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대'에서 시작된 작은 씨앗

‍| 유튜브 채널 '희야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처음부터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으셨던 걸까요?

비슷한 연령대 청년들의 삶과 세상에 대한 생각이 항상 궁금했어요. 흔히들 말하는 '진대(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것도 좋아했고요. 그런데 술자리나 모임에서 삶의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 "왜 이렇게 진지하냐"는 반응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주제들을 자연스럽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처음에는 학벌주의나 '대기업 취업만이 과연 정답일까' 같은 20대에게 주어진 현안에 대한 생각을 영상으로 만들어 올렸어요. 하지만 스무 살 학생이 말하는 인생 이야기가 과연 설득력이 있을까 싶기도 했어요. 그러던 중  창업가나 대기업 현직자들을 실제로 만나보니 이전에 표면적으로 이해하고 있던 것들과 다른 부분을 많이 접하게 되더라고요. 이런 분들이 당사자로서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해 주시면 전달력이 더 높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래서 다양한 분들을 인터뷰해 그들의 경험과 생각을 담아 공유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꾸게 됐죠.

공대생인지라 처음에는 커리어와 삶의 철학에만 관심이 있었을 뿐 사회에 대한 관심은 크지 않았는데, 다양한 사람들을 인터뷰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회적 이슈에 대한 관심이 생겼어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사회 문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관심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지금은 삶, 사회, 커리어, 사랑 이렇게 네 가지 섹터로 나눠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어요.

| 인터뷰 대상자는 어떻게 섭외하시나요? 특별한 기준이 있나요?

국내 인터뷰이는 주로 제 주변 인물과 그들의 소개로 섭외해요. 학교나 대외 활동을 통해 만난 사람, 친구나 지인을 통해 소개받은 다양한 백그라운드를 가진 분들 중 적극적으로 출연 의사를 보여주시는 분들께 촬영을 제안해요.

해외 인터뷰의 경우는 SNS를 통해 섭외했어요. 미국에 가기 전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 인터뷰 의향 있으신 분은 연락 달라고 올렸는데, 그 영상이 한국계 미국인들에게 퍼져서 많은 연락을 받았어요. 27일 머무는 중 총 35분을 섭외했었죠. 미국 내 머물렀던 에어비앤비 호스트와 대화를 나누다 인터뷰를 요청하기도 했어요. NASA 엔지니어도 그렇게 만나게 됐었죠.

가급적 유명한 사람보다는 일상에서 만나는 우리 주변의 인물을 인터뷰하고자 해요. 유명한 분들은 엮여 있는 이해관계자가 많다 보니 과감하게 본인 의견을 말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거든요. 이미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도 충분하다고도 생각하고요. 그래서 평범한 학생, 직장인이나  스타트업 대표처럼 본인 내면의 진짜 생각을 자유롭게 들려줄 수 있는 분들을 다양하게 만나려고 해요.

| 구독자가 최근 11만 명을 넘어섰어요. 특별히 반응이 더 좋은 콘텐츠가 있나요?

배우 동원 님과의 인터뷰가 알고리즘을 타면서 채널이 알려지기 시작했어요. "한국인은 돈에 미쳐 있다"라는 영상이었는데 6시간 만에 100만 조회수를 넘겼거든요. 그날 밤 동원 님과 다음 영상을 계속 올려도 과연 괜찮을지 심각하게 이야기 나눴어요. 한국 사회에 대해 같은 문제 인식을 가진 사람이 정말 많구나 싶으면서 또 한편으론, 비판적인 내용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이 걱정되었거든요. 많은 사람들이 보는 영상이다 보니 우리가 하는 말들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겠다는 책임감도 느껴졌고요. 그때 처음으로 영향력이라는 것을 실감했던 것 같아요.

이후 국내 인문학도 출연자분들이 자신만의 철학과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을 이야기하는 영상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구독자수가 빠르게 늘었어요. 최근에는 미국 실리콘밸리 인터뷰 영상들이 반응이 좋아요. 미국이라는 큰 시장에서 활동하는 프로페셔널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무래도 커리어 측면에서 사람들의 관심도가 높은 것 같아요.

| 에세이 『어른 됐으면 이제 니가 알아서 하라길래』를 출간하셨어요. 책을 쓰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제 개인적 이야기가 궁금하다는 구독자분들의 피드백이 있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지금의 제 생각들을 기록해두고 싶었던 이유가 컸어요. 4-50대 분들을 인터뷰하며 자주 들었던 말이 "시간이 갈수록 생각이 편향되어 가는 것을 느낀다"는 것이었거든요. 젊을 때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시선을 깰 일이 많은데, 나이가 들수록 그런 기회가 줄어든다고요. 그래서 생각이 가장 열려 있을 때의 시선을 담아두었다가 나중에 생각이 조금은 굳어지고 편향되어 간다고 스스로 느낄 때 다시 열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책을 쓰게 됐어요. 

‍저의 경험과 생각을 나누며 실패를 공론화하고 싶다는 바람도 있었어요. 요즘 인스타그램 등 SNS를 보면 성공한 이야기만 넘쳐나요. 모든 게 반짝반짝하고 멋있어 보이죠. 실제로는 누구나 실패를 경험하고, 특히 20대에는 실패가 당연한 일인데도 그런 이야기들은 잘 공유되지 않더라고요.

‍저도 대학교 때 크고 작은 기회에 도전했었어요. 다양한 대외 활동에 지원해서 불합격한 사례도 많았죠. 저는 이 떨어진 경험과 도전 과정을 블로그에 게시했어요.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20대에는 실패하는 게 당연한 일이고 또 언제든 실패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실패한 이야기를 숨기지 않고 나누는 것이 서로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실패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더 많은 사람들이 도전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도 있고요.

| 토론 모임도 운영하고 계시는데,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경제적인 이유가 컸어요. 초기 유튜브 수익이 너무 적어서 채널을 지속할 방법을 찾아야 했거든요. 당시 독서 모임이 인기였는데, 참가비가 꽤 비싸더라고요. 그래서 비슷하지만 좀 더 부담 없는 비용으로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마침 그때 인터뷰했던 한 카이스트 학생이 "대학 시절이 끝나면 이후 자유롭게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잘 없다는 게 큰 문제"라고 하더라고요. 그 말에 완전 공감했어요. 직장에 들어가면 주로 업무 관계로 사람을 만나게 되고,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별로 없어지잖아요.

‍그래서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서 솔직하고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모임을 만들었어요. 다양한 주제로 읽고 쓰고 토론하며 세상의 변화와 자신의 삶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거죠. 처음엔 오프라인으로 시작했는데 현재는 온라인 중심으로 운영 중이에요. 전국의 다양한 분들이 지속성을 갖고 참여하기에 더 용이하거든요.

4년 간의 적자에서 발견한 성장의 가능성‍

| 크리에이터 활동을 지속하는 데 현실적 어려움은 없나요?

‍가장 큰 고민은 경제적인 부분이에요. 4년 동안 운영했는데도 수익이 거의 없었거든요. 미국에 갔을 때도 사실 비행기 표 값밖에 없었지만, 구독자 수가 많지 않았음에도 후원해 주신 분들 덕분에 일정을 완주할 수 있었어요. 정말 감사한 일이지만 받기만 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있어요. 그래서 분명한 가치를 제공하고 그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는 구조를 만들고자 토론 모임 등도 함께 활성화하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또 다른 어려움은 타깃 설정이었어요. 초기 구독자 연령대를 보면 20대부터 60대까지 고르게 분포했는데, 타깃이 너무 넓으니 마케팅에 명확한 방향을 잡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20-30대 시청자에 집중해서 콘텐츠를 만들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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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청년들을 만나며 느낀 2030 세대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요?

‍“국가가 있어야 개인이 있다”고 생각하는 기성세대와 달리, 2030 세대는 개인을 우선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자란 시대상과 환경이 다르니까요. 우리 세대가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은 '파이가 계속 줄어든다'는 절박함이라고 생각해요. 한국의 경제 성장이 예전과 같지 않고, 저출산 문제도 심각하다 보니 “내 자리가 과연 있을까”, "이 나라가 망하는 거 아닐까"하는 불안과 공포가 있어요. 그래서 이민이나 '경제적 자유' 같은 주제가 친구들 사이 대화에 자주 오르게 되는 것 같아요. 같은 맥락에서 ‘선택지가 계속 줄어든다’는 위기감도 큰 것 같아요. 좋은 성적을 받지 못하면 갈 수 있는 대학이 줄어들고, 20대에 특별한 경험을 쌓고 조건을 갖춰 놓지 못하면 30대의 기회도, 그 이후의 길도 줄어든다고 생각하죠. 이런 불안감이 점점 더 스스로를 옥죄게 만들고 개인의 안위를 먼저 걱정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 희찬 님의 콘텐츠에는 ‘성장’이란 키워드가 자주 등장하더라고요. 희찬 님에게 '성장'의 동력은 무엇이고, 성장을 통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제 성장 동력의 첫 번째는 선택지가 줄어드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에요. 내 능력이 부족할 때 선택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미 경험했기에 계속 능력을 키워야겠다는 동기가 생겨요. 두 번째는 과거의 영광에만 머물러 자신의 경험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을 반면교사 삼고 싶은 마음이에요.  고착화된 마인드로 현재를 이야기하는 분들을 가끔 만나는데, 그와 같은 사람이 되지 않으려면 계속 스스로를 업데이트시키며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는 각자가 자신의 관점과 방식으로 더 잘 살 수 있도록 돕는 거예요. 다양한 삶과 생각을 공유함으로써 자신만의 길을 찾고 함께 성장해 나가는 거죠. 그래서 시선을 넓힐 수 있도록 채널에 다양한 의견을 최대한 담으려고 해요. 알고리즘 시대다 보니 본인의 지지 성향에 맞는 영상과 생각들만 만나게 되잖아요. 꼭 제 채널이 아니더라도 가급적 다른 시각의 메시지를 접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이런 가치 지향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스스로 성장했다고 느끼는 순간은 사실 객관적 지표들을 확인할 때예요. 구독자 수가 늘거나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기회가 현실로 다가올 때요. 혼자 일기 쓰듯 스스로 느끼는 성장은 너무 주관적이고 자만에 빠질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현실적인 피드백이 있어야 진짜 성장인지 알 수 있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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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요?

작년에 실리콘밸리에서 만난 한 컨설턴트가 해주신 조언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제가 채널을 계속 운영해야 할지 고민이 많다고 말씀드렸더니, "10년 뒤를 보라"고 하시더라고요. "희찬 님이 지금 당장은 돈을 벌지 못할지라도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며 신뢰 관계가 쌓인다면 10년 후에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지금 당장의 수익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사람들에게 좋은 가치를 주는 것에 집중해보라"고 조언해 주셨어요.

그분이 이후로도 계속 응원해 주셨는데 최근 미국에 갔을 때는 아예 숙소까지 제공해 주셨어요. 이 경험을 통해 '진심으로 원하는 방향으로 노력하면 길이 열리는구나'라는 확신을 갖게 됐어요. 제가 NVIDIA나 구글, 아마존처럼 말로만 들어왔던 빅테크에 실제로 다니는 분들을 만나 인터뷰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그냥 계속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졌어요.

실패를 물었지만 도전을 답했다

| 앞으로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것이 있나요?

글로벌 채널로 성장해 구독자 1,000만 명을 달성해보고 싶어요. 우리나라에 외국 영상을 번역해 주는 채널은 많지만, 직접 외국인들을 인터뷰하는 채널은 생각보다 많지 않거든요. 번역된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보다 원본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리고 아시아 각국의 이야기도 담고 싶어요. 일본 고령화 사회의 실제 모습을 담아 우리나라에 시사점을 제공하고 싶고, 중국의 엄청난 기술 발전 속도와 이를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무엇보다도 콘텐츠를 만들고 공유하면서 저 스스로도 계속해서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이고 배우는 열린 사람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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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동료 청년들에게 전하고자 싶은 말이 있다면?

좋은 멘토, 그리고 응원해 주는 존재가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워낙 냉혹한 현실이다 보니, 누군가 도전하려고 하면 "그거 될 것 같냐", "현실을 봐라" 같은 비판을 많이 해요. 저도 "네 영상 누가 보기는 하냐"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거든요.

미국 인터뷰 중 실리콘밸리가 정말 좋다고 느낀 지점은 실패에 대한 리스크보다 도전의 가치를 우선하는 분위기였어요. 도전 자체를 응원하고, 실패하면 "다음에는 어떤 도전을 할 거냐"고 묻는 거죠. 한국도 문화적으로나 사회 시스템 차원에서 재도전의 기회가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한 번 실패하면 다시 기회를 잡기가 너무 어려운 구조잖아요.

물론 주변의 비판적인 시선이나 말들이 모두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경험을 바탕으로 한 현실적 조언이기도 하니까요. 다만 중요한 것은 그런 말들을 잘 소화하는 거예요. 모든 사람이 내 가능성을 인정해 줄 수는 없으니 그런 말들에 너무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크리에이터들과 교류하며 느끼는 건, "누가 이런 걸 궁금해할까?" 싶은 주제에도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는 예가 많다는 거예요. 내가 보기엔  특별할 것 없는 영상에 100만 조회수가 나오기도 하거든요. 각자의 관점은 항상 제한되어 있기에 예상과 다른 결과를 흔히 만나기도 해요. 결국 계속 도전해 보는 것밖에 답이 없는 것 같아요. 실패해도 배우는 게 있고, 그것도 하나의 경험이 되니까요. 실패든 성공이든 그 결과를 통해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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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지선

시선을 확장하는 크리에이터, 김희찬 님이 추천하는 콘텐츠를 소개합니다.
"누가 이런 걸 궁금해할까요? 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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