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의 밀도 - 변화를 만드는 관계 만들기
작성자 테이블토크
사회변화를 향한 레퍼런스
연결의 밀도 - 변화를 만드는 관계 만들기





"우리의 고민은 우리가 가장 잘 이해하니까요"
- 비장애형제모임 <나는> 이야기
지난 레터의 인터뷰이였던 비장애형제모임 <나는>의 이은아님께서 이야기의 문을 열어주셨어요. <나는>은 발달장애, 정신장애 등의 정신적 장애, 경계선 지능 장애를 가진 형제자매를 둔 청년들의 모임이에요. 이들은 부모님의 부재시 장애 형제를 책임져야 한다는 불안과 부담을 안고 살아갑니다. 어린 나이부터 장애 형제를 돌보느라 고립감을 겪거나 부모의 의도치 않은 방임을 경험하면서 많은 감정적 혼란을 느끼죠. 이러한 경험은 그들의 성장 과정에 영향을 미치며, 때로는 과도한 책임감과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매월 <나는>에서 열리는 '대나무숲 티타임'은 단순한 모임 그 이상의 의미를 가져요. 비장애형제들이 함께 책도 읽고, 그림도 그리고, 생각도 정리하면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죠. 올해부터는 '다시 만나는 나'라는 프로그램도 시작했는데요, 비장애형제인 심리상담사가 심리 검사와 상담을 제공하며 치유의 여정을 함께합니다.
이은아님은 커뮤니티 운영에 대한 현재의 고민을 나눠주셨어요. 첫째는 비장애형제들이 편안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문화를 지키는 것이었어요. 연구 목적이나 종교 전파, 심지어 장애 치료 약품의 판매를 위해 의도를 숨기고 모임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해요. 이에 대응하기 위해 명확한 약속과 규칙을 만들어 일관되게 운영하고자 노력중이라고 하셨어요.
둘째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이었어요. 모임원들의 자발적 참여만으로는 한계를 느끼고, 운영진에게 의미 있는 무형의 혜택을 제공하거나 활동비를 지급하는 전담 인력을 채용하는 방향을 고려중이라고 하셨어요.


"돌봄의 무게를 함께 나눠요" - 돌봄청년 커뮤니티 <N인분> 이야기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N인분의 오현아님은 특별한 질문으로 이야기를 시작하셨어요.
“끝이 없는 길을 홀로 걷는 듯한 같은 느낌, 경험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N인분은 장애나 질병이 있는 가족을 돌보는 청년들이 모여 만든 단체예요. 자조모임을 넘어 사회 변화를 만드는 커뮤니티를 지향하죠. 매달 돌봄과 커뮤니티를 주제로 북세미나도 열고, '돌봄 학교'라는 특별한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어요.
특히 눈길을 끈 건 '영영케어' 프로젝트였어요. 돌봄 청년과 돌봄 청소년이 서로를 지지하며 성장하는 관계망을 만드는 프로그램이에요.
"우리의 청소년 시절을 돌아보니, 속마음을 털어놓을 어른이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의 청소년들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주고 싶었어요."
오현아님도 커뮤니티 운영에 관한 고민을 나눠주셨어요. 치유를 위한 자조 모임과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게 쉽지 않다고 해요. 돌보는 가족의 건강이 악화되면 참여자의 의지와 무관하게 커뮤니티에서의 활동을 중단해야 하는 경우도 생기고요. 최근에는 구성원 모두가 주체가 되어 역할과 권한을 갖는 공동체를 꿈꾸며 법인화를 계획 중이라고 하셨어요.

"안 무서운 사람이 많아져야 해요" - <안무서운회사> 이야기
마지막으로 5년간의 은둔 경험을 가진 유승규님이 이야기를 들려주셨는데요. 그는 이제 다른 은둔 청년들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 활동하고 있어요.
"고민이 있을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안 혼낼 것 같은 사람을 찾게 되잖아요. '이 정도 고민이라면 저 사람은 이해해 줄 거야'하는 마음으로요. 이런 무섭지 않은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누구나 고민을 나누고 고립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요?"

특히 반가웠던 건 '은둔고수' 양성 프로그램이에요. 은둔 경험을 가진 당사자들이 전문성을 갖추고 다른 은둔 청년들을 돕는 거죠. "은둔 청년을 이해하는 전문가가 없다는 건 오히려 기회예요. 은둔 경험이야말로 가장 값진 자산이 될 수 있거든요."
안무서운회사는 은둔청년 직접 지원을 넘어 새로운 가능성도 모색하고 있어요. '곰손카페'처럼 대인기피증이 있는 분들도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게임회사와 협력하여 게임 속에 도움 요청 시스템을 넣어 자연스럽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고 하셨어요.
유승규님도 회사 운영 과정의 고민을 털어놓으셨어요. 첫째는 피어 그룹(peer group) 내의 윤리 문제를 꼽으셨는데요. 커뮤니티 안에서 생길 수 있는 애착이나 위력 관계를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까, 상담사와 내담자 사이의 거리는 어떻게 조절하면 좋을까를 고민하고 계셨어요.

또 다른 고민은 실무자들의 소진 문제였어요. 때로는 심각한 증상을 보이는 은둔형 외톨이를 만나게 되는데, 이럴 때 종사자들이 큰 어려움을 겪는다고 해요. 마지막으로는 경제적 지원의 필요성을 언급하셨어요. 당장의 생계가 걱정인 은둔 청년들에게는 회복 프로그램만을 권할 수는 없다며, 실질적인 도움을 함께 줄 수 있는 방안을 찾고 계신다고 해요.

"우리는 어떻게 더 단단하게 연결될 수 있을까" - 참가자들의 이야기
2부에서는 아이스 브레이킹을 위해서 간단한 율동(?)과 게임으로 분위기를 띄운 뒤, 그룹별로 더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었어요. 각 그룹에서 나온 소중한 이야기들을 모아봤습니다.

🔴 안전한 커뮤니티를 만드는 특별한 방법들
"갈등을 피하기보다는, 갈등이 생겼을 때 함께 이해하고 해결해나가는 문화가 중요해요"
"처음에는 서로 비슷한 점 때문에 모였지만, 서로의 다른 점을 통해 오히려 새로운 관점을 배웠어요"
"먼저 온 사람이 나중에 온 사람을 환대하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면 좋겠어요"
"모임 시작 전에 함께 약속을 정하고,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나누는 시간이 필요해요"
"무조건적인 수용보다는, 서로가 성장할 수 있는 건강한 긴장감도 필요해요"
🔴 지속가능한 커뮤니티를 위한 제안
"운영진들 스스로 즐거움을 느끼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해요"
"너무 강제적이지 않은 느슨한 연대가 오히려 더 오래 갈 수 있는 비결인 것 같아요"
"주기적으로 참여자들의 니즈를 확인하고, 모임의 방향을 함께 조정해가는 과정이 필요해요"
"활동의 의미와 가치를 끊임없이 되새기면서, 우리가 왜 모였는지 잊지 않는 게 중요해요"
"서로에 대한 기대치를 현실적으로 조정하고, 각자의 상황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해요"
🔴 새로운 참여자를 위한 마음
"처음엔 누구나 두려움이 있어요. 그 마음을 이해하고 기다려주는 게 중요하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줄 용기,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여주는 따뜻함이 필요해요"
"때로는 천천히 가는 것도 좋아요. 각자의 속도를 존중하면서 함께 가면 좋겠어요"


외로움에서 연결로, 개인의 경험에서 사회의 변화로 ✨
이번 모임을 통해 우리는 '당사자성'과 '연대'가 가진 힘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홀로 고민하던 이들이 모여 커뮤니티를 만들고, 그 안에서 치유와 상호 성장을 경험하고 있었어요. "나만 이렇게 힘들까?"라는 질문으로 시작된 여정이 이제는 "우리가 함께 있잖아요"라는 답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깊이 와닿았던 건, 발표했던 세 단체 모두 개인의 회복을 넘어 사회 변화 활동까지 이어진다는 점이었어요. 이은아님은 "정신적 장애인이 가족으로부터 건강하게 자립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고 싶어요"라고 하셨고, 오현아님은 "누구나 서로를 잘 돌보고 의지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어요"라고 하셨죠. 유승규님은 "도움을 요청하는 게 자연스러운 문화가 되었으면 좋겠어요"라는 바람을 전해주셨어요.

글 | 최성욱

📺 현장 영상
비장애형제모임 <나는>의 이은아 님, 돌봄청년 커뮤니티의 <N인분> 오현아 님, <안무서운회사>의 유승규 님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나보세요~
🎥 커뮤니티 운영 고민 | 이은아
🎥 모임을 위한 약속 | 오현아
🎥 편안한 참여 만들기 | 유승규
🎥그 밖의 남은 이야기 (전체 재생 목록) :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