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필드 빌리지 운정, 고객의 시간을 뺏겠습니다

스타필드 빌리지 운정, 고객의 시간을 뺏겠습니다

작성자 트렌드라이트

트렌드라이트

스타필드 빌리지 운정, 고객의 시간을 뺏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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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2025년 12월 10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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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거대한 놀이터인데요?

‘지역 밀착형 상업시설’을 표방한 스타필드 빌리지, 그 첫 매장인 운정점이 드디어 문을 열었습니다. 스타필드 하남이 국내 복합쇼핑몰 시대를 본격화했듯 이번에도 새로운 변화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요. 입구를 지나자마자 눈에 들어온 건 압도적인 ‘유모차 밀도’였습니다. 다른 백화점이나 쇼핑몰에선 보기 드문 수준으로 아이들이 많았어요.

이유는 명확합니다. 매장 면적의 절반 가까이가 키즈 카테고리였고, 전체의 약 4분의 1 이상이 아예 놀이시설이었습니다. 키즈 스포츠 ‘챔피언 더 블랙벨트’, 오감형 놀이·클래스 ‘째깍다감’이 크게 자리했고, 중앙엔 오픈 기념 ‘핑크퐁 팝업 놀이터’가 들어섰죠. 내년 1월엔 아트 체험형 ‘크레욜라 익스피리언스’도 예고되어 있습니다. 하나만 있어도 충분할 시설이 여러 개 겹치다 보니, 공간 전체가 ‘거대한 놀이터’처럼 느껴질 정도였죠.

브랜드 구색도 철저히 가족 고객에 맞춰져 있었습니다. 최근 백화점·쇼핑몰이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중심으로 채우는 흐름과 달리, 이곳은 유니클로·무신사 스탠다드 같은 SPA와 나이키·아디다스 등 스포츠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었죠.


구매보다 중요한 건 시간입니다

그래서 막상 스타필드 빌리지에서 곧바로 쇼핑하기엔 다소 아쉬움이 느껴졌습니다. 놀이·체험 공간이 큰 비중을 차지해 입점 브랜드 수가 많지 않았고, 심지어 유니클로·무신사 스탠다드·세이브 마켓 같은 핵심 매장도 아직 오픈 전이었거든요. 쇼핑백을 든 방문객도 드물었죠. 트레이더스나 신세계백화점을 붙여 ‘여가와 쇼핑’ 모두에 힘을 줬던 기존 스타필드와는 확실히 결이 달랐습니다.

'쇼핑과 여가' 중 오히려 '여가'에 더 집중한 곳이라고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스타필드의 본업이 ‘직접 판매’가 아니라 ‘임대 수익’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해석이 달라집니다. 이번에 문을 연 곳은 스타필드 빌리지 운정의 ‘센트럴’ 구역으로, 전체 영업 면적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주변부 상가는 아직 공실이 많습니다.

전략은 비교적 명확합니다. 가족 단위가 오래 머물 강력한 집객 콘텐츠로 사람을 먼저 모으고, 높아진 트래픽을 바탕으로 임대료 프리미엄을 만들겠다는 것. 아이와 함께 올 만한 엔터테인먼트 중심 설계는 그런 의도의 결과였던 거죠.

국내 오프라인 리테일이 ‘쇼핑 중심’에서 ‘쇼핑+여가’로 옮겨왔다면, 스타필드 빌리지는 한 발 더 나가 ‘여가를 중심에 두고 쇼핑이 따라오는’ 모델을 보여줍니다. 무언가를 사러 오는 곳이라기보다, 아이를 맡기고 쉬며 시간을 보내다 자연스럽게 구매가 이어지는 공간인 셈입니다.


과연 이번에는 다른 결과가?

그간 이마트는 스타필드 시티, 스타필드 마켓, 이마트 푸드마켓 등 여러 포맷을 부지런히 실험해 왔습니다. 오픈 때마다 화제를 모았지만, 대규모 확장에 성공한 모델은 많지 않았죠. 매력적인 콘텐츠를 담으려면 넓은 부지가 필요하고, 반대로 규모를 줄이면 경험의 밀도가 금세 옅어지는 딜레마에 자주 부딪혔기 때문입니다.

그 점에서 스타필드 빌리지는 현실적인 대안입니다. 쇼핑 비중을 과감히 낮추고 ‘여가’ 중심의 테넌트를 전면에 세워 체류 시간을 늘린 뒤, 그 시간을 임대 가치로 전환하는 방식이니까요. 여가에 집중하면 한정된 면적에서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점포를 만들 수 있습니다.

물론 2033년까지 30곳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 실제로 구현될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그래도 스타필드 하남이 교외형 쇼핑몰의 흐름을 만들었듯, 이번에는 ‘지역 밀착형’ 포맷이 새 바람을 일으킬 가능성이 커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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