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의 첫 메가스토어 | 규모보단 경험, 경험보단 돈
작성자 트렌드라이트
트렌드라이트
무신사의 첫 메가스토어 | 규모보단 경험, 경험보단 돈
아래 글은 2025년 12월 17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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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는 아니지만, 달라진 '경험'
무신사가 초대형 편집숍 ‘무신사 메가스토어 용산’을 열었습니다. 다만 이름처럼 정말 ‘메가’한 지, 숫자만 보면 애매합니다. 전체 약 1,000평 가운데 메가스토어는 약 570평이고, 나머지 430평은 무신사 스탠다드가 차지하거든요. 무신사 홍대(약 463평), 무신사 스탠다드 홍대 플래그십(약 600평)과 비교해 보면, 수치만으로 “무진장 커졌다”라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그런데 현장 분위기는 달랐습니다. “정말 크다”, “뭐부터 봐야 하지?”, “길 잃지 말자” 같은 말이 여기저기서 들렸거든요. 매장이 여러 층으로 흩어지지 않고 한 층에 크게 펼쳐져 있다 보니, 면적 대비 ‘크게 느껴지는’ 효과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복합 매장 형태라 고객 입장에선 무신사 스탠다드까지 하나의 매장처럼 이어져 보였고요.
그래서 ‘메가스토어’라는 이름값을 100% 했다고 보긴 어렵지만, 적어도 “크다”는 인상은 제대로 남겼습니다. 이 정도 공간을 몰 안에서 한 브랜드에 몰아준 건 아이파크몰 입장에서도 큰 결단이었을 텐데요. 오픈 첫날 정몽규 회장이 직접 매장을 찾았다는 점만 봐도 기대치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됩니다. 기존 에잇세컨즈·슈펜·원더플레이스 등 세 브랜드 매장 대신 무신사를 선택한 만큼, 집객은 물론 매출에서도 그 이상을 바랐을 거고요.
늘어난 '구매', 다만 약해진 '경험'
초기 반응은 분명 괜찮아 보였습니다. 12월 13일 토요일 저녁에 방문했는데 매장은 사람들로 꽉 차 있었고요. 계산대를 넉넉하게 만들어 뒀는데도 줄이 길게 늘어설 만큼, 구매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이전 매장보다 진열대가 훨씬 촘촘해진 것만 봐도 “살 게 많다”는 인상이 강하게 남았죠.
다만 이 ‘압축된 진열’은, 무신사가 오프라인에서 강점으로 쌓아 온 ‘여유로운 경험’을 일부 내려놨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초기 무신사 매장들은 동선이 넓고 공간이 쾌적해서,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라 브랜드를 경험하는 곳에 가까웠거든요. 반면 메가스토어 용산은 편하게 둘러보기보다는, 쇼핑에 집중해야 하는 공간처럼 느껴졌습니다. 가볍게 들르기보다는 ‘작정하고’ 와야 하는 매장에 가까웠고요.
그래서 휴게 공간이 거의 없다는 점이 더 아쉽게 다가왔습니다. 예를 들어 프라이마크는 대형 매장을 운영하면서도 매장 곳곳에 쉴 곳을 마련해 두고, 카페나 다이닝을 함께 두며 “오래 머물 수 있는 쇼핑”을 설계하잖아요. 그에 비하면, 이곳은 천천히 머무르며 쇼핑하게 만드는 배려가 상대적으로 약해 보였죠.

반짝 흥행이 아닌 장기 성공을 거두려면 결국 제대로 된 경험으로 매장을 채워야 합니다
또한 공간이 커진 만큼 운영에서 챙겨야 할 것도 늘어나는데, 이 부분도 아직은 정돈되지 않은 인상이었습니다.
“청바지 요청하신 고객님 계실까요?”
매장 곳곳에서 이렇게 고객을 찾는 무신사 크루들의 외침이 계속 들렸습니다. 200개 브랜드, 1만여 개 상품이 한 공간에 모여 있으니 재고를 확인하는 것도, 상품을 찾아가는 것도 쉽지 않았던 거죠. 크루들이 분주하게 뛰어다니긴 했지만, 각자 맡은 구역을 챙기기에도 벅차 보였고요. 구역을 조금만 벗어난 문의에는 “저쪽에서 한 번 더 문의해 달라”는 답변이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상품 배치도 한눈에 들어오는 편은 아니었습니다. 길이 자연스럽게 읽히기보다는, 익숙하지 않으면 헤매기 쉬운 구조였고요. 실제로 출구를 못 찾아 두리번거리는 고객도 보였습니다. 이를 보완하려고 무신사가 최근 강화해 온 ‘옴니 경험’도 적용돼 있긴 했습니다. 매장 내 QR코드로 개인별 혜택가, 후기, 스타일 콘텐츠, 심지어 재고까지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든 거죠.
다만 아직은 이 기능만으로 ‘큰 매장의 복잡함’을 충분히 덜어주긴 어려워 보였습니다. 규모가 커진 만큼, 고객이 덜 피곤하게 쇼핑할 수 있도록 경험을 설계하는 방식도 한 단계 더 다듬어질 필요가 있어 보였고요.
진짜 '메가스토어'는 다를까요?
물론 아직 실망하긴 이릅니다. 진짜 메가스토어는 내년 3월, 성수에서 공개될 예정이니까요. 약 2천 평 규모의 매장을 메가스토어 단독으로 채우고, 무신사 오프라인 최초로 F&B 브랜드까지 함께 들일 계획이라고 합니다. 층이 나뉘는 구조인 만큼 동선 설계도 지금보다 훨씬 정교해질 가능성이 크고요. ‘크기’에 걸맞은 경험을 본격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조건은 그때가 되어서야 갖춰지는 셈입니다.
다만 이 지점에서 무신사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포인트가 있습니다. 규모를 키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에 걸맞은 경험이 함께 따라와야만 오프라인 확장이 ‘돈’으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매장이 커진다고 경험이 자동으로 좋아지지는 않거든요. 오히려 동선이 복잡해지고, 관리 포인트가 늘어나며, 고객 피로도가 높아질 위험도 커집니다. 투자 규모가 커질수록 매출이 아니라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 역시 함께 커지고요.
그럼에도 기대를 거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무신사는 오프라인에서 늘 ‘빠르게 배우고 바꾸는’ 플레이어였기 때문입니다. 무신사 테라스, 이구성수처럼 한때 주력 모델이었던 팝업형 공간들이 어느새 자취를 감춘 것도, 계속해서 더 나은 해답을 찾아 포맷을 교체해 왔다는 방증이죠. 그런 맥락에서 보면, 이번 무신사 메가스토어 용산은 완성형이라기보다 메가스토어 성수를 앞둔 일종의 베타 버전에 가깝다고 보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이번에 드러난 아쉬움들을 얼마나 빠르게 정리하고, ‘큰 매장을 잘 운영하는 법’을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느냐. 그 결과가 내년 메가스토어 성수에서 확인될 겁니다. 그때 비로소 무신사는, 규모도 크고 경험도 좋으며 결국 돈까지 버는 진짜 ‘메가스토어’에 한 발 더 가까워질 수 있을 테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