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gle vs OpenAI vs Anthropic

Google vs OpenAI vs Anthropic

테크잇슈
@techis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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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는 하루가 멀다 하고 빅뉴스가 터졌습니다. 글로벌 AI 정상을 다투는 세 회사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굵직한 카드를 일제히 꺼내든 것인데요. 소식을 따라가다 '점입가경'이라는 사자성어가 절로 떠올랐습니다.

 

흥미로운 건 세 회사가 같은 정상을 노리면서도 손에 든 무기가 저마다 다르다는 점인데요. 구글, OpenAI, Anthropic이 어떤 무기를 손에 쥐었는지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구글, 규모와 플랫폼으로 누른다

 

가장 큰 무대는 구글이 차렸습니다. 5월 19일 개막한 연례 개발자 행사 'Google I/O 2026'에서, 구글은 거의 모든 전선에 걸쳐 물량을 쏟아냈거든요.

 

먼저 모델입니다. 가볍고 빠른 모델인데도 코딩·에이전트 작업에선 상위 모델 3.1 Pro마저 앞서는 Gemini 3.5 Flash를 전 제품과 API에 일제히 배포했고, 진짜 플래그십인 3.5 Pro도 다음 달 공개를 예고했습니다. 여기에 '24시간 일하는 AI 에이전트'를 표방한 Gemini Spark, 그리고 데미스 허사비스가 직접 무대에서 공개한 비디오 생성 모델 Gemini Omni까지 더해졌는데요. 개발자와 창작자 같은 헤비 유저를 정조준한 카드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구글의 진짜 무기는 개별 모델이 아닙니다. 바로 '규모'와 '생태계'예요. 구글에 따르면 Gemini는 이제 한 달에 9.7조 개의 토큰을 처리하는데요. 안드로이드에 깊숙이 박힌 'Gemini Intelligence'는 화면 맥락을 이해하고 앱 사이를 넘나들며 예약이나 쇼핑 같은 여러 단계 작업을 알아서 처리합니다. '앱을 켜고 끄는' 경험 자체를 'AI에게 시키는' 경험으로 바꾸겠다는 거예요.

 

물량은 소프트웨어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Gemini를 탑재한 스마트글래스(올해만 3종 출시 예정)와 Android XR, 크롬북을 대체할 AI 노트북 'Googlebooks'까지 줄줄이 공개됐어요. 심지어 세포를 시뮬레이션해 신약 후보를 찾거나 장기 기상예측을 돕는 '과학용 Gemini'도 소개됐습니다.

 

핵심은 검색·안드로이드·유튜브로 이어지는 거대한 유통망 위에 AI를 통째로 얹는다는 점입니다. 모델 한두 개의 성능 싸움이 아니라, 사용자가 이미 매일 머무는 자리에 AI를 밀어 넣는 전략이에요. 게다가 구글은 이 모든 걸 자체 AI 칩 'TPU' 위에서 돌립니다. 엔비디아 GPU에 의존하는 경쟁사와 달리 칩부터 서비스까지 수직으로 틀어쥔 덕에, 추론 비용이 엔비디아 대비 40%가량 싸다는 분석도 있고요. 유통망에 인프라까지. '규모로 누른다'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전략입니다.

 


OpenAI, 명분을 만들고 제품으로 넓힌다

 

OpenAI의 이번 주 카드는 결이 다른 두 장이었습니다. 한 장은 명분, 한 장은 제품이었죠.

 

먼저 명분입니다. 5월 16일, 몰타 전 국민에게 ChatGPT Plus를 무료로 제공하는 'AI for All' 파트너십을 발표했어요. 단순한 B2G 영업이 아니라 "지능은 새로운 국가 유틸리티"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정부 대상 사업을 'OpenAI for Countries'라는 이니셔티브로 묶었습니다. 전기나 수도처럼 AI도 국가가 책임지는 기본 인프라라는 메시지죠. 이틀 뒤인 18일에는 일론 머스크가 제기한 소송에서 약 90분 만에 만장일치로 승소하며, 비영리에서 영리로 전환하고 IPO를 준비하던 길 위의 가장 큰 법적 그림자까지 걷어냈습니다.

 

다른 한 장은 제품입니다. 같은 주, OpenAI는 코딩 AI 'Codex'를 ChatGPT 모바일 앱에 통합했어요. 이제 아이폰·안드로이드에서도 Codex를 쓸 수 있게 됐는데요. 여기에 사용자가 '어떤 일을 하는지' 물어 금융·마케팅·디자인 등 직군별로 작업을 추천하는 기능까지 더했습니다. 개발자 전용이던 코딩 AI를 비개발 직군까지 끌어들이겠다는 거예요. ChatGPT라는 거대한 저변 위에 코딩 능력을 얹어, 사용자를 더 깊숙이 묶는 전략입니다.

 

명분으로 판의 정당성을 다지고, 제품으로 저변을 넓힌다. OpenAI의 진짜 강점은 이 패들을 적시에 꺼내 판을 유리하게 끌고 가는 운영 역량에 있어요.

 


Anthropic, 우직함에 영리함까지 갖추다

 

'가장 안전한 AI 개발'이라는 슬로건으로 비교적 조용한 마케팅을 하던 Anthropic이, 최근 들어 꽤나 영리한 수를 두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카드 역시 가장 묵직하면서도 가장 절묘한 타이밍에 터뜨려 효과를 극대화했습니다.

 

5월 19일, Anthropic은 OpenAI 공동창업자이자 전 테슬라 AI 디렉터인 안드레이 카파시(Andrej Karpathy)를 영입했다고 발표했어요. 카파시는 '바이브 코딩(vibe coding)'이라는 용어를 만든 것으로 유명한 인물인데요. 2024년 OpenAI를 떠나 교육 스타트업 'Eureka Labs'를 차렸던 그는, "앞으로 몇 년이 LLM 프런티어에서 특히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며 다시 최전선 R&D로 돌아왔습니다. Anthropic에서는 Claude를 활용해 사전학습(pre-training) 연구를 가속하는 팀을 맡을 예정입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게 타이밍입니다. 카파시 영입 발표가 나온 5월 19일은, 공교롭게도 구글이 I/O에서 가장 화려한 무대를 펼친 바로 그날이었어요. 구글이 물량으로 헤드라인을 독식하려던 날, Anthropic은 거물 영입 카드 한 장으로 그 헤드라인을 보란 듯이 나눠 가진 셈입니다. 결과만 보면 가장 효과적인 노출 타이밍이었죠. 동시에 지금 가장 주목받는 인물을 데려오면서, 인재 시장에서 Anthropic이 점점 강력한 자석이 되고 있다는 신호까지 내보낸 셈이고요.

 

영입만이 아닙니다. Anthropic은 9,000억 달러 이상의 밸류에이션으로 300억 달러 규모 투자를 협의 중인데요. 성사되면 비상장 기업가치에서 OpenAI(8,520억 달러)를 처음으로 앞지르게 됩니다. 연환산 매출이 90억 달러에서 440억 달러로 치솟은 게 그 배경이고, 이르면 10월 IPO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어요. 결국 카파시라는 인재도, 9,000억 달러라는 자본도 한 곳을 향합니다. 바로 Claude를 더 강하게 만드는 일이에요. 화려한 우회 없이, 모델 경쟁력으로 정면 승부하겠다는 그림입니다.

 

한 가지 더. 카파시가 떠나온 곳이 다름 아닌 OpenAI라는 점이에요. 한쪽에선 인재가 빠져나가고, 한쪽에선 그 인재를 빨아들이는 흐름이 점점 또렷해지고 있습니다.

 


왕좌의 기준이 달라졌다

 

작년만 해도 왕좌의 주인을 가리는 건 어렵지 않았습니다. 벤치마크 점수대로 줄을 세우면 그만이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습니다. 벤치마크가 같아도, 심지어 조금 낮더라도 사용성이 높으면 인정받는 시대가 됐습니다.

 

문제는 '사용성'이라는 게 꽤나 추상적이라는 점이에요. 누군가는 맡긴 일을 끝까지 해내는 AI를 높게 치고, 누군가는 여러 업무를 유기적으로 넘나드는 AI를 높게 칩니다. 또 누군가는 빠르면서도 퀄리티 높게 처리하는 AI에 점수를 주죠. 누군가는 그저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툴을 최고로 치기도 하고요. 사용성의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니, 누가 왕좌에 앉았는지 가늠하기조차 어려워진 겁니다.

 

세 기업이 각기 다른 길을 택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에요. 구글은 이미 수십억 명이 머무는 유통망 위에 AI를 얹는 힘으로, OpenAI는 패를 적시에 꺼내 판을 유리하게 끌고 가는 운영 역량으로, Anthropic은 최고의 인재와 자본을 곧장 모델 경쟁력으로 바꾸는 정공법으로 정상을 노립니다. 저마다 자신이 정의한 '사용성'의 정상을 향해 서로 다른 길을 오르고 있는 셈이죠. 모델 성능은 이제 기본 입장권일 뿐, 진짜 승부는 그 바깥에서 벌어진다는 신호입니다.

 


승자가 한 명이 아닐지도 모른다

 

사실 ChatGPT가 세상에 나온 뒤, 전 세계 기업이 오직 앞만 보고 달린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먼저 도달하는 자가 모든 걸 독식한다'는 막연한 믿음이었죠. 그 믿음의 뿌리엔 AGI가 있었어요. 인간을 뛰어넘는 범용 AI에 가장 먼저 닿는 쪽이 모든 것을 압도하리라는 가정이요. 그런데 시간이 꽤 흐른 지금도 AGI의 기준은 여전히 모호하고, 손에 넣는 일은 오히려 더 멀어 보입니다. 그러면서 '승자독식'이라는 믿음도 조금씩 누그러들었고요.

 

그렇게 보면, 세 회사가 저마다 다른 정상을 오르는 지금 풍경도 우연이 아닙니다. '단 하나의 왕좌'라는 것 자체가 흐려지고 있는 거예요. 우리가 'AI 1등이 누구냐'를 따지는 동안, 시장은 조용히 여러 개의 1등으로 쪼개지고 있는 거죠. 어쩌면 이번 다툼의 진짜 결말은 '승자 한 명'이 아니라 '왕좌의 분화'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근거는 의외로 가까운 곳에도 있어요. 마침 테크잇슈 단톡방에서 '유료로 구독 중인 AI'를 묻는 투표가 진행 중인데요(이번 칼럼에 쓰려던 건 아니었지만요). ChatGPT(Codex 포함) 13표, Claude(Claude Code 포함) 26표로 두 배 차이가 났습니다. 그런데 '둘 다 쓴다'는 응답도 13표나 됐어요. 한쪽이 앞서면서도, 적지 않은 사람이 굳이 둘을 함께 쓴다는 거죠. 왕좌가 하나로 모이지 않고 갈라진다는 신호를, 작은 투표 하나가 그대로 보여주는 셈입니다.

 

눈치채셨을지 모르겠지만, 이 투표엔 Gemini가 아예 없습니다. 제가 선택지에 넣지도 않았을 만큼, '유료 구독'에서는 존재감이 미미했거든요. 그런데 구글은 애초에 구독으로 돈을 벌 필요가 없는 회사입니다. 검색·안드로이드·유튜브라는 거대한 생태계에 Gemini가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매일 쓰이기만 해도, 그 자체가 곧 승리로 가는 길입니다.

 

점입가경이라는 말이 괜히 떠오른 게 아닙니다. 순위를 매길 수 없는 싸움만큼 끝이 안 보이고, 또 그만큼 볼만한 것도 없거든요. 어쩌면 다음 주에는 GPT-5.6이 갑작스럽게 출시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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