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내 일자리는 괜찮을까?
작성자 테크잇슈
Biz Insight
AI 시대, 내 일자리는 괜찮을까?
오늘의 세줄요약!
1. AI발 대규모 감원에도, 빅테크의 전체 고용 규모는 오히려 증가했어요.
2. AI로 인해 일자리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이동했다는 평가예요.
3. AI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휘자가 되어야 해요.
해고의 공포 뒤에 숨겨진 역설
공포는 늘 잘 팔리는 뉴스입니다. 최근 1~2년간 실리콘밸리 소식의 공포 키워드는 단연 '정리해고(Layoff)'였는데요. 구글, 메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시가총액 최상위 기업들은 매년 수만 명 단위의 감원을 단행했고, 언론은 이를 두고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한다며 불안을 부채질했습니다.
그러나 숫자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실상은 그 반대였습니다. 감원한 것보다 더 많은 인원을 채용하며 오히려 덩치가 더 커진 것인데요. 메타는 지난 3년 간 2만 5천 명을 해고했지만, 현재 직원 수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말보다 무려 70% 이상 늘었습니다. 아마존 역시 전체 고용 규모가 157만 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 중이며, 구글 또한 대규모 구조조정을 거쳤음에도 현재 인력은 역대 최고점과 불과 0.2% 차이밖에 나지 않습니다.
이를 두고 언론에서는 일자리가 대체된 것이 아니라, 대이동했다고 표현합니다. 문제는 그 이동의 속도가 너무 빠르고, 그 방향이 우리가 알던 '화이트칼라의 성공 방정식'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있다는 것인데요. 오늘은 이 거대한 지각변동을 주도하고 있는 AI 업계의 거물 4인의 시선을 통해, 이 변화의 본질이 무엇인지 짚어보려 합니다.
샘 올트먼: 노동의 정의가 다시 쓰이고 있다
가장 먼저 생성형 AI 시대의 포문을 연 OpenAI 샘 올트먼 CEO는 '일자리'라는 단어 자체를 재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흥미로운 비유 하나를 들었습니다.

OpenAI CEO 샘 올트먼
50년 전 농부에게 미래의 직업은 에어컨 나오는 방에서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이라고 했다면 어땠을까요? 아마 그들은 그것을 '노동'이라 인정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들에게 노동이란 흙을 만지고 땀 흘려 식량을 만드는 일이었으니까요. 마찬가지로 미래 세대에게 우리가 지금 하는 일은 그저 시간을 때우는 '유희'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올트먼이 보는 미래 핵심은 '수행'에서 '지휘'로의 전환입니다. 그는 머지않은 미래에 직원이 단 한 명도 없는 10억 달러 가치의 유니콘 기업이 등장할 것이라 예언하기도 했는데요. AI 에이전트가 코딩, 디자인, 마케팅 같은 실무를 직접 수행하는 시대에 '직원 수'는 더 이상 기업의 규모를 대변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즉, 올트먼에게 일자리의 변화는 파괴가 아니라, 인간이 더 상위 레벨의 과업으로 이동하는 진화의 과정인 셈입니다.
젠슨 황: 고용은 늘 것이다. 문제는 누가 살아남느냐다
AI 시대를 맞아 최초로 시가총액 4조 달러를 돌파한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 역시 낙관론에 힘을 싣습니다. 그는 일자리 문제를 도덕이나 철학이 아닌, 철저한 '경제 논리'로 풀어내는데요. 현재 전 세계 GDP가 100조 달러 수준이지만, AI가 생산성의 한계를 극복한다면 200조, 300조, 나아가 500조 달러까지 성장할 수 있다고 전망합니다. 파이가 커지면 기업은 더 부유해져 결국 고용은 늘어난다는 논리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늘어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누가 되느냐입니다. 이에 대해 젠슨 황은 전 세계 직장인들에게 뼈 있는, 하지만 명확한 행동 지침을 제시합니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
AI가 당신의 일자리를 뺏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AI를 능숙하게 다루는 누군가'는 당신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입니다.
젠슨 황은 우리가 평소 ‘일’이라고 부르는 것들을 다시 생각해 보라고 조언합니다. 하루 종일 스프레드시트와 씨름하거나 문서를 정리하는 건, 엄밀히 말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직업(Job)’이라기보다 기계가 더 잘할 수 있는 ‘과업(Task)’에 가깝다는 것인데요.
그는 우리가 이런 단순 과업을 AI에게 넘기고, 대신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진짜 의미 있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봅니다. 결국 AI를 잘 다룬다는 건 단순한 기술 습득이 아닙니다. 내 업무에서 기계에 맡길 것과 내가 주도할 것을 구분해 낼 줄 아는 ‘업무의 지휘자’가 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다리오 아모데이: 이번에는 너무 빠르다
반면, 최근 '클로드 코드(Claude Code)'를 통해 AI 에이전트 시대를 본격화한 앤스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CEO는 이러한 낙관론에 조용히, 하지만 강력하게 제동을 겁니다. 그는 현재 상황을 가장 냉혹하게 바라보는 리더인데요. 그의 경고는 꽤 무섭습니다.

Anthropic CEO 다리오 아모데이
향후 1~5년 내에 초급(Entry-level) 화이트칼라 일자리의 절반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이 경고가 유독 섬뜩하게 들리는 이유는, 그가 바로 그 위기를 앞당긴 장본인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앤스로픽이 선보인 에이전트 기술은 사람이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코드를 짜고 컴퓨터를 제어하며 복잡한 업무를 수행합니다. 즉, 화이트칼라의 일자리를 가장 강력하게 위협할 수 있는 기술을 내놓은 당사자가, 그 기술로 인해 사라질 '초급 인력'의 미래를 우려하는 역설적인 상황인 것이죠.
아모데이가 우려하는 핵심은 ‘속도’와 ‘사다리의 실종’입니다. 불과 2년 만에 박사급으로 진화한 AI가 초급 인력을 대체하면서, 청년들이 전문가로 성장할 기회조차 잃게 된다는 것인데요. 그는 이것이 단순한 실업을 넘어 민주주의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개인이 노동을 통해 경제에 기여하고 그 대가로 사회적 발언권을 얻는 ‘사회 계약’ 시스템 자체가 붕괴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기술적 특이점을 논하기 전에, 사회적 붕괴라는 ‘특이점’을 먼저 걱정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손을 놓고 있어야 할까요? 아모데이는 개인에게 “기습당하지 말라”라고 조언합니다. 기술의 흐름을 놓치지 말고, 지금 당장 AI를 배워서 적응 속도를 높이라는 것입니다. 사다리가 끊어지는 거대한 위기는 사회가 고민해야 할 몫이지만, 당장 내일의 생존은 결국 기술의 방향을 읽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는 냉정한 현실론입니다.
데미스 허사비스: 일자리 대재앙은 없다, 그러나 숙제는 남는다
마지막으로 2024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이자 구글 딥마인드의 수장인 데미스 허사비스 CEO는 이 논쟁을 '공포'의 영역에서 '제도'의 영역으로 가져옵니다. 그는 세간에 퍼진 AI 공포에 대해 단호하게 선을 그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구글 딥마인드 CEO 데미스 허사비스
일자리 대재앙(Jobpocalypse)은 오지 않을 것입니다. 역사가 증명하듯, 사라지는 일자리보다 더 나은 새로운 일자리가 그 자리를 채울 테니까요.
그는 AI를 인간의 일자리를 약탈하는 경쟁자가 아니라, 삶을 풍요롭게 하는 ‘유니버설 비서(Universal Assistant)’로 정의합니다. 지루하고 반복적인 일은 AI가 처리하고, 인간은 더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는 낙관론이죠.
허사비스의 시선은 ‘일자리 개수’ 너머를 향합니다. AI가 가져올 막대한 생산성 향상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진짜 질문은 따로 있다는 것입니다. 바로 늘어난 부를 사회 구성원들에게 어떻게 공정하게 분배할 것인가입니다. 그는 기술적 실업보다 해커나 테러리스트 같은 ‘나쁜 행위자(Bad actors)’들이 AI를 악용하는 것을 더 큰 리스크로 봅니다.
결국 허사비스는 일자리 문제를 기술의 문제가 아닌, 정치의 문제이자 분배의 문제로 격상시킵니다. AI가 만들어낼 풍요로움이 소수에게만 집중되지 않도록 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기술자가 아닌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가장 시급한 숙제라는 메시지입니다.
대이동은 맞다. 그리고 대체도 맞다.
네 명의 CEO는 서로 다른 미래를 말합니다. 어떤 이는 진화를 이야기하고, 어떤 이는 붕괴를 경고하며, 어떤 이는 성장을, 또 다른 이는 분배를 말합니다. 그러나 이들의 시선이 교차하는 지점에는 하나의 공통된 결론이 있습니다. AI는 일자리를 없애지 않았습니다. 대신, 일자리가 있어야 할 위치를 바꿔 놓았는데요. 빅테크의 고용 규모가 유지되거나 늘어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서두에서 저는 이것이 대체가 아닌 대이동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대이동은 ‘대체’가 완료된 이후에 벌어지는 생존의 과정입니다.
관리와 반복, 중개와 보고 중심의 과거 영역은 AI에 의해 완벽하게 ‘대체’되었습니다. 그리고 AI를 설계하고, 통제하며, 그 결과를 해석하는 새로운 영역으로 일자리가 ‘이동’했습니다. 즉, 대체된 자리에서 짐을 싸서, 새로운 자리로 이동한 사람들만이 살아남아 빅테크의 고용 숫자를 채우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의 과제는 명확합니다. 사라지는 일자리 위에서 단순히 버티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대체된 과거와 작별하고, 이동하는 미래에 올라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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