물게 하는 기업이 될 겁니다.
재테크 벼락치기 노트 대.공.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