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때문에 우리도 머리 아픕니다(Feat. 테크업계)
작성자 테크잇슈
Biz Insight
트럼프때문에 우리도 머리 아픕니다(Feat. 테크업계)

오늘의 세줄요약!
1. 트럼프 2기는 규제 완화와 투자 확대를 통해 테크 산업에 기회를 열고 있어요.
2. 반면, 관세 강화는 AI·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요.
3. 불확실한 환경은 자금과 인재 유입을 막으며 스타트업에 부담을 주고 있어요.
말 그대로 '광폭 행보'입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이야기입니다. 중간에 바이든에게 집권을 넘겨줬던 것이 울분이 되었는지, 2기 임기 시작과 동시에 기존의 상식을 뒤흔드는 정책들을 빠르게 추진하고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건 역시 관세 정책으로, 이 조치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경제에까지 파장을 일으키며, 각국의 계산법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트럼프 관세 정책 밈 (출처 : X)
이러한 변화는 테크 업계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특히 트럼프는 일론 머스크를 정부효율부 수장에 앉히는 등 테크 업계 인사들도 가까이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이 AI, 반도체, 스타트업 등 테크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AI : 규제 완화와 관세 정책의 딜레마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AI 분야를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취임 직후 바이든 전 대통령이 발표했던 AI 규제 행정명령을 폐기했습니다. 불필요하게 부담되는 규제가 민간 혁신을 방해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인데요. 이는 경쟁국, 특히 중국의 빠른 속도의 발전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AI 개발에 대한 규제 완화를 통해 AI 패권 유지를 하겠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를 독려하고 있습니다. OpenAI, 오라클, 소프트뱅크를 필두로 미국 내 20개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5,000억 달러 규모의 '스타게이트(Stargate)' 프로젝트를 발표한 것인데요. 압도적인 힘을 바탕으로 다시금 경쟁국을 앞지르겠다는 포부입니다. 그러나 서두에 말씀드렸던 관세 정책은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AI 인프라 구축 노력에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미국 상호 관세 추가 적용 국가 관세율 (출처 : 비즈워치)
실제로 4월 초에 발표된 관세안에 따르면 중국산 기술 장비에 34%, 대만산에 32%, 한국산에 25%의 관세가 부과되고 모든 수입품에 일괄 10% 기본 관세가 도입됩니다. 반도체 칩 자체는 관세 정책에서 제외되었지만, 서버와 회로 기판 등 AI 인프라 구성품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요. 이에 따라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등은 데이터센터 투자 계획을 재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엔비디아와 AMD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의 주가 역시 7~10%가량 급락한 모습입니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규제 완화로 AI 혁신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지만, 동시에 우려의 목소리도 큽니다. 윤리, 안전장치가 부족하다는 걱정인데요.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ChatGPT의 지브리풍 이미지 생성 사례 역시 저작권 논란이 있음에도 별다른 규제가 마련되지 않은 점에서, 이러한 흐름을 엿볼 수 있습니다.
정리를 해보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AI 정책은 '혁신 가속화'라는 명분 아래 규제 완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정책 간 충돌과 윤리적 공백이라는 잠재럭 리스크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 보조금은 줄이면서 투자는 늘려라?
반도체는 AI 못지않게 전략적으로 중요한 산업이자, 미중 중기술 패권의 중심에 있는 분야입니다. 특히 AI와 클라우드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고성능 반도체 확보는 안보 전략으로까지 간주되고 있는데요. 이에 바이든 정부에서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미국 내 공장 설립을 유도하기 위해 '칩스법(CHIPS and Science Act)'을 발의했습니다. 삼성, TSMC, 인텔 등에게 수조에서 수십조 원에 달하는 규모의 보조금을 내걸며 유혹한 것이죠.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이 법안을 두고 비효율적이라고 규정하며, 보조금 축소 또는 폐지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관세만 제대로 매기면, 기업들은 어차피 미국에 공장을 짓게 되어 있다"라고 주장했는데요. TSMC가 과거 미국 투자 규모를 650억 달러에서 1,650억 달러로 늘린 것이 자신의 관세 압박 덕분이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칩스법 보조금 규모 (출처 : 연합뉴스)
그러나 기업의 마음은 다를 수 있습니다. 당장 삼성전자만 하더라도 바이든 정부에서 6조 9천억 원의 보조금을 지급받기로 결정된 상태였는데, 이 금액이 축소되거나 아예 폐지가 된다면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대해 트럼프 정부는 보조금 대신 '규제 완화'와 '행정 효율화'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3월 31일에 출범한 '미국 투자 가속화 행정명령'은 그동안 투자를 가로막던 복잡한 행정 절차를 줄여, 보조금 없이도 미국을 매력적인 생산기지로 만들겠다는 계산인데요. 그러나 업계에서는 여전히 이 정책이 과연 보조금을 대체할 만큼 매력적인가에 대해서 의문을 표하고 있습니다.
요컨대, 시장 개입은 줄이면서도 국내 생산은 유도하겠다는 이상적인 균형을 노리고 있지만, 현실은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보조금은 줄고, 관세 정책으로 인해 장비 가격은 오르며, 정책 방향도 예고 없이 바뀌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과감한 투자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스타트업 : 기회는 열렸지만, 인재와 자금은 빠져나간다
스타트업 생태계는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전반적으로 숨통이 트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역시 가장 큰 변화는 규제 완화입니다. 핀테크, 암호화폐, Web3 등 신산업 분야의 규제를 풀고, 증권거래위원회(SEC) 개혁이나 법인세 감세 가능성도 시사하며, 스타트업 친화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특히 스타트업의 연방 정부 프로젝트 참여 기회가 확대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인 시그널입니다. 국방, 인공지능, 에너지 인프라 같은 우선순위 산업에서 스타트업의 참여를 독려하며 성장의 기회를 열어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여전히 기대와 현실 사이의 간극이 존재합니다.
무엇보다 자금 조달 환경이 녹록지 않습니다. 이번에도 변수는 관세 정책입니다. 고율 관세와 시장 불확실성으로 인해 벤처캐피털은 신중 모드에 돌입했고, 일부 유니콘의 IPO는 연기되거나 재평가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이 출렁일 때마다,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H-1B 비자 거절률 통계 (편집 : 작가)
또한, 인재 문제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트럼프 정부는 불법 이민자에 대한 강력한 추방 정책과 함께, 유학생 비자에 대한 심사도 강화하는 추세입니다. 전문직 취업을 위한 비이민 비자인 H-1B 비자에 대해서는 지지 입장을 밝혔지만, 수수료 인상과 연례 쿼터를 적용하는 등 실제 접근성은 오히려 낮아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1기 집권 당시 해당 비자 거절률이 크게 높았던 점을 고려하면, 유사한 정책 기조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은데요. 이러한 상황에서 해외 인력 의존도가 높은 스타트업은 인재 확보에 더욱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습니다. 제한된 인재 풀 안에서 대기업과 연봉, 복지 측면에서 경쟁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우려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변화가 내수 중심의 생태계 재정비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존재합니다. 다만, 스타트업들은 자본과 인재라는 성장의 두 축이 제약을 받는 상황에서 단기적으로는 '성장'보다 '생존'이 더 절박한 과제가 될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기회와 위기가 동시에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분명 기회의 문을 열었습니다. AI 규제 완화, 대규모 인프라 투자, 스타트업 참여 확대, 법인세 감세 시사 등 테크 산업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려는 움직임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관세 강화와 정책 방향의 급격한 전환은 또 다른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AI는 인프라 비용 증가라는 딜레마에 직면했고, 반도체 기업은 보조금 축소와 정책 불확실성에 흔들리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은 인재와 자금이라는 핵심 요소의 수급이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트럼프 2기의 테크 정책은 성장을 독려하면서도 통제를 강화하는 '줄타기 전략'에 가깝습니다. 한편으로는 규제 완화와 세제 혜택을 통해 기업들의 속도를 높이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고율 관세와 예고 없는 정책 변화로 불확실성과 비용 부담을 동시에 안기고 있는데요. 이처럼 기회와 제약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상황에서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전보다 훨씬 더 복잡한 결정을 빠르게 내리는 전략적 판단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위 글은 '테크잇슈'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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