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의 외국인 암행어사가 시사하는 건
아래 글은 2026년 7월 22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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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클 3문장 요약
1. 조선미녀의 사례처럼 이제 한국 브랜드와 리테일은 국내 소비자에게 먼저 검증받은 뒤 해외로 나가는 방식이 아니라, 처음부터 글로벌 고객의 기준을 염두에 두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2. 현대백화점이 외국인 고객만으로 구성된 ‘글로벌 CX 어드바이저’를 운영하는 것도 이러한 변화의 연장선으로, 매장 경험의 평가 기준이 내국인 중심에서 글로벌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3. 다만 장기적인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외국인 고객의 편의성을 높이는 데서 그쳐서는 안 되며, 국내 고객에게도 계속 선택받는 공간으로 남는 동시에 한국적 매력까지 지켜내야 합니다.
처음부터 글로벌을 노립니다
조선미녀는 K뷰티 성공을 이끈 대표 브랜드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국내 인지도는 높지 않았습니다. 초기 반응도 좋지 않았죠. 브랜드 이름이 촌스럽다거나, 한방 콘셉트는 이미 유행이 지났다는 평가를 받았으니까요.
하지만 조선미녀는 크게 개의치 않았습니다. 애초부터 이들이 겨냥한 시장은 한국이 아니라 미국이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는 진부하게 여겨지던 요소를 미국 소비자들은 오히려 신선하고 매력적인 것으로 받아들였고요. 결국 조선미녀는 틱톡과 아마존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며 K뷰티를 대표하는 글로벌 브랜드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이제는 한국에서 통하는 것이 곧 세계에서도 통한다는 공식이 반드시 성립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최근 성공하는 한국 브랜드들은 기획 단계부터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국내 소비자의 기준에 맞춘 뒤 해외로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해외 고객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고려하는 방식으로 출발하는 겁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브랜드를 넘어 국내 리테일 매장에도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평가의 기준을 외국인으로 맞춥니다
지난주 흥미로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현대백화점이 외국인 고객으로 구성된 ‘글로벌 CX 어드바이저’를 운영한다고 밝힌 건데요. 국내 고객으로 자문단을 꾸린 사례는 있었지만, 외국인 고객만으로 구성한 사례는 처음이라고 합니다.
이는 내국인에게는 너무 익숙해서 잘 보이지 않던 불편을 찾아내기 위한 시도일 텐데요. 동선부터 안내 표시판, 결제에 이르기까지 매장 경험 전반을 외국인의 시각에서 다시 바라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이처럼 새로운 시도가 등장한 건 외국인 고객의 중요성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입니다. 최근 주요 리테일 기업과 상권에서는 외국인 매출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올리브영은 외국인 매출이 연간 1조 원을 넘어섰고, 전체 오프라인 매출의 25% 이상을 차지할 정도죠.
그러다 보니 이제 한국 리테일의 평가 기준도 내국인 중심에서 글로벌 중심으로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조선미녀가 국내 소비자에게는 낯설거나 촌스럽게 보였던 요소를 해외 시장에서는 매력으로 바꿔낸 것처럼, 앞으로 명동이나 성수 같은 외국인 상권에서는 우리가 보기에 낯설거나 불편한 매장이 오히려 더 많아질 수 있습니다. 내수 소비의 성장이 사실상 정체되고 외국인 소비가 새로운 기회가 된 이상, 이는 충분히 합리적인 선택이라 볼 수 있습니다.
더구나 현대백화점은 최근 일본 오모테산도에 첫 해외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고, 이를 2030년까지 아시아 전역 10곳으로 늘리겠다는 포부도 밝혔습니다. 그런 점에서 국내 매장을 외국인의 시선으로 점검하는 일은 단순한 고객 경험 개선을 넘어, 해외 사업을 준비하기 위한 사전 예습에 가깝습니다.
다만 균형은 지켜야 합니다
물론 이러한 변화가 항상 긍정적인 결과만 가져오는 것은 아닙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명동입니다. 외국인 관광객 중심으로 상권이 재편되면서 내국인의 발길은 점차 줄었고, 코로나19로 해외 관광이 멈추자 상권 전체가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이후 관광 수요가 회복되며 다시 살아나기는 했지만, 특정 고객층에 지나치게 의존했을 때 어떤 위험이 생기는지를 잘 보여준 사례였습니다.
실제로 리테일보다 앞서 글로벌 공략에 나선 브랜드들도 최근 전략을 조금씩 조정하고 있습니다. 조선미녀나 아누아처럼 해외에서 먼저 성공한 브랜드들이 다시 국내 시장에 힘을 싣고 있는 건데요. 국내에서 브랜드 기반을 탄탄하게 다져야 해외에서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한국 시장은 이제 로컬 브랜드뿐 아니라 글로벌 브랜드들에게도 중요한 테스트베드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한국 시장 자체가 유행을 선도한다는 인식이 생기고 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국내에서 성공한 경험이 해외 시장 확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죠. 외국인 고객이 한국 브랜드와 매장을 찾는 것 역시 결국 ‘한국’이라는 브랜드가 가진 긍정적 이미지에 기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국내 시장의 상징성과 영향력은 여전히 작지 않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균형입니다. 외국인 고객을 위한 전략은 앞으로 더 중요해지겠지만, 그렇다고 내국인 고객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글로벌 고객에게 매력적인 경험을 만들면서도, 국내 고객에게도 계속 선택받는 공간으로 남아야 합니다.
이는 브랜드뿐 아니라 리테일도 해외로 진출하는 시대에 더욱 중요해질 기준입니다. 외국인 고객의 편의성을 높이는 동시에, 한국이라는 로컬이 가진 매력도 함께 지켜야 경쟁력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지 매장보다 더 익숙하고 편한 공간이 되기는 어려운 만큼, 결국 한국 리테일만의 차별화 포인트가 필요합니다. 그 답은 글로벌 고객의 기준과 한국적 매력 사이의 균형에서 나올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