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슈퍼마켓 1위 라이프, 한국과 달랐던 건
아래 글은 2026년 5월 13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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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클 3문장 요약
1. 일본 1위 슈퍼마켓 라이프는 신선식품과 델리를 앞세워 고객의 일상 식사를 장악하며, 온라인 장보기 확산 속에서도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2. 이러한 경쟁력의 핵심은 화려한 매장이 아니라, 대도시 중심의 촘촘한 출점과 중앙 키친 기반 운영 효율처럼 ‘뒷단 구조’에 있었습니다.
3. 결국 한국 슈퍼마켓 역시 온라인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지려면, 단순 매장 확대를 넘어 생산·가공·물류까지 통합된 운영 구조를 만들어야 할지 모릅니다.
모든 건 연결되어 있습니다
한국과 해외, 특히 대도시의 거리를 걷다 보면 꽤 선명하게 느껴지는 차이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슈퍼마켓의 존재감입니다. 한국에도 물론 SSM이라 불리는 슈퍼마켓 체인이 적지 않지만, 체감되는 밀도는 확실히 다르거든요. 아마 한국은 장을 볼 땐 대형마트를 찾고, 급하게 필요한 건 편의점에서 해결하는 구조가 훨씬 강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보통은 이를 두고 장보기 습관의 차이라고 설명합니다. 해외는 자주, 조금씩 장을 보는 문화가 강한 반면, 한국은 한 번에 많이 구매하는 경향이 크다는 거죠.
온라인 장보기 침투율 역시 이런 차이를 잘 보여줍니다. 한국은 식품 온라인 침투율이 이미 20%를 훌쩍 넘어선 반면, 일본은 아직 5% 안팎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하니까요.
그런데 꼭 소비자 행태만 원인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오히려 반대로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동네 슈퍼마켓이 충분히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대형마트가 성장했고, 접근성이 떨어지는 대형마트 중심 구조가 다시 온라인 장보기 성장으로 이어진 건 아닐까 하는 거죠. 특히 일본 1위 슈퍼마켓 체인인 라이프 코퍼레이션 매장을 직접 둘러보고 나니, 이런 생각이 더욱 강하게 들었습니다.
고객의 라이프 속으로 들어갑니다
라이프 매장에 들어가자마자 가장 먼저 느껴지는 건, 이곳이 철저히 ‘신선 식품 중심’ 매장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입구부터 압도적인 규모의 신선 식품 진열대가 고객을 맞이하고 있었고요. 그다음으로 눈길을 끈 건 바로 델리 코너였습니다. 흔히 일본을 ‘도시락의 나라’라고 부르곤 하는데, 라이프의 델리와 도시락은 우리가 익숙하게 떠올리는 편의점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느낌이었습니다.
라이프는 이름 그대로 고객의 ‘삶(Life)’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는 걸 지향하는 듯했습니다. 즉석요리와 델리를 강화해, 고객이 자연스럽게 식사의 상당 부분을 이곳에 의존하도록 만드는 구조였죠. 굳이 멀리 대형마트를 찾거나 온라인 배송을 기다리지 않아도 될 만큼, 가까운 곳에서 빠르고 편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만든 겁니다. 덕분에 라이프는 이커머스 성장 속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갈 수 있었고요.
물론 이런 구조는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결국 운영 효율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인데요. 특히 라이프는 도쿄와 오사카 같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매우 촘촘하게 매장을 출점하는 전략으로 유명합니다. 이 부분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매장이 밀집되어 있어야 물류 효율이 살아나고, 중앙 키친에서 가공한 식재료와 델리 상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죠.
결국 라이프의 경쟁력은 운영 효율을 기반으로 신선 식품과 델리의 품질, 그리고 접근성을 동시에 끌어올렸다는 데 있었습니다. 실제로 슈퍼마켓 산업이 강한 국가들을 보면, 대부분 비슷한 구조를 갖추고 있기도 하고요.
한국에서도 슈퍼가 성공하려면?
최근 한국의 슈퍼마켓들도 이런 흐름에 올라타기 시작했습니다. 신선 식품과 즉석조리를 강화한 특화 매장들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는 건데요. 단순히 생필품을 판매하는 공간을 넘어, 일상 식사를 해결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려는 시도에 가깝습니다.
다만 중요한 건 겉으로 보이는 매장 형태보다, 이를 뒷받침하는 운영 구조입니다. 최근 빠르게 성장한 GS더프레시의 경우에도 매장 규모를 줄이고 가맹점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을 택했는데요. 이를 통해 전체적인 바잉파워를 키울 수는 있겠지만, 신선 식품과 델리 중심의 운영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핵심은 생산과 물류까지 얼마나 깊게 통합할 수 있느냐에 가까워 보입니다. 다이소 역시 카테고리는 다르지만, 상품 기획과 제조를 직접 통제하면서 가격과 품질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해 성장해 왔으니까요. 슈퍼마켓 역시 단순 유통을 넘어, 생산·가공·물류까지 연결된 구조를 만들어야만 온라인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