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에서 패딩 팔아 매출 40배 만든 비결
작성자 트렌드라이트
트렌드라이트
동남아에서 패딩 팔아 매출 40배 만든 비결
아래 글은 2025년 12월 31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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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매출 4천만 원에서 15억 원으로
지난 12월 초, 흥미로운 사례 하나를 접했습니다. 한때 한물간 국내 브랜드로 여겨졌던 후아유의 반전 스토리였는데요.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베트남에서의 말도 안 되는 성장 속도였습니다. 작년 8월, 월 매출 4천만 원 수준에 머물던 실적이 올해 11월에는 15억 원까지 치솟으며 무려 40배 가까이 성장했기 때문입니다. 더 놀라운 점은 매장 하나 없이, 오직 온라인 판매만으로 만들어낸 성과였다는 점이죠.
후아유는 이랜드가 전개하는 캐주얼 브랜드로, 2000년 론칭 이후 한동안 큰 인기를 끌었지만 트렌드 변화와 함께 부침을 겪어왔습니다. 이후 2020년을 기점으로 리브랜딩 전략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내며 다시 성장 궤도에 올랐고, 작년에는 연 매출 1천억 원을 넘기기도 했습니다. 다만 시장 내에서 ‘핫한 브랜드’로 꼽히기엔 다소 애매한 위치였던 것도 사실이었죠.
그래서 이번 베트남 실적은 더욱 인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기존 브랜드 인지도에 기대기보다는, 사실상 맨땅에서 새롭게 만들어낸 성과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성장을 이끈 주력 상품이 덥고 습한 베트남 날씨와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니트와 패딩이었다는 점도 흥미로웠고요.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베트남 호찌민 현지에서 브랜드 관계자를 만났는데, 이번 성장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 철저히 기획된 결과였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고객이 원하는 재고를 확보하라!
“좋은 식재료를 고를 수 있고, 이를 선점할 수 있는 능력이 셰프 실력의 절반 이상이라고 생각해요.”
흑백요리사 시즌 1에서 최현석 셰프가 남긴 말입니다. 요리의 성패는 조리를 시작하기도 전에, 어떤 재료를 확보하느냐에서 이미 상당 부분 결정된다는 뜻이죠. 패션 브랜드 역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매출 성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 이전 단계에서, ‘잘 팔릴 만한 상품’을 얼마나 제대로 확보했는지가 중요합니다. 후아유 베트남의 성공 역시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했습니다.
① 데이터와 경쟁사에서 얻은 확신
후아유 베트남이 올해 핵심 주력 상품으로 선택한 건 놀랍게도 케이블 카디건, 패딩 재킷, 풀오버 니트 등 겨울 아이템이었습니다. 실제로 올해 폭발적인 성장을 이끈 것도 9월부터 본격적으로 입고된 FW 신상품이었고요.
직접 경험한 베트남의 겨울은 한국의 여름처럼 덥고 습했습니다. 다만 실내 환경은 조금 달랐는데요. 냉방이 아주 강하지 않은 곳이 많았고, 식당에 따라서는 에어컨이 있는 공간과 없는 공간을 나눠 예약을 받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오히려 현지인들 사이에서는 “춥다”며 냉방이 없는 공간을 선호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더라고요. 현지인들이 체감하는 추위의 기준이 우리와는 꽤 다르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여기에 일상적으로 오토바이를 이용하는 생활 방식까지 더해지면서, 체감 온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낮아진다고 합니다. 실제로 아우터를 착용한 현지인들의 모습도 종종 볼 수 있었고요.
후아유 베트남은 이러한 체감적 요인뿐 아니라, 이미 쇼피 등 베트남 내 오픈마켓에서 판매를 진행하며 쌓아둔 데이터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겨울 아우터 카테고리의 반응이 예상보다 좋았다는 점 역시 중요한 근거가 되었다고 합니다.
여기에 오프라인 관찰을 통한 ‘스몰 데이터’도 더해졌습니다. 현지 자라 매장을 주기적으로 방문하여 시장 조사를 했을 때, 패딩과 니트를 구매하는 고객들을 직접 목격했고요. 여성 고객 비중이 90% 이상인 후아유 입장에서는, 경쟁 여성 브랜드에서 확인한 이러한 흐름이 과감한 베팅에 확신을 더해주었습니다. 무엇보다 일부 브랜드를 제외하면 베트남 내 겨울 의류 시장이 아직 충분히 채워지지 않은, 일종의 니치 마켓이라는 점도 기회로 판단했다고 합니다.

② 신상품 선제 확보라는 승부수
사실 이전까지 후아유 베트남의 월 매출은 좀처럼 3억 원의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이유는 구조적인 한계에 가까웠는데요. 한국에서 판매하고 남은 이월 재고 위주로 운영하다 보니, 애초에 물량 자체가 늘 부족할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올해 퀀텀 점프를 목표로 후아유 베트남은 전략을 바꿨습니다. 선제적으로 물량을 확보하기로 한 것이죠. 연초부터 앞서 확인한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겨울 아이템을 중심으로 한 연간 판매 물량을 기획했다고 합니다. 기존에 판매하던 규모를 감안하면, 분명 모험에 가까운 결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과감한 선제적 물량 확보 덕분에 9월 월 매출 5억 원을 시작으로, 11월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에는 월 매출 15억 원을 기록하는 폭발적인 성장을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③ 물류와 손익까지 챙긴 디테일
물론 상품만 확보했다고 해서 성장이 지속되는 건 아닙니다. 이를 문제없이 소화할 수 있는 물류 역량과 손익 구조까지 함께 갖춰져야, 매출과 이익이 동시에 늘어나는 선순환이 만들어지기 때문이죠.
후아유 베트남은 재고 확보와 동시에, 온라인 판매 확대를 고려해 사전에 물류센터 가동 여력을 충분히 늘려두었습니다. 그럼에도 예상치를 뛰어넘는 주문이 몰리며 초반에는 적잖은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하는데요. 다행히 이를 무사히 넘겼고, 내년에는 목표 출고량 자체를 더 높게 설정했다고 합니다. 물류를 외주에 맡기지 않고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었기에, 급격한 변화에도 비교적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었던 셈입니다.
동시에 글로벌 공급망 구조도 손봤습니다. 기존에는 한국을 거쳐 베트남으로 배송하는 구조 탓에 관세 부담이 컸지만, 생산 공장에서 바로 배송하는 루트를 새로 구축하며 원가 경쟁력을 확보했습니다. 그 결과 매출 성장뿐 아니라, 브랜드의 흑자 전환까지 함께 달성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착실하게 성장 공식을 따라가는 중
현재 후아유 베트남은 최근 K-뷰티·K-패션 브랜드들이 반복적으로 성과를 만들어온 ‘성장 플레이북’을 꽤 충실하게 따르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 성과를 만든 핵심 요인으로는 마케팅 전략을 빼놓기 어렵습니다. 후아유 베트남이 선택한 방식은, 최근 뷰티 브랜드들의 성공 공식으로 자리 잡은 시딩 마케팅이었는데요. 틱톡을 중심으로 트렌디한 숏폼 콘텐츠와 스타일링 제안을 꾸준히 노출하며 브랜드 인지와 호감을 동시에 쌓아갔습니다. 비용이 큰 메가 인플루언서 대신, 내부 기준으로 선별한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들과 협업해 효율과 효과를 함께 가져간 점도 주효했고요.
이러한 온라인 기반의 성과를 발판 삼아, 다음 단계로는 오프라인 진출도 준비 중입니다. 해외 패션 시장에서는 여전히 오프라인 구매 비중이 높고, 매장에서의 브랜드 경험이 시간이 지날수록 자산처럼 쌓이기 때문이죠. 다만 리스크를 고려해 곧바로 상설 매장을 열기보다는, 팝업 스토어부터 순차적으로 시도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시딩과 온라인 판매로 시장에 먼저 침투한 뒤, 오프라인으로 확장해 브랜드를 안착시키는 전형적인 K-브랜드의 성장 경로를 그대로 밟아가고 있는 셈입니다.
그 결과, 후아유 베트남은 올해 연간 매출 60억 원을 달성할 것으로 보이고, 내년에는 150억 원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베트남 시장 하나만으로도 후아유 전체 성장의 10% 이상을 만들어 내는 수준까지 도달하게 되는 거죠.
외형적인 숫자도 인상적이지만, 더 배울 만한 지점은 따로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운영 역량과 비즈니스 구조를 함께 단단하게 만들어 왔다는 점인데요. 단기 성과에 그치지 않고, 다음 단계를 준비할 수 있는 기반까지 마련했다는 점에서 후아유 베트남은 국내 패션 브랜드의 새로운 해외 성공 사례로 충분히 주목해 볼 만한 사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