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드러난 ‘탈팡’, 문제는 ‘대응’입니다

데이터로 드러난 ‘탈팡’, 문제는 ‘대응’입니다

작성자 트렌드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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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로 드러난 ‘탈팡’, 문제는 ‘대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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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2025년 12월 24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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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름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요즘 ‘탈팡’이라는 단어가 유독 자주 들립니다.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이후, 쿠팡을 탈퇴하거나 이용을 줄이는 행위를 뜻하는 말인데요. 언론에서는 반복적으로 언급되지만, 정작 그 실체는 여전히 모호합니다. 앱 방문자 수가 줄었다거나 카드 결제 건수나 금액이 감소했다는 이야기는 나오지만, 대부분 단편적인 수치만 언급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이번 이슈가 본격화된 시점은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공지한 11월 29일입니다. 다만 사태 초기에는 오히려 앱 방문자 수가 늘어나는 등 엇갈린 신호도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초반에는 ‘탈팡’이라는 흐름을 단정하기가 더욱 어려웠죠.

그런데 약 3주가 지난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지표에서 점점 일관된 흐름이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인데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탈팡’은 점차 현실이 되고 있고 그 여파 역시 커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데이터를 통해 이 변화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려 합니다.


탈퇴하거나, 사용을 줄이거나

쿠팡을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지표는 결국 얼마나 많은 구매가 일어나고 있느냐입니다. 앱 설치 수가 아무리 많아도 실제로 돈을 쓰지 않으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죠. 이 기준에서 보면, 최근 쿠팡의 흐름은 분명 좋지 않습니다.

데이터 분석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 데이터를 보면, 쿠팡의 결제금액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올해 4분기 동안 추석 연휴를 제외하면 쿠팡의 주간 결제금액은 꾸준히 1조~1조 1천억 원 수준을 유지해 왔는데요. 12월 2주차와 3주차, 두 주 연속으로 결제금액이 9,700억 원 수준까지 내려왔습니다.

여기서 더 중요한 건, 이 결제금액을 좌우하는 앞단 지표들도 함께 나빠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단순한 일시적 하락이 아닐 수 있고, 향후 더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는 뜻인데요. 언론에서는 주로 ‘앱 방문자 수’를 이야기하지만, 이를 조금 더 들여다보면 두 가지로 나눠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나는 아예 앱을 지운 사람들, 다른 하나는 앱은 남겨 두었지만 사용을 줄인 사람들입니다.

① 활성 기기 수

이 지표는 일정 기간 동안 쿠팡 앱을 실제로 실행한 스마트폰의 수를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이 숫자가 늘어나면 앱을 설치한 사람이 더 많다는 뜻이고, 반대로 줄어들면 쿠팡을 떠난 고객이 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쿠팡은 올해 하반기 내내 이 지표가 매달 조금씩이라도 성장해 왔습니다. 그런데 12월 들어 흐름이 달라졌습니다. 12월 1주차에는 11월 대비 -0.2%, 2주차 -0.7%, 3주차에는 -1.1%까지 감소 폭이 점점 커졌습니다. 숫자로 환산하면 최소 약 40만 명 이상이 쿠팡 앱을 완전히 삭제한 셈입니다.

쿠팡의 전체 설치 수 대비로 보면 1% 남짓으로 아직은 작아 보일 수 있습니다. 다만 활성 기기 수가 800만 내외인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나 컬리 같은 경쟁사 기준으로 보면, 이는 5% 이상에 해당하는 큰 규모입니다. 쿠팡의 사용자 기반이 워낙 크다 보니 체감이 덜할 뿐, 절대적인 숫자는 이미 결코 작지 않은 수준인 거죠.

쿠팡 입장에선 좋지 않은 지표의 흐름이 지속되며, 심지어 점점 더 나빠지고 있습니다

② 평균 사용 시간

앱의 평균 사용 시간은 ‘쿠팡에 들어와서 얼마나 오래 머무르느냐’를 보여주는 지표로, 실제 구매 의도와 매우 밀접하게 연결됩니다. 사태 초기였던 12월 1주차에는 평균 사용 시간이 9.10분으로 일시적으로 늘었습니다. 이슈를 확인하기 위해 접속한 이용자가 많았던 영향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후 2주차에는 8.72분, 3주차에는 8.66분으로 계속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는 쿠팡을 완전히 끊지는 않더라도, 예전만큼 적극적으로 둘러보지 않고 있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살 물건을 쿠팡이 아닌 다른 채널에서 해결하기 시작했다는 신호죠. 실제로 방문 빈도 역시 주간 4.1일 수준에서 3.9일 정도까지 미세하지만 꾸준히 하락하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쿠팡의 결제금액이 줄고 있고, 이를 떠받치던 선행 지표들인 방문 규모와 사용 빈도 역시 함께 약해지고 있습니다. 이는 앞으로 쿠팡의 거래액과 매출이 더 줄어들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이 흐름이 특히 부담스러운 이유는, 쿠팡이 상장 당시의 높은 기업 가치를 계속 증명해야 하는 회사이기 때문입니다. 시장과 주주들에게 끊임없이 “우리는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여줘야 하죠. 그렇기에 단순히 성장 속도가 둔화되는 수준이 아니라, 이처럼 역성장의 조짐이 나타난다는 것 자체가 쿠팡에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위기를 자처한 건 결국 쿠팡

여기서 본질적인 문제는 ‘탈팡’을 가속화시킨 주체가 다름 아닌 쿠팡 자신이라는 점입니다. 충분히 수습할 여지가 있었는데도, 스스로 그 기회를 놓쳐 버렸기 때문인데요. 사실 초반 ‘탈팡’ 시그널은 뚜렷하지 않았습니다. 12월 1주차만 해도 지표상 큰 변화가 보이지 않았죠.

하지만 이후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책임 회피로 읽히는 사과문, 김범석 의장의 국회 불출석, 해롤드 로저스 임시 대표의 무성의한 답변 등 부정적 장면이 계속 쌓이면서, 12월 2주차부터는 ‘탈팡’이 본격화됐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여론에 민감한 정부와 국회도 연일 강경한 메시지를 내고 있습니다. 쿠팡 영업 정지부터 택배 사업자 등록 취소까지 거론될 정도로 압박 수위가 높아졌죠. 여기에 언론의 시선까지 싸늘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탈팡’의 흐름은 더 커질 가능성이 큽니다.

이 흐름을 멈추려면 결론은 단순합니다. 쿠팡이 진정성 있는 사과와 납득 가능한 보상안을 제시하고, 사후 대응에 다시 속도를 내는 것밖에 없어 보입니다. 30~31일로 예정된 국회 청문회에 김범석 의장이 출석하는 등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만약 그러지 않고 책임을 계속 피하려 한다면, 쿠팡이 오랜 시간 공들여 쌓아 온 신뢰와 성장의 탑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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