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섣부른 공감은 경계합니다.
작성자 테이블토크
사회변화를 향한 레퍼런스
✋ 섣부른 공감은 경계합니다.



최대한 어중간한 태도로 살겠다는 결심
안녕하세요? 저는 스튜디오어중간 대표 김가현입니다. 2-30대 젊은 투병인들의 서사를 여러 장르의 콘텐츠로 엮은 비정기간행물 ‘매거진 <병:맛>’을 제작하고 있어요. <병:맛>은 국내 최초 (아니 어쩌면 세계 최초) 2030세대 투병문화매거진입니다. 스튜디오어중간 편집부가 2020년 말 창간한 잡지이죠. 잠깐, 생각해 보니 <병:맛>을 소개하려면 스튜디오어중간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겠습니다. 스튜디오어중간. 힙하고 핫한 회사명이 넘쳐나는 가운데 왜 하필 ‘어중간’이라는 이름일까요?
‘너 참 어중간하다’ 누군가로부터 이런 말을 들어본 적 있나요? 스튜디오어중간을 창립한 장지수 작가(전 대표)는 30대 초반, 건강 상의 큰 위기를 겪은 ‘청년투병인’ 당사자입니다. 직장인 시절, 아침에 출근을 준비하는데 배가 너무 아파서 병원을 찾았고, 뱃속에 500원짜리 동전만 한 암덩어리가 있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삶을 통째로 뒤흔든 질병과의 만남, 그리고 이어진 투병의 시간. 그 시간을 통과한 후, 이전과는 달라진 몸으로 사회에 복귀하게 되었어요. 아무래도 예전보다 신중한 태도로, 더 나은 선택이 있을지 고민하는 빈도가 잦아졌죠. 그때마다 되돌아온 건 “넌 왜 이렇게 어중간하냐”라는, 질문을 가장한 질책이었습니다.
'어중간' 사전적인 정의는 이렇습니다. ‘거의 중간쯤 되는 곳, 또는 그런 상태’ 단어의 뜻을 짚어보았을 때, 전혀 부정적으로 다가오지 않았어요. 오히려 분명한 방향과 태도를 가지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 그런 여유롭고 긍정적인 이미지가 그려졌죠. 그래서 장지수 작가는 다짐합니다. 이제 나에게 남아있는 삶은 최대한 어중간한 태도로 살아야겠다. 그런 다부진 의지가 담긴 사명이 바로 ‘스튜디오어중간’입니다.
김가현 에디터(현 대표)는 살면서 이따금 병치레를 하긴 했지만, 삶을 뒤흔들 만한 중증질병의 경험은 없었습니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방황하던 시기에 장지수 작가를, 그리고 2-30대 ‘청년 투병’이라는 키워드를 만났어요. 사회적으로 한창 왕성하게 활동할 시기에 예상치 못한 질병을 만나 투병하는 또래들의 경험이, 자신의 퇴사 후 공백기와 겹쳐 보였습니다. 청년투병인이 겪는 어려움이 ‘쉬었음’ 청년으로 사는 본인의 고립감, 소외감과 맞닿아 있다는 걸 깨달았지요. 그렇게 ‘청년 투병’이라는 이슈를 문화로 풀어내는 매거진 <병:맛> 창간 멤버로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좌) Vol.1 ‘빨강’ 편 (우) Vol.2 청록’ 편 | ©스튜디오어중간
매거진 <병:맛>의 기획의도를 전하기에는 이 문장이 충분할 것 같아요. <병:맛> 창간호인 Vol.1 ‘빨강’ 편에 수록된 에세이 <젊은 투병인에게 전하는 책과 문장들> 중 일부입니다. 함께 읽어봅시다.
말이라는 건 언제나 맥락적이지만, 고통 중에 있는 사람에겐 더욱 그렇다. 똑같은 말이 비수가 되기도 하고 동아줄이 되기도 한다. 여기에 더해, 자신의 불행에 압도되어 있는 아픈 사람은 애초에 좋은 대화 상대가 아니다. 이 고통을 누가 안다고 해도 화가 나고(네가 뭘 알아) 모른다고 해도 화가 난다(이걸 어떻게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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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덮으면 그만인 것이다. 의학적 처치 때문이든 주변 사람들 때문이든 병 자체 때문이든 끊임없이 몸과 마음이 침입당하는 느낌에 시달리지만 동시에 그 어느 때보다 소통에 목마른 투병인에게, 개인적으로 별 관계가 없는 사람의 말을 듣거나 듣지 않길 선택할 수 있다는 독서의 조건은 아플 때 책을 오히려 가장 가깝고 편한 친구로 만든다. 당신은 이 글도 덮어버릴 수 있다.
…
젊어서 아프다는 건 젊기에 억울하다고 느껴지는 일이기도 하고 아프며 살 날이 많은 것 같아서 아득하기도 한 일이다. 질병의 충격과 영향 아래 오랫동안 살아갈 당신, 당신을 죽게 내버려 두지 않는 말을 만나길. 실낱같은 빛, 거의 무심해서 좋은 위안, 악몽으로 깬 이의 등을 쓸어내려주는 손, 다시 세상으로 끌어당기는 중력, 인간의 마을로 돌아가는 길을 표시하는 작은 돌멩이들, 황무지를 찾아 헤맬 때 손에 든 나침반 같은, 그런 말들을 찾길, 아니 당신이 찾지 않아도 말들이 당신에게 올 테니, 그 말들을 소중히 쥐길, 그 말들에 붙잡히길.
- 젊은 투병인에게 전하는 책과 문장들 (메이, <병:맛> Vol.1 中)

<젊은 투병인에게 전하는 책과 문장들> 지면이미지 | ©스튜디오어중간
고통의 한가운데 놓인 사람에게 말과 글이 무슨 소용일까요? 매거진 <병:맛>의 차별점은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병:맛>은 청년투병인을 위로하려고 만든 책이 아닙니다. 젊은 투병인들을 무작정 불쌍하거나 안타까운 시각으로 바라보지 않죠. 매거진 편집부는 오히려 섣부른 위로를 경계합니다. 그러한 태도로 콘텐츠의 만듦새를 가다듬고요. 매거진 <병:맛>은 단서를 제시하는 일에 가깝습니다. 질병의 영향 아래 있는 2-30대 청년들이 투병의 시간이라는 망망대해를 건널 때 필요한 이야기를 수집하고, 그 이야기를 여러 장르의 예술적 결과물에 담아요. 이로써 이 말과 글과 이야기가 꼭 필요한 이들에게 닿을 수 있도록 작업합니다.

젊은데 아파서 모순적인 존재
사람은 누구나 크고 작은 질병을 경험합니다. 나이가 어리거나 젊다고해서 비켜갈 수는 없지요. 청년들의 건강에 적신호가 들어왔다는 사실은 꽤 이전부터 여러 매체를 통해 발표되었는데요. 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20대 당뇨병 환자는 42%, 고혈압 환자는 26%나 증가했습니다(2022년 기준).¹ 노인이 아닌데도 노인성질환을 겪는 젊은 환자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2-30대 암 발생률은 전세계적인 이슈입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 타임즈는 ‘주요 20개국(G20)의 20~34세 암 발병률은 30년 만에 최고 수준’²이라며 ‘다른 어떤 연령대보다 빠른 증가세를 기록’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정신건강은 또 어떤가요? 2-30대의 자살률과 고독사는 한국 사회의 주요 현안으로 떠오른지 오래입니다. 2022년 기준 우울 에피소드 및 재발성 우울증으로 진료를 받은 2030 환자 수는 100만 명을 훌쩍 넘었습니다.
그렇게 많은 아픔에 비해, 우리 사회에서 2030세대가 자신의 질병을 말하는 것은 어쩐지 눈치가 보이고, 여전히 당당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청년’은 사회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체력 좋고 건강할 것을 기대받는 존재입니다. 책『젊고 아픈 여자들』의 저자 미셸 렌트는 "젊음은 질병이나 장애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여겨지고, 젊음이라는 단어가 이미 건강을 포함한 것으로 통용되기에 ‘젊고 아픈 사람’은 존재 자체로 모순적"이라 말합니다. ‘건강한 청춘’ vs ‘아픈 노년’이라는 이분법적 시각 속에서 현재 투병 중이거나, 투병 이력을 가진 청년들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됩니다.

아프면서도 학업, 취업, 연애, 결혼을 해야 하는
아프면서도 학업, 취업, 연애, 결혼 등 생애 과업을 이어가야 하는 청년 투병인. 2-30대 전반에 놓인 삶의 숙제 앞에서 ‘투병 이력’은 결함이 됩니다. 청년을 위한 각종 정부지원제도에서도 ‘아픈’ 청년은 배제됩니다. 고용복지센터 청년일자리 지원 제도에 따르면 ‘지병, 건강 쇠약 등으로 근로가 불가하다고 판단하는 자’는 청년임에도 지원대상이 아닙니다. 현장 실습으로 산업체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에 걸린 뒤 부당해고 당한 청년이 ‘일학습병행제’로 공부하던 학교에서까지 본인 동의없이 ‘자퇴’ 처리된 사건도 있었습니다.
신체 또는 정신적인 장애로 일학습병행을 계속하기 곤란한 경우, 학습근로계약 해지 사유가 된다는 법령이 근거로 작용했어요. 이미 경력 형성을 시작한 청년에게는 투병으로 인한 공백기가 문제입니다. 이력서 상 공백기를 ‘아파서 쉬었다’고 말하면 아픈 사람이 왜 일하려고 하냐며 역질문이 따라옵니다. 담론적으로도 정책적으로도 사각지대에 놓인 2-30대 청년투병인은 세상에 스스로를 드러내지 못한 채 고립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패널 Talk <2030 투병인의 먹고 사는 일> 지면이미지 | ©스튜디오어중간
“대학 2-3학년쯤 되면 진로를 설정하고 거기에 맞게 노력해 나가잖아요? 그런데 사실, 저는 (제 몸으로) 9 to 6 출근하는 일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을 늘 해왔어요. 그래서 방어막으로 ‘나는 대학원에 갈 거다’라고 친구들에게 말하고 다녔어요” (희우, 29세)
“저는 직장생활을 하다가 위암 진단을 받았어요. 그래서 위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게 됐고요. 예전에 일했던 분야에 재취업을 준비해 본 적이 있는데요. 회사에서 식사를 어떻게 할지부터가 고민됐어요. 어느새 점심시간이라는 단어가 굉장히 무서운 단어로 변해 있더라고요” (장지수, 39세)
“치료 도중에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요. 그때 평생교육사 인터넷 학원을 등록해서 수업도 듣고 그러다가 ‘아, 이러다 더 큰 병 걸리겠다’ 싶어서 멈췄죠” (곽승희, 36세)
- 패널 Talk <2030 투병인의 먹고사는 일> (<병:맛> Vol.2 中)

맛과 색, 공감각으로 전하는 투병 읽기 경험
다양한 예술적 결과물의 집합체인 매거진 | ©스튜디오어중간
투병이란 한 사람의 몸속에서 펼쳐지는 지극히 감각적이고 내밀한 경험입니다. 이토록 개인적인 사건이 사회 담론으로서 수면 위로 떠오르려면 사람들의 ‘공감’이 필요하죠. 그런 맥락에서 ‘매거진’이라는 표현 수단은 청년투병 이슈를 담는 아주 좋은 그릇이 됩니다. 매거진은 정보를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매체이자 촉감과 색감, 읽는 리듬 등 편집 방식에 있어 감각을 함께 전하는 매체입니다. 종이의 질감, 사진의 명도, 문단 사이의 여백, 페이지를 넘기는 호흡까지. 매거진이 만들어내는 읽기 경험은 독자로 하여금 타인의 감각에 잠시 머무를 수 있도록 합니다. 그래서 매거진은 이해보다 감각으로 먼저 다가와요. 어떤 텍스트는 의미를 파악하기 전에 이미지로 기억되고, 어떤 이미지는 설명이 없어도 상태를 전달하죠. 이는 마치 투병의 경험과도 같습니다. 투병 역시 개념으로 정리되기 전, 몸의 변화와 감각의 어긋남으로 느껴지니까요. 독자들은 매거진 <병:맛>을 읽는 동안 자연스럽게 투병의 세계로 건너올 수 있습니다. 인터뷰, 에세이, 사진, 그림 등 여러 예술적 결과물을 한 권의 책으로 엮을 수 있다는 점에서 표현 범위가 자유로운 장르이기도 합니다.
여기까지 레터를 읽은 독자라면 아마 눈치채셨을 텐데요. 매거진의 타이틀 <병:맛>은 ‘질병의 맛’을 줄인 말입니다. 투병의 시간을 슬픔과 우울·무기력과 같은 어둡고 씁쓸한 색채로 그려내는 기존의 시선을 탈피하는 동시에 아픔의 시간을 무작정 밝은 색으로 덧칠하는 오류를 경계하고, 투병인의 이야기를 경청하여 아픔 속에 깃든 다양한 빛깔을 분명하게 포착하겠다는 편집부의 의지가 담긴 제호입니다. 그래서 <병:맛>은 매호 서로 다른 맛과 색을 반영한 부제를 갖습니다.
Vol.1 <빨강 편, 뜨겁고 매움>에서는 수동적인 환자로 머물지 않고, 누구보다 능동적이고 치열하게 자신의 병을 탐구하며 투병의 시간을 보낸 이들을 취재했고요. Vol.2 <청록 편, 얼얼하고 질긴>은 끈질기게 이어지고 인생의 모든 순간에 스며있는 투병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완치라는 개념이 없는 병을 가진 사람의 투병기, 그리고 30대에 사별을 경험한 인터뷰이를 통해 질긴 시간 속에 뿌리내린 투병의 맛을 건져내었습니다.

질병서사기록으로서의 가치

(좌) <인류학 주제 탐색 세미나> 웹 포스터, (우) 세미나 현장 | ©서울대 인류학과 이하은, 스튜디오어중간
책이 가진 확장성과 가능성을 실감한 순간이 있다면, 저는 이 날을 손꼽아 말하곤 합니다. 그것은 바로 매거진 <병:맛>이 서울대학교에 초대를 받았던 날인데요. 어느 날 서울대 인류학과 대학원에서 공부하던 연구자들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자신들이 수행하는 인류학적 연구 방법이 <병:맛>의 인터뷰 과정과 비슷하다며 <병:맛> 제작과정에서 편집부가 접한 경험과 고민점을 나누는 세미나를 열어보자는 제안이었습니다.
그렇게 마련된 <인류학 주제 탐구 세미나 - 질병서사기록 과정의 가치>에서 편집부는 <병:맛>이 가진 학술적인 가치를 새로이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대중적인 매거진 콘텐츠로서 <병:맛>이 인류학적 연구에 시사점을 제시할 수 있고, <병:맛> 또한 인류학 연구의 방법론을 만나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의미 있는 시간이었어요.
그날 인연을 맺은 서울대 인류학과 석사과정생 김연주 씨와 함께 2030 청년투병인들의 연애 경험을 고찰하는 연구를 함께 하기도 했습니다. 2024년 ‘청년이 만들어가는 Young한 연구사업’에 공모하였고, 2-30대에게 뜨거운 관심사 중 하나인 ‘연애’에 있어서 질병은 보통의 2030 또래와는 다른 방식으로 연애를 경험하도록 하는 요소임을 주목하며 수행한 연구입니다. 연구내용의 결과는 2026년 출간될 매거진 <병:맛> 3호에 인터뷰 콘텐츠로 수록될 예정입니다.

<병:맛>을 선명하게 만드는 인터뷰
실제로 청년투병인 인터뷰는 매거진 <병:맛>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콘텐츠이자, 편집부가 가장 오래 공을 들여 만드는 챕터이기도 합니다.
편집부는 지금까지 꺼내어 볼 엄두가 안 났던 기억 속으로 함께 걸어 들어가는 동행자가 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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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는 고통스러운 기억을 떠올리는 힘든 작업이지만 지금 이 글을 읽고 있을 누군가에게 괜찮아지리라는 믿음을 주고자 용기를 주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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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깊고 무거운 심연 속 초록 한 방울> (우) <나는 젊은 사별자입니다> 지면이미지 | ©스튜디오어중간
자칫 소홀해질 수 있는 몸 관리에 잔소리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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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의 시간 속 동상이몽을 새삼 깨닫게 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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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아픈 사람을 위한 책이 아니다
조금은 도발적인 문장으로 글을 매듭지어 보겠습니다. 매거진 <병:맛>의 가장 큰 수혜자는 다른 누구도 아닌, 제 자신이라는 사실을 고백하고 싶어요. 사실 <병:맛>을 작업하는 건 꽤나 괴로운 일입니다. Vol.1과 Vol.2의 발행 텀이 무려 3년인 이유가 그 때문일지도 모르죠. 매거진 <병:맛>을 만드는 내내 저는 삶의 유한함을 감각하고, 그 감각에 압도당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 사이에 제 삶은 더욱 선명해졌어요. <병:맛>은 제가 서울을 떠나 과감히 삶의 터전을 옮길 수 있는 용기를 주었고, 비혼주의를 고집했던 제가 결혼이라는 치명적인 관계 맺음에 뛰어들도록 했습니다. 무엇보다 제 삶을 아주 뜨겁게 사랑하도록 등 떠밀었어요.

<병:맛> Vol.2 인터뷰 현장 | ©스튜디오어중간
Vol.2 ‘청록 편’의 편집자 노트를 인용하며 글을 마칩니다.
암에 걸린 청년의 고립감과 소외감은 퇴사 후 공백기를 견디는 청년의 외로움과 연결됩니다. 아픈 몸으로 근로할 수 있는 일의 조건은 임신, 출산, 또는 지역 이주로 배경이 달라진 청년에게 꼭 필요한 일자리가 될 수 있습니다. 젊은 사별자의 이별 과정은 이제 막 결혼을 준비하는 커플에게 결혼의 의미를 숙고하도록 합니다. 누군가의 투병 경험을 듣고, 이해하고, 기억하면서 마침내 자신의 삶을 온전히 사랑하기도 합니다.
한 사람의 아픔이란 온전히 닿을 수 없는 미지의 영역입니다. 이것은 어떻게 해도 변할 수 없는 사실이겠죠. 하지만 고통의 곁에 잠시라도 서 보면 알게 됩니다. 한 사람의 고통은 이미 내 삶 속에 다른 얼굴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요. 그렇기에 <병:맛>의 시도는 불완전할수록 깊어지고, 또 짙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김가현 (Outro, 두 번째 <병:맛>을 띄우며 中)
추신.
다가오는 2026년, <병:맛> 3권이 출간됩니다. 투병의 당사자가 아닌, 투병인의 주변부 이야기를 모으고 ‘돌봄’이라는 키워드를 다뤄 볼 예정이에요. 원고 기고나 콘텐츠 협업에도 열려있으니 편집부에게 노크해 주세요! 3권은 어떤 색과 맛으로 완성될까요? 많은 기대와 응원, 그리고 관심을 부탁드려요.🙂
¹ 당뇨·고혈압에 고생하는 MZ… 노인 아닌 노인성질환자 3년 새 10% 늘어. 한국일보. (2022.9.25)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092517050003579
² '갓생' 사는 MZ 암 발병률 사상 최고…충격의 건강검진 결과 [MZ 가속 노화] 중앙일보. (2023.10.17)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99857
글 | 김가현
'어중간한' 존재들과 함께 잘 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은 사람.
강원도 영월에 사옥을 세우고, 공백기를 겪는 예술가를 위한 <레지던시 굴:Guul>을 운영한다.
2030세대 투병문화매거진<병:맛>을 연재 중이다. 스튜디오어중간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studio.a.zunga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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