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 부장 분투기(feat. 사회혁신, 리빙랩, 돌봄)
작성자 테이블토크
사회변화를 향한 레퍼런스
✊ 인사 부장 분투기(feat. 사회혁신, 리빙랩, 돌봄)
| 커리어가 독특해요. 왜 퇴사를 감행(?)하지 않으셨어요?
과외 활동으로 커뮤니티 매핑 활동에 1년간 참여했어요. 생업이 있으니 아무래도 한계가 있었죠. 고민이 많았어요. 내가 어디에 있는가보다 무엇을 하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결론지었고요. 비영리 기관에서 일을 하는 것보다 지금의 회사에서 만들 수 있는 변화가 더 컸어요. 사장님도 회사의 변화에 대한 공감이 있었기에 회사 내에서 사회 혁신을 만들어보고자 결심했죠. 물론 인사 부서의 업무와 병행하려니 어려움이 많았어요. 2018년 11월에 기업사회혁신 부서를 신설했고, 이후에는 기업사회혁신 업무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 모든 직원이 근무 시간의 1%를 환자와 함께 보내고 있다고요. 어떤 활동을 하는 건가요?
연초 직원들이 주제를 정하여 활동 계획서를 제출해요. 예컨대 청각장애인의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프로젝트를 하고 싶다고 가정할게요. 우선 청각장애인과의 공감 활동 혹은 워크숍 등의 현장 활동을 진행합니다. 현장 활동을 통해서 얻은 암묵지를 토대로 작은 프로젝트를 만들어보고 보고서를 제출하고, 이 내용을 KPI에 반영해요. 보고서까지 제출하면 ‘기대수준 충족(meet expectation)’이죠. 사내 공모전도 진행하며 입상 시 훨씬 초과(far exceed expectation) 평가를 받고 상금도 전달해요. 이런 시스템을 기업 철학으로 제도화하고자 노력했어요.
| 네트워크/관계 기반의 CSR 활동이 눈에 띄어요.
처음부터 네트워크 활동을 표방한 건 아니에요. 다만, 전문의약품을 홍보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었기에 좀 더 소셜한 활동이 필요했죠. 용산에 나우랩이라는 공간을 조성했고, ‘나우네트워크’를 만들어 변화를 만들기 위한 방법론을 연구하고 실험을 진행했어요.
‘나우’는 질병이나 장애가 있어도, 나이가 들어도 안심하고 나답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자본을 만들기 위한 활동이에요. 기업, 정부, 비영리 등의 여러 단체와 공동으로 사업을 수행하며 가치를 만들고 있습니다.
한국에자이가 참여하지만 다양한 파트너와 당사자가 주도적으로 역량을 쌓도록 기획했어요. 장애인과 함께 노래 만들기 활동을 하고, 로컬 음악가와 지역 공동체를 연계하는 공동창작 워크숍을 진행하고, 암 경험자와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리빙랩을 했죠. 활동을 지속하니 네트워크가 눈덩이 불어나듯이 늘었고 네트워크 참여자 간 협력이 일어났어요.
| 자선, 봉사활동과는 차별성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직원과의 공감대 형성이 쉽지 않으셨을 듯 한데요.
기업 내에서 사회혁신 활동을 추진하며 주변의 여러 사람에게 의견을 물었어요. 키맨(Key Man)을 잡으라는 답을 많이 들었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환자 중심주의 등 트렌드 변화 자료를 공유하며 사회 혁신까지는 아닐지라도 혁신에 관심 있는 동료를 모았어요. 몇 명을 설득 후 혁신 커뮤니티를 만들었죠. 이후 컨설팅 단체의 도움을 받아 기업혁신 로드맵을 구축하고, 환자를 위한 아이디어가 실현될 수 있는 체계를 구체화했어요.
대면하는 고객에게 회사의 가치를 인정받는다면 사회혁신 활동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쉬울듯 해서 혁신, 조직문화 관련한 상도 많이 받았어요. 최근에는 기업 철학을 사회혁신과 연계하기 위해서 환자, 환자 가족, 이해관계자에 대한 행복, 건강한 삶,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 목표 등의 가치를 글로벌 본사의 전략내용에 맞춰서 정관에 명기했습니다.
| 현재까지의 사회혁신 활동이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되었나요?
일단 기업에 대한 인지도가 많이 높아졌어요. 우리의 사회문제 해결 활동을 통해 한국에자이를 알게 된 분들이 많죠. 입사 지원도 늘었고요. 많은 입사지원자가 지원 동기로 한국에자이의 기업 철학을 언급해요. 또 비즈니스 제품/서비스 개발을 위한 리빙랩 활동을 전개할 시 협력할 수 있는 구체적인 연결 자원과 툴이 생겼어요. 꾸준하게 그리고 진정성 있게 사회혁신 활동을 진행한 결과라고 생각해요.
| 회사 소개에 언급되는 오픈 이노베이션, 리빙랩은 무엇인가요?
오픈 이노베이션은 회사 외부의 기술력이나 아이디어, 서비스 등을 폭넓게 활용하여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방법론이에요. 기업사회혁신 부서를 만들었으나 사내에 별도의 홍보팀, 디자인팀, 기술팀이 없으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힘들었어요. 그래서 외부 기업/단체와 좀 더 적극적으로 협력했죠.
예컨대 헬스케어 비즈니스 모델, 지역 기반 커뮤니티 케어 시스템을 만들면서 특정한 기술/제품/서비스를 보유한 기업을 개방적으로 모으고, 함께 솔루션을 개발했어요. CSR은 경영 활동과 동반되어 지속적인 실천이 필요하고, 사회문제 해결에 비즈니스 모델을 활용하고, 사회문제 해결 활동을 통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식의 순환이라고 생각해요.
리빙랩은 ‘민산학연관(민간, 산업, 학계, 연구기관, 공공)’ 협력 모델이고, 사용자 중심의 방법론이라고 생각해요. 일본의 본사에서 먼저 활용하고 있었죠. 커뮤니티 케어 분야의 사회혁신 사업을 전개하고 싶었고, 리빙랩의 방법을 활용하고 싶었어요. 처음에는 비용이 많이 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속가능한 사회 시스템을 만드는 데 있어서 좋은 방법론이에요.
| 다른 헬스케어 회사도 리빙랩과 같은 방법을 제품/서비스 개발에 적용하나요?
환자의 의견을 존중하고, 환자에게 얼마나 의미 있는 가치를 만들었는지가 레퍼런스화 되는 추세예요. 큰 회사의 경우 Patient Advocacy와 같은 전문 부서를 따로 두고, 환자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죠.
| 현재 참여 중인 '돌봄리빙랩네트워크' 활동에 관해 소개 부탁드려요.
돌봄과 리빙랩에 관심 있는 분들을 대상으로 교류를 하며 1년 동안 준비했어요. 전국의 지역사회통합돌봄 사례를 학습하는 미팅을 진행했고, 1년 전 쯤 출범식을 했죠. 10개가 넘는 기관이 참여하는 네트워크를 만들었어요. 사람 중심으로 과학기술을 활용하고, 사용자가 주체가 되어 지속가능한 돌봄 체계를 구축하려는 목적이었죠.
이 네트워크 안에서 성미산 마을돌봄 리빙랩이 만들어졌고 한국에자이와 마포희망나눔, 연세대 간호대학 김모임간호학연구소 등이 협력하는 사업이 기획되고 있어요. 관계 기반의 돌봄 시스템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는 중입니다.
| 돌봄리빙랩네트워크와 같은 협력 구조에서 참여 기업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기본적으로 후원자의 역할을 할 수 있고, 기업이 보유한 유무형 자원을 공유할 수도 있어요. 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할 수도 있겠죠. 예컨대 돌봄 관리솔루션을 개발하여 회사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꾀할 수 있어요. 사회의 수요에 맞춰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개발하는 거예요.
일본의 경우 ‘이토키’ 라는 가구 회사의 사례가 있는데요. 도쿄대와 함께하는 ‘가마쿠라’ 지역의 리빙랩에 참여하며 원격근무자를 위한 공간/가구를 디자인하고, 제품을 개발하는 활동을 했어요. 사회 공헌에서 더 나아가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확산하는 활동이 기업사회혁신이라고 생각해요.
| 코디네이터/매개자의 역할이 많을 것으로 보여요. 힘든 점은 없으세요?
힘들어요(웃음). 각자 다른 언어로 이야기하니까요. 예컨대 학계, 기업, 현장 등 다른 주체가 모두 모두 동상이몽 할 때가 있어요. 이런 문제를 조율하고, 오해를 줄이고, 푸쉬도 하고, 부드러운 분위기도 만들어야 해요. 리빙랩은 결과가 바로 나오지 않으니, 기다려야 하죠.
|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노하우가 있으세요?
함께 먹고 마시면서 관계를 맺는 것(웃음). 관계 맺음이 중요해요. 그리고 참여자들이 어떤 목적으로 참여했는지, 얻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커뮤니케이션 상황에서 어려움은 없는지 파악하고 이해해야 합니다.
| 연결, 관계에 대한 피로감과 갈등으로 네트워크, 공동체가 와해되는 경우도 있잖아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서로 너무 많은 기대를 하는 것도 위험해요.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죠. 서로 간의 거리와 기대하는 바를 적절하게 맞추는 것이 필요해요. 어려운 문제입니다.
| 돌봄 영역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실천은 무엇일까요?
돌봄을 제공하는 것도, 받을 수 있는 것도 결국 역량이에요. 지역사회에서 돌봄을 주고받는 경험을 하며, 관계를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공감도 중요해요. 돌봄이 필요한 사람 곁에서 공감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습니다.
다양한 서사, 다양한 사람의 이야기가 필요해요. 돌봄도 마찬가지죠. 돌봄을 받는 사람과 제공하는 사람, 돌봄의 과정 등 여러 돌봄의 이야기가 공유되어야 이해의 폭도 넓힐 수 있고, 포용적인 문화로 바뀔 수 있어요. 암 환자를 돌보는 가족의 모임이라고 해서 꼭 당사자 가족만 참석해야 할 필요성이 있을까요? 다른 질병을 가진 혹은 다양한 사람을 초대하여 돌봄의 연결/연대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글 | 최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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