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24의 미래, 트렌드보다 ‘상품’ 아닐까?
작성자 트렌드라이트
트렌드라이트
이마트24의 미래, 트렌드보다 ‘상품’ 아닐까?
아래 글은 2025년 12월 03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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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큰 기대 없이 방문했던 건
성수, 트렌드, 그리고 편의점. 이마트24의 첫 플래그십 매장 ‘트렌드랩 성수점’을 설명하는 키워드들입니다. 처음 들었을 때 솔직한 감정은 “참 기대가 안 된다”였죠. 편의점의 경쟁력은 결국 개별 점포의 접근성과 전체 판매 규모에서 나오는 ‘규모의 경제’에 있는데, 트렌드형 점포는 확장 측면에서 실익이 크지 않은 모델이니까요. 실제 이마트24 측도 이번 점포는 표준 모델이라기보다는 미래 방향성을 보여주는 특화 플래그십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게다가 ‘트렌드’로 고객을 끌어들이는 전략은 이미 한계가 드러났습니다. 주류·스낵 중심의 특화 상품 경쟁을 오래 이어왔지만, 이것만으로 본질적인 변화를 만들기 어렵다는 사실이 증명됐거든요. 오히려 피로감 우려까지 커지며, 흥미 위주의 상품 전략보다 차별화된 제품 개발로 중심축이 옮겨가는 흐름입니다.
막상 트렌드보다 더 눈에 띈 건
다행히 실제 매장은 예상과 달리 인상적인 요소가 많았습니다. 다만 그 중심엔 굿즈 같은 트렌드 요소가 아니라, 이마트24만의 ‘단독 상품’과 이를 뒷받침하는 이마트 계열사들이 있었죠. 개인적으론 매장 전체가 이마트가 모은 ‘어벤저스’ 같다는 느낌까지 들더라고요.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한쪽 벽면엔 W컨셉 전용 매대가 있었고, 옆 주류 코너엔 신세계 L&B의 와인 전문가가 선정한 ‘BEST 와인 셀렉션’이, 냉장 매대엔 신세계푸드의 노하우를 담은 버거 상품이 자리해 있었죠.
이런 구성은 ‘오직 이마트24에서만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에게 확실한 매력 포인트가 됩니다. 동시에 CU나 GS25의 자체 기획보다 신뢰감이 높게 느껴지고요. 계열사가 가진 인프라 덕분에 규모의 경제에서도 밀리지 않죠. 다양한 유통 채널·브랜드·제조사를 계열사로 보유한 이마트만의 강점입니다.
게다가 이 매대와 상품들은 모듈처럼 지역 특성에 맞게 부분 적용이 가능합니다. 예컨대 여성 직장인이 많은 권역에는 W컨셉 상품을, 학원가 인근 매장엔 신세계푸드 특화 상품을 강화하는 식이죠. 확실한 차별화를 주면서도 확장이 가능한 전략이라는 점에서, 이마트24가 지향하는 미래가 확 와닿았습니다.
결정적으로 발목을 붙잡는 건
물론 아쉬운 지점도 있었습니다. 새로 선보인 자체 브랜드 ‘옐로우’가 대표적이죠. 이 선택은 오히려 약점을 더 도드라지게 만들기 때문인데요. 이마트24의 구조적 약점은 ‘적은 점포 수’인데, 최근엔 점포가 오히려 줄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선 PB 경쟁력을 쌓기가 본질적으로 어려운데도, 새 브랜드 론칭을 택한 건 쉽게 납득되기 어렵습니다.
이에 대해 작년부터 집중했던 ‘노브랜드’ 도입 효과가 제한적이었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합니다. 다만 노브랜드로도 풀리지 않던 과제를 인지도가 낮은 신규 PB ‘옐로우’로 해결하겠다는 판단은, 직관적으로 설득력이 약합니다. 효과적인 대안이라 보긴 어렵죠.
이 지점에서 더 근본적인 질문이 생깁니다. 이마트 내부 계열사 간 시너지가 충분히 작동하고 있느냐는 겁니다. 2023년 이마트는 마트·슈퍼(이마트에브리데이)·편의점(이마트24) 통합 소싱으로 경쟁력을 높이고, PB는 ‘노브랜드’와 ‘피코크’에 집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최근 흐름을 보면 채널별로 각자 따로 자체 상품을 기획하는 관성이 여전합니다. 그나마 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는 흡수·합병 이후 통합 소싱 성과를 강조하는 반면, 이마트24는 각자도생에 가까운 모습이 포착되고 있죠. ‘옐로우’도 그 연장선으로 읽힙니다.
물론 편의점은 마트·슈퍼와 같은 틀로 묶기 어려운 업태입니다. 하지만 후발주자인 이마트24가 살아날 해법은 분명합니다. ‘혼자’가 아니라 ‘뭉쳐서’ 통합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 그리고 트렌드랩 성수에서 확인된 계열사 협업을 모듈화해 점포에 단계적으로 이식하는 것입니다. 지역·상권에 맞춰 W컨셉·신세계 L&B·신세계푸드 등 모듈을 유연하게 배치하고, PB 축은 ‘노브랜드/피코크’ 중심으로 집중도를 높여 재고·소싱·마케팅을 통합 관리해야 합니다.
결국 이마트24의 미래는 ‘트렌드’가 아니라 ‘상품’이고, 상품의 경쟁력은 ‘계열사 통합’에서 나옵니다. 트렌드랩 성수에서 보였던 가능성을 더 과감하게 현실로 옮길 수 있다면, 차별화와 확장성을 동시에 잡는 보기 드문 편의점 플레이어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겁니다. 이는 침체된 편의점 시장 전체에도 긍정적 파급을 줄 수 있는 길이기도 하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