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는 과연 왕관의 무게를 견딜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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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트렌드라이트

트렌드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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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2025년 01월 08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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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칼을 빼들었습니다

 무신사가 슬로우스탠다드의 패션 브랜드 라퍼지스토어를 무신사와 29CM에서 퇴점 조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안전 거래 정책을 세 차례 위반하면 퇴출시키는 '삼진아웃' 정책의 첫 사례로,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데요.

※ 무신사 관계자에 따르면 삼진아웃 제도는 2024년까지만 운영하고, 올해 1월 1일부로는 누적 점수제도로 정책 내용을 강화했다고 합니다. 1회 적발 시 최소 10점에서 최대 40점까지 벌점을 부과하고, 허위과장 광고의 경우 1회 적발만으로 40점을 부과한다고 합니다. 누적 벌점 80점 초과 시에는 퇴점 조치를 취한다고 하네요.

 라퍼지스토어는 한때 한 언론 기사에서 ‘무신사 최고수’라는 표현까지 등장할 정도로 잘 나가던 브랜드였습니다. 랭킹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여성 라인 확장에도 성공했죠. 무엇보다 무신사동반성장펀드가 약 45%의 지분을 보유한 브랜드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퇴점이라는 극단적인 결단에 대해 "파격적이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는 한편, '3번의 기회를 준 것은 브랜드 봐주기 아니냐'는 비판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히 브랜드별로 정책이 적용되는 기준이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라퍼지스토어는 퇴출되었지만, 같은 슬로스탠다드가 운영하는 자매 브랜드 오로는 여전히 무신사와 29CM 플랫폼에 남아 있습니다. 이로 인해 무신사가 지분을 보유한 이해관계 때문에 특정 브랜드에 유리한 결정을 내린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죠.

 이에 대해 무신사 측은 '자회사나 투자 관계와 무관하게 모든 브랜드를 대상으로 공정하게 정책 위반 여부를 점검 중이며, 멀티 브랜드를 운영하는 패션 기업이 많은 현실을 감안해 브랜드별로 정책을 적용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오로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점검 및 필요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고요.


애초에 불가능한 미션입니다

 무신사의 이번 조치는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지만, 확실한 건 정말 이례적인 대응이었다는 점입니다. 법적으로 무신사는 통신판매중개업자로 분류되며, 상품에 대한 책임이 제한적인데요. 재고를 직접 보유하지 않는 특성상 모든 상품을 전수 조사하거나 사전 검증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입니다.

무신사는 나름 일단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하고 있는 중이긴 합니다

 이 때문에 패션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임기응변적인 대응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모든 제품을 검수하지 않는 이상, 어차피 사전 차단은 불가능하다는 것이죠. 심지어 쿠팡의 로켓배송처럼 상품을 창고에 입고시킨다고 해도 이를 전수 검수하기에는 물리적, 비용적 한계가 있습니다. 크림이나 솔드아웃처럼 거래마다 상품 검수를 필수로 거치는 방식이 근본적인 해결책일 수는 있지만, 그 비용은 누구도 감당하기 어려울 거고요.

 다만 브랜드별로 정책을 적용하는 것 역시 현실적인 타협으로 보입니다. 단일 브랜드의 문제로 기업 전체를 퇴출시키는 것은 지나치게 큰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인데요. 예를 들어, 이번에 문제가 적발된 브랜드 중 하나는 이랜드가 운영하는 후아유입니다. 만약 후아유가 퇴점 조치 대상이 되어 퇴출된다 하더라도, 뉴발란스나 스파오 같은 다른 브랜드들까지 모두 퇴출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겠죠. 따라서 기업 단위로 정책을 적용하라고 강요하긴 솔직히 어려워 보이고요. 이처럼 무신사는 현실적인 한계 속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까지는 결코 도달할 수 없는 딜레마에 놓여 있습니다.


욕먹어도 가야만 하는 길

 결국 무신사는 이례적인 결정을 내리고도 양쪽에서 비판을 피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는데요. 현재 덕다운 및 캐시미어 상품에 대한 전수조사가 진행 중으로, 이는 개별 브랜드가 상당한 수고를 감내해야 하는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고객들 역시 이를 마냥 긍정적으로 보지 않습니다. 일부는 무신사의 노력이 브랜드 이미지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고 평가하지만, 여전히 불신과 불만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시선도 존재하죠.

 그럼에도 무신사가 이러한 어려운 결정을 내린 이유는, 이번 사안을 매우 중대하게 보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무신사는 늘 한국 패션 생태계를 성장시키고, 이를 통해 자신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확립해 왔다고 강조해 왔는데요. 하지만 이번 사건은 특정 브랜드를 넘어, 무신사 전체와 나아가 도메스틱 브랜드 생태계 전반에 대한 불신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를 효과적으로 끊어내지 못한다면, 무신사의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흔들릴 위험에 처하게 될 거고요.

 무신사는 지금까지 특별한 위치에 있었습니다. 패션 생태계를 대표하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으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냈죠. 이를 통해 입점 브랜드들은 보세 의류보다 높은 가격대에서도 잘 팔려나갔고, 무신사 역시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특별한 위치에는 특별한 책임과 기준이 요구되기 마련입니다. 이번 논란 역시 어쩌면 무신사에 대한 기대가 컸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네요.

 다행히 무신사도 이번 사안을 해결해야만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는 듯합니다. 이번 결단은 단순히 문제를 수습하는 것을 넘어, 무신사가 다시 신뢰를 회복하고 더 큰 도약을 준비하기 위한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비판을 감수하더라도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이유를 무신사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거고요.


하려면 더 제대로 해야 합니다

 이제 무신사는 중요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이번 위기를 잘 극복한다면, 무신사 자신은 물론이고 국내 패션 브랜드 생태계 전반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며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지금까지 쌓아온 빠른 성장과 차별적인 브랜딩이 희석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기에 지금보다 더 전향적이고 근본적인 방안을 내놓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예를 들어 현재 브랜드 단위로 정책을 적용하는 방식은 현실적인 한계로 인해 유지되겠지만요. 이를 보완할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해 보입니다. 한 패션 관계자는 '브랜드 퇴점이 운영 기업에게 치명적인 것은 맞지만, 무신사는 여전히 그 브랜드를 다시 키울 힘을 가지고 있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는데요. 이는 무신사가 제공하는 브랜드 성장 프로그램의 지원이 언제든 빠른 성장을 가능케 한다는 점을 말합니다.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퇴점 조치된 브랜드를 운영하는 기업의 다른 브랜드들에 대해서도 지원 프로그램을 제한하는 추가 제재와 같은 조치가 이어진다면요. 여론도 더 긍정적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습니다. 보다 투명하고 강력한 자정 노력을 보여준다면, 무신사가 다시금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겁니다.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아, 무신사가 1등 패션 커머스 플랫폼으로서 왕좌의 무게를 견뎌낼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데요. 무신사뿐 아니라, 최근 이마트 트레이더스도 스투시 가품 논란에 판매 중단 및 전액 환불을 결정하는 등, 허위 정보 및 가품 이슈는 업계 전반에 걸쳐 해결되지 않는 문제로 남아 있기도 하죠. 이번 무신사의 적극적인 자정 노력이 단순히 자사의 문제 해결에 그치지 않고, 국내 패션 산업 전체가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로 이어지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