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당근은 로컬 네이버로 거듭날 수 있을까요?
작성자 트렌드라이트
트렌드라이트
과연 당근은 로컬 네이버로 거듭날 수 있을까요?
아래 글은 2026년 1월 21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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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인지 느껴지는 네이버의 향기
지역 커뮤니티 플랫폼 당근이 최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동네 마트의 특가 상품 픽업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고 있습니다. 중고거래를 넘어 지역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더 나아가 지역 내 상거래 전반으로 영향력을 넓히려는 시도인데요. 여기에 더해 커뮤니티 서비스인 ‘카페’의 수익화도 본격적으로 추진 중입니다. 일부 이용자를 대상으로 정해진 미션을 수행하면 당근페이를 최대 20만 원까지 지급하는 방식이죠.
이 일련의 움직임을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기업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네이버입니다. 쿠팡이 등장하기 이전, 네이버는 정확히 이런 전략을 구사해 왔습니다. 검색과 콘텐츠로 트래픽을 모으고, 그렇게 쌓인 트래픽 위에 커머스를 얹는 방식이었죠.
여기서 핵심은 거래 수수료로 돈을 벌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수수료는 제로에 가깝게 유지하고, 수익은 광고를 통해 창출했습니다. 덕분에 더 많은 셀러가 유입됐고, 이는 다시 콘텐츠와 트래픽을 키우는 선순환으로 이어졌습니다. 셀러와 이용자가 함께 늘어나는 플라이휠이 만들어진 겁니다.
이 전략은 네이버가 대외 리스크를 관리하는 데도 효과적이었습니다. 수수료 논란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었기 때문인데요. 지역 커뮤니티를 표방하는 당근 역시 이 지점을 의식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만약 지역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수수료 기반 수익화를 전면에 내세웠다면, 여론의 부담을 피하기 어려웠을 테니까요.
중고거래와 검색은 다르긴 하지만
다만 당근이 네이버처럼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갈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네이버는 ‘검색’이라는 압도적인 진입점 덕분에 이용 목적이 명확했고,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트래픽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검색 그 자체가 습관이자 인프라였던 셈이죠.
반면 당근의 핵심 서비스인 '중고거래'는 구조적으로 다릅니다. 거래가 성사되면 이용 목적이 사라지고, 꾸준한 반복 사용을 전제로 한 서비스가 아니기 때문이죠. 실제로 수년간 당근의 MAU가 정체돼 있었던 배경 역시 이 지점과 맞닿아 있습니다. 검색처럼 ‘매일 들어올 이유’를 만들기엔 태생적인 한계가 있었던 겁니다.
그렇다고 당근의 구조가 마냥 불리하기만 한 건 아닙니다. 당근의 중고거래는 단순한 거래를 넘어 지역 기반 교류라는 성격을 띠고 있고, 이 점이 오히려 다른 플랫폼과의 결정적인 차별점이 됩니다. 특히 지역 단위로 노출되는 구조는 광고 매체로서 매우 강력한 장점이기도 하죠. 실제로 당근은 이 강점을 바탕으로 최근 3개년 연속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꾸준한 성장을 이어왔습니다.
더 주목할 지점은 최근의 변화입니다. 작년 3분기 이후 당근이 서비스 고도화와 브랜드 캠페인을 본격화하면서 이용자 흐름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고, 그 결과 12월 기준 MAU가 2천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모임과 카페 등 커뮤니티 기능이 새로운 체류 장치로 작동하며, 이용자 수뿐 아니라 체류 시간과 활동량까지 함께 늘고 있다는 점은 의미심장합니다.
이는 당근이 단순한 중고거래 플랫폼을 넘어, ‘지역 기반 광고 플랫폼’으로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을 실제 지표로 증명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검색만큼 강력한 진입점은 아닐지라도, 지역이라는 맥락 위에서는 충분히 다른 길을 만들 수 있다는 신호인 셈이죠.
그런데 가장 큰 경쟁자가 네이버입니다
여기서 더 흥미로운 지점은, 네이버를 닮아가고 있는 당근의 다음 행보에서 가장 큰 변수가 다름 아닌 네이버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두 플랫폼 모두 광고를 핵심 수익원으로 삼고 있고, 특히 성장 여지가 큰 지역 광고 시장을 네이버 역시 쉽게 포기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죠.
사실 이 경쟁은 이미 시작된 상태입니다. 네이버는 네이버 플레이스를 통해 지역 상권 정보를 상당 부분 장악해 왔고, 최근에는 네이버 지도 리뉴얼을 통해 검색–탐색–방문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더욱 촘촘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렇듯 결국 네이버는 당근 입장에선 정면으로 마주칠 수밖에 없는 상대인 셈이죠.
여기에 네이버가 중고거래 서비스를 시작한 점도 부담 요인입니다. 당근과 동일한 구조는 아니더라도, 일부 수요는 겹칠 수밖에 없고요. 당근이 최근 ‘카페’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밀고 있는 배경을 두고, 단순한 확장이 아니라 네이버와의 경쟁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기도 합니다.
물론 단기적으로 당근의 성장이 꺾일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입니다. 네이버와 겹치지 않는 아직 비어 있는 지역 광고 수요가 충분히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네이버가 쿠팡과의 경쟁 과정에서 검색 플랫폼의 틀을 깨고 물류까지 확장할 수밖에 없었던 것처럼요. 당근 역시 언젠가는 ‘로컬 커뮤니티’만으로는 부족한 시점과 마주하게 될 겁니다. 결국 당근이 진짜 로컬 네이버가 될 수 있을지는, 네이버를 닮는 데서 멈출 것인지, 아니면 네이버와 다른 무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에 달려 있을 것 같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