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피알, 아니 K뷰티는 영속할 수 있을까?

에이피알, 아니 K뷰티는 영속할 수 있을까?

트렌드라이트
@trendl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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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2026년 7월 15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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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클 3문장 요약

1. K뷰티는 바이럴 마케팅과 글로벌 시장 확장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했지만, 여전히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오래 지속되는 브랜드가 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있습니다.

2. 에이피알은 이에 대해 단순한 뷰티 브랜드가 아니라 기술로 장수 문제를 해결하는 플랫폼 기업이 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고, 이는 K뷰티가 헤리티지 대신 기술에서 본질적인 차별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3. 결국 K뷰티 기업들이 지금의 성공을 오래 이어가려면 높은 수익성을 다시 기술 개발과 M&A에 투자해, 고객이 계속 선택할 수밖에 없는 본질적인 제품 경쟁력을 만들어야 합니다.

어디서든 K뷰티 이야기뿐입니다

지하철과 버스 광고는 요즘 어느 업종이 가장 공격적으로 돈을 쓰고 있는지를 직관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리고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업종은 단연 뷰티입니다. 뷰티 브랜드는 물론이고, 제2의 올리브영을 노리는 뷰티 전문 유통점들까지 광고 시장을 채우고 있죠. 이들 없이 광고 시장이 과연 돌아갈 수 있을까 싶을 정도죠.

불경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유독 뷰티 업계에 돈이 몰리는 이유는, 이들이 바라보는 시장이 더 이상 국내에만 머물러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채용 시장만 봐도 힌트를 얻을 수 있는데요. 뷰티 기업들은 인재 영입에도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고, 공통된 키워드는 바로 ‘글로벌’입니다. 세계 시장에서 기회를 얻고 있기 때문에, 지금처럼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는 겁니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 바로 ‘비즈니스 오브 뷰티 글로벌 포럼 2026(BoB, Business of Beauty Global Forum 2026)’에 에이피알 김병훈 대표가 연사로 참여한 일이었습니다. 글로벌 뷰티 기업 경영진과 투자자, 리테일러 등이 모여 산업의 미래를 논의하는 자리인데요. 이러한 무대에 K뷰티 브랜드 대표가 연사로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컸습니다.

다만 포럼에서 오간 질문들이 모두 우호적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K뷰티 브랜드는 결국 ‘바이럴 프로덕트’ 일뿐, ‘헤리티지를 가진 브랜드’는 아니지 않느냐는 날카로운 질문도 나왔죠. 여기서 헤리티지란 오래 쌓아온 역사와 철학, 고객의 신뢰가 브랜드 자산으로 남아 있는 상태를 뜻합니다. 결국 이 질문은 K뷰티의 인기가 일시적인 화제성을 넘어, 오래 지속되는 브랜드 힘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는 문제 제기였던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대목이 가장 흥미로웠습니다. 오래전부터 에이피알 같은 기업을 보며 제가 품어왔던 의문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예측이 틀렸던 이유를 되짚어봤습니다

솔직히 저는 에이피알(메디큐브, 에이지알), 구다이글로벌(조선미녀, 티르티르), 더파운더즈(아누아) 같은 기업을 볼 때마다 늘 의심이 있었습니다. 소셜미디어 기반 바이럴 마케팅으로 성장한 만큼, 관심이 식거나 트렌드가 바뀌면 실적도 금세 꺾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과거 중국 시장에서 인기를 얻으며 급성장했다가 이후 대부분 사라진 1세대 K뷰티 브랜드들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이들은 오히려 계속 고속 성장했고, 이러한 성공을 보며 더 많은 K뷰티 브랜드들이 등장했습니다. 제 예측이 빗나간 이유는 결국 환경 자체가 크게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우선 지금의 K뷰티는 특정 브랜드나 상품을 넘어, 한국의 미용 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을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화장품뿐 아니라 피부관리나 시술까지 관심을 갖고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만 봐도 이를 잘 알 수 있죠.

시장도 훨씬 넓어졌습니다. 과거에는 중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았다면, 지금은 중국과 일본은 물론 북미와 유럽까지 전 세계가 시장이 되었습니다. 가장 먼저 북미에서 성과를 낸 에이피알과 구다이글로벌이 이후에도 계속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이들이 선점한 ‘K뷰티 대표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유럽 등 새로운 시장에서도 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렇다고 기존의 한계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뜻은 아닙니다. 브랜드의 수명이 길어진 것은 맞지만, 여전히 지속 가능성에 대한 질문은 남아 있습니다.


결국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다시 BoB 현장으로 돌아가볼까요? 김병훈 대표는 앞서 소개한 날카로운 질문에 대해 이렇게 답했습니다. 에이피알은 단순한 브랜드라기보다, ‘기술로 장수(Longevity) 문제를 해결하는 플랫폼 기업’이라고 말이죠. 그렇기 때문에 고객은 유행과 관계없이 에이피알에 머무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장수(Longevity). 이 키워드는 이미 업계에서 꾸준히 주목받아 왔습니다. 지난해 맥킨지가 향후 성장이 기대되는 웰니스 분야 여섯 가지 가운데 하나로 장수를 제시하기도 했으니까요.

그렇기에 에이피알이 장수를 이야기한 것 자체가 완전히 새로운 일은 아닙니다. 오히려 중요한 건 차별화의 본질을 ‘기술’에서 찾았다는 점입니다.

바이럴도, 마케팅도, 트렌드도 고객을 오래 붙잡아두지는 못합니다. 그렇다고 헤리티지를 쌓아 럭셔리 브랜드로 가는 길도 K뷰티 기업들에게는 쉽지 않습니다. 빠르게 성장한 기업이 수십 년의 전통을 단기간에 만들 수는 없으니까요. 결국 K뷰티 기업들이 가장 현실적으로 차별화를 만들 수 있는 영역은 기술일 가능성이 큽니다. 압도적인 성능이든, 고급 관리를 대중화하는 가성비든, 고객이 계속 선택할 이유를 제품 자체에서 만들어야 합니다.

물론 이러한 역량 역시 단기간에 만들어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헤리티지와 다른 점은 투자를 통해 비교적 빠르게 확보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데 있습니다. 에이피알이 기술 기업 M&A를 적극적으로 검토한다고 밝힌 것도 그래서였고요.

에이피알을 비롯한 국내 K뷰티 기업들은 그동안 높은 수익성을 기록해 왔습니다. 화장품 특유의 낮은 원가 구조와 ODM 중심 생산 방식 덕분이었죠. 그리고 이제는 이렇게 벌어들인 현금을 다시 투자해야 할 시점이 왔습니다. 수익성이 다소 낮아지더라도 차별화된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결국 앞으로 K뷰티 기업들이 지금의 성공을 얼마나 오래 이어갈 수 있을지는, 이러한 투자가 얼마나 성공적으로 이어지느냐에 달려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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