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도감이 설립 2년 만에 흑자 전환한 비결은
작성자 트렌드라이트
트렌드라이트
팔도감이 설립 2년 만에 흑자 전환한 비결은
아래 글은 2024년 08월 07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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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의 필요에서 시작했습니다
팔도감은 X세대를 타깃으로 한 패션 플랫폼 퀸잇이 만든 장보기 커머스 서비스입니다. 동일하게 40대 중후반부터 50대까지의 고객을 공략 중인 팔도감은 후발 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올해 초 이미 누적 거래액 1,000억 원을 넘으며 빠르게 성장 중입니다. 특히 지난 6월에는 설립 2년 만에 월간 흑자를 달성하여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하고요.
팔도감의 성공은 퀸잇의 초기 전략을 그대로 적용한 데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퀸잇은 패션 플랫폼들이 10대에서 30대 고객만을 타깃으로 하고 있는 상황에서, 40대 이상 고객이 소외되고 있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소외되던 기성 패션 브랜드를 빠르게 입점시켜 X세대 패션 시장의 1위 플랫폼 자리에 올랐습니다. 시장 세분화 전략을 아주 교과서적으로 성공시킨 것입니다.
팔도감 역시 비슷한 전략을 취했습니다. X세대 고객들이 밴드나 네이버 카페 등에서 농산물 직거래를 하고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상당한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는 점을 발견했고요. 동시에 생산자들도 판매를 늘리고 싶었지만 방법을 모른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팔도감은 이러한 고객과 생산자들의 충족되지 못한 필요를 공략하였고, 퀸잇이 그랬던 것처럼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습니다.
시장을 쪼갠 후, 장악했습니다
식품은 패션과 달리 마진이 낮은 카테고리입니다. 따라서 팔도감은 퀸잇에게 새로운 성장의 기회였지만, 동시에 손익 측면에서는 도전 과제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팔도감이 2년 만에 손익 분기점에 도달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규모의 경제를 영리하게 실현했기 때문입니다. 커머스 플랫폼은 판매량이 많을수록 생산자들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조건을 얻을 수 있어 마진이 높아집니다. 그래서 후발주자는 규모의 경제에 따라 불리할 수밖에 없는데요.
그러나 규모를 갖추는 것이 꼭 큰 업체에게만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특정 조건에서는 작은 플랫폼도 시장 지배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팔도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특히 50대 고객의 식품 소비 취향이 뚜렷하고 다른 연령대와 구별된다는 점을 최대한 활용했습니다. 먼저 식품 구매를 원하는 50대 고객을 모으는 데 성공하자, 이들이 선호하는 특정 품목과 가격대에서 확고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생산자들에게 판매량을 보장하고, 더 좋은 조건으로 상품을 들여올 수 있었던 것입니다. 다른 경쟁사에는 이만큼 50대 고객들이 모여 있지 않았기 때문에 이는 팔도감만의 차별점이 될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오아시스 마켓은 컬리와 고객층이 절반 겹치는 반면, 팔도감은 20% 미만에 불과하다는 점이 이를 잘 보여줍니다.
또한 팔도감은 고객을 더 모으고 유지하면서 비용을 효율화하려는 노력도 병행했습니다. 사실 6월은 온라인 쇼핑의 성수기가 아닙니다. 모바일인덱스 Insight 데이터에 따르면, 거래액 정점은 작년 연말과 올해 연초였습니다. 이는 팔도감의 흑자 전환이 성장뿐만 아니라 비용 절감 노력의 영향도 있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팔도감은 앱 기준으로 월간 활성 사용자 수와 신규 설치 수가 감소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마케팅 지출을 조정하고 있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고객 전환 효율은 계속 상승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신규 유입 없이 기존 고객들만 유지하는 것은 아닙니다. 인당 결제 건 수가 횡보를 거듭하고 있어, 신규 구매자들은 계속 꾸준히 들어오고 있는 것 같은데요. 여기에는 낮은 등급의 고객이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도록 기준을 낮춘 멤버십 구조 개편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3만 원 이상만 구매해도 등급을 부여하는 정책은 최초 구매 이후 재구매를 촉진하는 데 효과적이었을 겁니다.
다음 단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이처럼 팔도감은 규모의 경제를 영리하게 실현하여, 상품 운영의 효율을 높이고 마케팅 활동을 개선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하면서 지속 가능한 구조를 조기에 구축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현재는 팔도감을 경험하게 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모든 상품이 입점 시 상품위원회를 거치고, 주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품질을 관리하여 좋은 구매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더해, 50대 고객이 한 번 만족하면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는 특성도 고려할 것 같고요.
그러나 특정 품목을 가끔 맛있게 먹고 싶어서 찾는 플랫폼으로만 남는다면 결국 성장 한계에 도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식품이 재구매 유도에 유리하더라도, 한정된 품목으로 반복 구매를 이끄는 것은 어렵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컬리나 오아시스 마켓의 신규 고객 재구매율이 60%에 육박하는 것에 비해, 팔도감은 40%대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로 인해 현재처럼 마케팅 지출을 줄인 상황에서 폭발적인 자연 성장을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결국 잔존율을 높일 추가적인 전략이 필요합니다.
물론 팔도감은 후발주자인데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는 매우 잘해왔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제 슬슬 더 큰 성장을 만들기 위한 방법을 고민할 시점이라 보고요. 올해 하반기까지는 숨 고르기를 하며 수익성 높은 사업 구조를 만드는 데 집중한다고 하니, 내년부터 보여줄 새로운 모습을 기대하며 또 소식을 전해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