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가 유독 베트남에선 잘 나가는 이유
작성자 트렌드라이트
트렌드라이트
롯데마트가 유독 베트남에선 잘 나가는 이유
아래 글은 2025년 12월 31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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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손가락이 반전을 일궈냅니다
롯데는 한때 ‘유통 공룡’이라 불리던 기업이었습니다. 국내 유통 1위 자리를 롯데쇼핑이 굳건히 지키던 시절도 있었죠. 하지만 디지털 전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대가는 컸습니다. 전 채널에서 점유율이 하락하며, 과거의 위상은 상당 부분 희미해졌습니다.
그중에서도 롯데마트는 특히 아픈 손가락일 수밖에 없습니다. 오랜 기간 백화점 부문에서는 외형 규모와 1등 점포를 모두 확보하며 신세계를 압도했지만, 할인점 경쟁에서는 이마트에 완전히 밀렸기 때문입니다. 물론 롯데백화점 역시 1등 점포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트렌드 주도권은 더현대 서울에 내준 상태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실적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롯데쇼핑 전체 영업이익의 약 85%를 롯데백화점이 책임지고 있을 정도니까요.
반면 롯데마트의 상황은 다릅니다. 올해 1~3분기 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5.6%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전환됐습니다. 국내 사업만 놓고 보면 여전히 쉽지 않은 상황이죠. 그런데 최근, 이 흐름을 뒤집을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해외 할인점 사업입니다. 해외에서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안정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그 중심에 베트남 시장이 있습니다. 올해 3분기 기준 롯데마트 베트남의 기존점 매출 신장률은 11.6%에 달합니다.
오랜 기간 롯데 유통의 아픈 손가락으로 여겨졌던 롯데마트. 이제는 오히려 롯데 유통의 미래로 주목받고 있는 곳이 베트남입니다. 그 성과의 비결이 무엇인지, 베트남 1호점이기도 한 롯데마트 남사이공점을 직접 방문한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다 갖췄습니다
롯데마트 남사이공점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단순했습니다. “매장이 정말 크다.”
국내 할인점과 비교하면, 평균 매장 크기가 가장 큰 홈플러스와 비슷한 인상이었는데요. 마트 공간뿐 아니라 내부 입점 공간도 넉넉해 패션·뷰티 등 다양한 브랜드 매장이 함께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개점 초기 기준 매장 면적은 약 4,800평(약 15,854㎡)에 달했는데, 이는 국내 최대 규모이자 롯데마트의 플래그십 스토어인 제타플렉스 잠실점보다도 큰 수준입니다.
이처럼 롯데마트는 베트남 진출 초기부터 ‘메가 점포’ 전략을 분명히 가져갔습니다. 1호점부터 롯데시네마를 포함한 복합 문화 공간을 지향했고, 이후 출점 역시 대형 매장 위주로 이어졌죠. 최근에는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처럼, 아예 초대형 복합 쇼핑몰을 직접 개발하는 전략까지 취하고 있습니다.
이 선택에는 베트남 내 대형 유통 시설이 부족하던 시기에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판단이 깔려 있었습니다. 동시에, 국내에서 대형 복합 쇼핑몰을 선점하지 못하며 신세계 스타필드에 주도권을 내준 경험에 대한 반성도 읽히고요. 이렇게 하드웨어에 대한 투자를 초반부터 과감하게 집행한 덕분에, 롯데마트는 베트남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다질 수 있었습니다.

매장을 자세히 둘러보다 보니, 또 하나 눈에 띈 건 한글로 적힌 브랜드들이었습니다. 특히 롯데마트 자체 브랜드인 ‘요리하다’와 ‘풍미소’의 존재감이 상당했는데요.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은 베트남 시장의 흐름을 잘 활용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요리하다 델리, 라면과 김밥을 판매하는 푸드코트 등 매장 내 취식 경험에도 신경을 쓴 흔적이 보였습니다. 단순히 장을 보는 공간을 넘어, 머물고 경험하는 공간으로 만들려는 의도가 느껴졌고요.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유입되는 고객도 적지 않아 보였습니다.
이처럼 한글과 한국 요리를 전면에 내세울 수 있을 만큼, 베트남 현지에서 한국 브랜드가 갖는 신뢰와 선호도는 상당합니다. 롯데마트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상품 품질 관리 역시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한국 상품뿐 아니라 전반적인 식재료 품질에서도 현지 소비자들의 평가가 좋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현지 고객들을 만나보니, 로컬 마트보다 가격은 조금 높더라도 “품질이 보장된 곳”이라는 인식이 분명했습니다.
결국 롯데마트 베트남의 경쟁력은 명확합니다. 대형점 중심의 몰링 경험이라는 하드웨어, 여기에 K-컬처와 선진화된 품질 관리로 차별화한 상품 소프트웨어까지 함께 갖췄다는 점입니다. 이 두 축이 동시에 작동했기에, 롯데마트는 베트남 시장에서 지금의 위치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의 기회와 과제는?
롯데마트 베트남 성과가 더 의미 있는 이유는, 많은 유통기업들이 ‘마스터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해외에 나가는 것과 달리 '직진출'로 만들어낸 결과라는 점입니다. 마스터 프랜차이즈는 해외 운영을 현지 파트너에게 맡기고, 본사는 로열티를 받는 구조인데요. 리스크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그만큼 매출과 이익을 온전히 가져가기 어렵고 성장 폭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롯데마트는 직진출을 택했기 때문에 베트남에서 발생하는 매출을 그대로 흡수할 수 있고, 성과가 커질수록 성장 여지도 훨씬 큽니다. 롯데쇼핑의 국내 유통 사업이 성장 둔화를 넘어 역성장 압력까지 받는 상황에서, 베트남 사업이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죠.
게다가 베트남에서 쌓은 성공 경험은 다른 동남아 국가로 확장하는 ‘레퍼런스’가 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롯데마트는 인도네시아에서 베트남보다 더 큰 규모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고, 올해 5월에는 싱가포르 시장에도 새롭게 진출했습니다. 베트남에서 검증한 ‘대형점·몰링 중심 모델’과 운영 역량을 기반으로, 다음 시장에서 더 빠르게 안착할 가능성이 있는 셈입니다.
물론 과제도 분명합니다. 가장 시급한 건 확장 속도입니다. 베트남에서는 대형점 중심 전략을 쓰는 만큼, 적절한 부지를 확보하고 각종 인허가를 받는 데 시간이 걸려 출점이 더딜 수밖에 없거든요. 다만 반대로 보면, 무리하게 숫자를 늘리기보다 기존 점포의 운영 효율과 내실을 다지는 시간이 되고 있기도 합니다.
특히 앞으로 2~3개의 초대형 복합 쇼핑몰을 추가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하니, 지금의 강점을 더 크게 키울 여지도 충분해 보입니다. 결국 관건은 명확합니다. ‘잘하는 모델’을 유지하면서도, 확장에 필요한 속도를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가. 롯데마트 베트남의 다음 성적표는 여기에서 갈릴 가능성이 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