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도와 감튀에 꽂힌 당근의 속내는
작성자 트렌드라이트
트렌드라이트
경도와 감튀에 꽂힌 당근의 속내는
아래 글은 2026년 2월 25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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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클 3문장 요약
1. 당근은 최근 10·20 사이에서 유행하는 ‘경도’와 ‘감튀 모임’을 앱 안으로 끌어들여, 동네 친구와 언제든 모여 놀 수 있는 오프라인 놀이 플랫폼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2. 이는 중고거래 위주의 3040 육아 앱이라는 기존 이미지를 탈피하고, 유행에 민감한 젊은 층을 불러 모아 사용자 저변을 넓히기 위한 영리한 포석입니다.
3. 결국 당근은 물건을 사고파는 ‘마켓’을 넘어 우리 동네의 모든 라이프스타일이 연결되는 로컬 생태계로 진화하며, 네이버와는 차별화된 노선을 걷고 있습니다.
놀이터로 거듭난 당근
최근 ‘경찰과 도둑(이하 경도)’과 ‘감튀(감자튀김) 모임’이 유행이라고 하죠. 부담 없이 모여 놀이를 즐기거나, 감자튀김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새로운 동네 놀이 문화가 등장한 겁니다. 그리고 이 흐름에 가장 빠르게 올라탄 곳이 바로 당근입니다.
당근 앱에 들어가 보면 그 진심이 확연히 느껴집니다. 모임 탭 최상단에는 ‘바삭 눅눅 감튀 모임’이, 그 아래에는 ‘뛰고 숨는 동네 놀이 모임’ 테마가 자리 잡고 있을 정도죠. 3월 6일에는 맥도널드와 손잡고 공식 감튀 모임을 개최한다고도 하고요.
당근이 이렇게 경도와 감튀에 꽂힌 이유는, 이를 자신들이 추구해 온 ‘지역 커뮤니티’ 미션을 확장할 기회로 봤기 때문입니다. 가벼운 놀이 모임이 당근을 매개로 지역 내 교류를 자연스럽게 늘릴 수 있다고 판단한 거죠. 그래서 경도 트렌드 초기부터 크리에이터와 협업해 당근이 직접 주최하는 모임을 만들었고, 앱 주요 진입점에 관련 테마를 배치하는 등 적극적으로 확산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당근이 진짜 노리는 건, 10·20?
그런데 자연스레 의문이 하나 따라붙습니다. 어떻게 보면 휘발성이 강한 트렌드에 이렇게까지 힘을 쏟을 필요가 있을까 싶은 건데요. 경도와 감튀는 일시적인 유행에 그칠 가능성이 크고, 기존 당근의 최대 무기인 ‘중고거래’에 비하면 지속 가능성도 낮아 보이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당근이 이번 트렌드에 적극적으로 반응한 건, 어쩌면 그동안 비어 있던 퍼즐 한 조각을 찾았다고 느꼈기 때문일 겁니다.
‘당근마켓’이라 불리던 시절을 떠올려 보죠. 중고거래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던 이미지는 무엇이었을까요? 구독자 200만 명이 넘는 코믹 숏무비 채널 ‘너덜트’를 널리 알린 당근마켓 영상에도 그 모습이 잘 담겨 있습니다. 남편이 아내 대신 아이 장난감을 구하러 나와서 벌어지는 일을 유쾌하게 다뤘는데요. 이러한 밈이 나올 정도로 당근 중고거래의 핵심 사용자는 어린 자녀를 둔 30·40대였습니다. 출산과 육아를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설치하는 필수 앱 중 하나로 여겨질 정도였죠.
아이러니하게도 당근이 오랜 기간 활성 사용자 수 정체를 겪었던 이유 역시 여기에 있었습니다. 30·40대를 넘어설 킬러 콘텐츠를 만들지 못했던 겁니다. 이후 ‘당근 알바’, ‘당근 모임’ 등으로 서비스를 확장하며 월간 활성 사용자 수는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10대 이하와 20대 침투율 확대는 더뎠습니다. 10대 이하는 아예 앱을 설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20대 역시 설치 대비 이용 비중이 30·40대에 비해 낮은 편이었거든요.
그러던 중 지난해 하반기부터 새로운 놀이 트렌드가 떠오르며 이들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아이에이지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당근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2025년 10월 2,032만 명에서 2026년 1월 2,108만 명으로 약 76만 명 증가했습니다. 평균 성장률(3.7%)을 웃도는 증가율을 보인 연령대는 10대 이하(15.2%)와 20대(4.4%)뿐이었습니다. 유행에 민감한 세대가 경도와 감튀에 가장 먼저 반응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입니다.
당근 역시 이러한 트렌드가 영원히 지속되리라 보진 않을 겁니다. 다만 이들이 노리는 건 특정 유행의 수명이 아니라, 지역 기반 오프라인 놀이 문화가 반복적으로 만들어지는 구조일 가능성이 큽니다. 제2, 제3의 경도와 감튀가 이어진다면, 당근은 ‘지역 놀이·교류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공고히 하면서 젊은 신규 사용자를 계속 유입시킬 수 있을 테니까요.
이제는 정말 ‘마켓’이 아닙니다
이번 콘텐츠를 준비하며 당근 앱을 오랜만에 찬찬히 살펴봤습니다. 가장 눈에 띈 건 예전과 비교해 중고거래의 존재감이 확연히 줄어들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중고거래만큼이나 아르바이트 구인 글이 많이 보였고, 커뮤니티 모임과 동네생활, 카페 기능도 활발히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동네지도에서는 포장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우며 로컬 광고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고요.
물론 아직 넘어야 할 과제도 분명합니다. 강력한 경쟁자인 네이버와 비교하면 입점 점포 수나 고객 경험의 완성도는 여전히 아쉬운 수준입니다. 네이버 지도와 플레이스, 여기에 네이버페이와 네이버플러스 멤버십까지 촘촘히 연결된 생태계를 상대하려면 소상공인 풀 확대와 서비스 고도화가 더 필요해 보입니다.
그럼에도 당근의 가능성은 이전보다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중고거래 플랫폼이라는 고정 이미지를 벗고 지역 기반 커뮤니티로 재정의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실제 사용자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경도와 감튀가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고 또 다른 놀이 문화로 이어진다면, 당근의 이러한 전환은 더욱 속도를 낼지도 모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