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풀소와 나

저희 동물해방물결이 강원도 인제에서 키우고 있는 소 친구들을 소개합니다. 맨 왼쪽에 있는 친구는 엉이예요. 이 친구가 대장소예요. 다섯 소가 모두 남성이라서 서열이 중요하죠. 서열이 높을수록 더 좋은 곳에서 먹이를 먹을 수 있거든요. 이마 삼각형이 좀 더 대칭적인 친구가 창포예요. 엉이도 이마에 삼각형이 있는데 창포보다 비대칭적이에요. 부들이는 뿔이 아래로 처져 있고요. 반대로 머위는 뿔이 되게 위로 치솟아 있어요. 뿔이 적당히 위로 솟은 친구는 메밀이에요.

소 이름을 들풀과 들꽃의 이름으로 지었어요. 통칭해서 ‘꽃풀소’라고 부르고 있고요. 들의 풀과 꽃은 강인하고 아무리 없애려고 해도 잘 살잖아요. 이 친구들이 ‘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이름을 지었어요. 꽃풀소들과 인연이 됐던 게 인천 계양산 불법 개농장 현장 방문 때였거든요. 개 사육장 옆에 ‘육우’라고 불리는 소들이 살고 있었어요. 농장주가 더 이상 소들을 데리고 있지 못하게 돼 도살장으로 가야 했던 상황에서 긴급 모금을 통해 구출하게 됐어요.

강원도 인제 보금자리에 소들이 처음 도착했을 때가 기억에 잊히지 않아요. 엄청난 호기심과 어떤 분출의 그런 기운을 제가 그 이삿날 느꼈던 것 같아요. 부들이가 ’더그덕 더그덕’ 뛰기 시작하니까 옆에 있는 친구들도 소들도 같이 뛰기 시작하더라고요. 굉장히 신나 보였어요.

저는 이지연이고요. 동물해방물결이라는 동물권 운동 시민단체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 강원도 인제 신월리 달 뜨는 마을의 청년회장으로 활동하고 있고요.

❤️ 죽이는 것보다 살리는 것이 더 좋잖아요.

동물해방물결은 학대⠂착취⠂살상 당하는 동물이 없어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미션으로 활동하는 시민단체입니다.

사람이 생활하는 곳곳에 동물이 죽거나 동물의 고통을 동반하는 서비스들이 있어요. 근데 굉장히 가려져 있거든요. 동물의 고통은 사실 많이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직접 동물이 학대⠂착취⠂죽임 당하는 현장에 가서 조사하고 기록해서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는 정보를 만들어내죠. 그리고 그걸로 대중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국회에 가져가서 "지금 현재 있는 제도나 법을 정책을 이런 방법으로 바꿔야 합니다!"라고 말씀을 드리는 거죠.

궁극적으로 만들고 싶은 변화는 적어도 동물이 인간의 필요 때문에 강제로 태어나고 고통스럽게 사육되고 결국 죽임당하는 그런 산업이나, 그렇게 생산된 동물성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비하는 문화가 없어지는 세상을 바라는 것 같아요. 이것을 쉽게 말하면 ‘죽이기보다는 살리는 세상’이죠.

👉 동물해방물결 홈페이지 : https://donghaemul.com/

‍😡 동물원에서 느낀 불안, 불행, 분노

저는 어렸을 때부터 동물을 좋아했었어요. 그래서 자연 다큐멘터리 보는 것도 좋아하고 강아지랑 살고 싶다고 부모님께 조르기도 하고 동물원도 많이 갔었어요.

그러다가 대학교 2학년쯤에 처음으로 지방에 있는 사설동물원에 갔었는데, 들어갔을 때부터 굉장히 놀랐어요. 왜냐하면 토끼들이 엄청나게 작은 공간에서 너무 번식이 많이 돼서 ‘바글바글’하게 있었거든요. 거기에 토끼들 몸까지 아주 더러웠거든요. 저는 그런 장면을 처음 봤어요. 그 동물원에서 마지막으로 본 호랑이는 더욱 충격적이었어요. 동물원 관리인이 생닭을 던지고 떠난 창문으로 가서 한 30초에서 1분가량을 계속 문을 두드리면서 포효하더라고요. 그 포효에서 엄청난 불안감, 불행, 분노 이런 것이 저한테 느껴졌어요. 그 후에 제가 그날 그 자리에 돈을 주고 동물들을 보러 왔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막 화가 나는 거예요.

그때 문제의식을 갖게 됐죠. 대학교 졸업 후 저는 “어떻게 하면 동물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싶어서 영국 옥스퍼드 대학원에 가서 ‘생물 다양성 보전 및 관리에 관한 석사 프로그램’을 하게 되었어요. 거기서 여러 가지 담론들을 많이 접했죠. 그 석사 프로그램 졸업 후 “이제 진짜 바꾸는 변화를 만드는 일을 해보고 싶다. 동물 해방 모든 동물의 해방을 외칠 수 있는 조직을 만들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마음 맞는 동료와 의기투합을 해서 2017년에 동물해방물결이라는 단체를 만들게 되었어요.

👨‍👩‍👧‍👦 다 같이 살게 되었다! 인제 신월리 청년회장 이지연

소들 때문에 인제 신월리 달 뜨는 마을에 처음 가게 됐죠. 그 마을에 가기 전에는 ‘인구 소멸’, ‘마을 소멸’ 이런 말을 들어보긴 했어도 그걸 실제로 눈으로 본 적이 없었어요. 근데 실제로 가보니 약 100명 되는 마을 인구의 연령 구성이 청년이 1명, 어린이가 1명 나머지는 대부분 70~80대 이상인 거예요. 마을 분들의 가장 큰 고민은 “이대로 가면 마을에 사람이 없어진다!”였어요.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저희 동물해방물결 청년 활동가분들이 몇 명이 되고 우리 단체의 후원자분들도 계시는데 이 그룹을 신월리 마을에 잘 연결하면 이 마을에서 걱정하는 ‘인구 소멸, 마을 소멸’이 해결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니까 “소들을 통해서 마을에 거주하는 청년이 생기고 그 청년들의 활동을 계기로 마을을 찾는 사람들이 더 생길 것이다.” 이거를 되게 불편하지 않게 마을분들에게 이야기를 드렸죠.

그 후 마을 분들이 저희를 받아주시고 그 후에 정부에서 하는 로컬 브랜딩 생활권 활성화 지원 사업과 인구 소멸 대응 기금 사업 등을 통해 저희 꽃풀소들이 살 수 있는 공간과 청년들이 신월리 마을에서 자리 잡고 지속 가능하게 활동할 수 있는 시설 공사를 진행하고 있어요.

신월리 달뜨는 마을 사무장 | 김경림

"동물해방물결 청년들이 그동안에 살아온 문화가 우리와 좀 달라서 처음에 걱정하긴 했었는데요. 같이 지내다 보니 청년들이 참 좋은 생각들을 가지고 살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좋았고요. 그리고 앞으로도 그 꽃풀소랑 마을에서 어른들이랑 같이 20년, 30년을 바라보고 살 수 있다고 하니까 더 좋았죠. 아주 뭐 환영이죠, 마을 분들은."

‍인제군 남면면 신월리 이장 | 전도화

"동물해방물결 청년들이 마을 주민하고 소통이 잘 돼요. 뭐 딴 청년들처럼 까다롭게 이것저것 조건을 걸지 않고 마을에서 하는 대로 잘 협조하니까 좋죠. 어떻게 하면 청년들이 더 발전할 방법이 있을까 많이 연구하고 있어요. 계속 힘이 있는 데까지 밀어주고 싶어요."

💭 당신은 지금 어디쯤 서 계시나요?

‍‘동물권과 로컬 사이에 어디쯤 있느냐?’ 묻는다면 저는 정확히 그 정중앙에 있다고 대답할래요. 출발한 것은 동물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였고요. 그것을 잃지 않으면서 로컬(시골)에서 대안을 만들고 또 저희의 프로젝트나 사업이 로컬(시골)에도 도움이 돼야 하니까 진짜 정중앙에 있는 것 같아요.

사실 ‘동물해방물결’은 투쟁적인 운동을 하면서 출발했어요. 캠페인이나 집회를 할 때 피켓에 들어갈 메시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없이 동물의 고통을 관찰하고 기록해야 해요. 동물을 정말 사랑해서 이 일을 하지만 동시에 이 일을 위해 동물의 가장 힘든 순간을 지속해서 봐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어요. 심적으로 정말 어렵죠.

그리고 대답하고 싶은 욕구가 되게 많단 말이에요. 저희 유튜브나 SNS 댓글을 보면 “너희가 지금 얘기하는 게 세상에 없어. 그런 거 가능하지 않아.” 이랬을 때 “아니야. 고기 아니고서도 건강할 수 있는 식단이 여기에 있어. 아니면 뭐 동물이 해방된 존재로서 사는 공간이 여기에 있어.” 이런 것들을 보여주고 싶은데 그게 없었을 때는 그냥 진짜 말로만 가능하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소들을 구조할 때는 몰랐지만, 소들이 사는 마을이 생기면서 마을 분들과 교류하고 한 식구처럼 이렇게 공동체가 되고 종을 넘나들면서 교류하고 상생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니까 자신감도 생겼죠. “이게 진짜 가능해.”라고 할 수 있게 됐고요. 새도 날개가 두 개가 있어야 날 수가 있잖아요. 그런 것처럼 저도 양 날개가 생긴 것 같아요.

처음부터 의도한 건 아니지만, 소들을 구출하고 함께 살기 위해 노력한 과정을 통해 비인간 동물만 살린 게 아니라 저희도 살고 다 같이 살 수 있게 됐어요.

영상/글 | 백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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