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곰표 굿즈는 왜 해발 300m 산 정상에 올라가게 되었을까?

⛰️ 곰표 굿즈는 왜 해발 300m 산 정상에 올라가게 되었을까?

작성자 테이블토크

사회변화를 향한 레퍼런스

⛰️ 곰표 굿즈는 왜 해발 300m 산 정상에 올라가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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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로 모든 것을 해결합니다."  

| 광고 관련 배경 없이 20대 때 무작정 창업했다. 어떻게 그런 결심이 가능했나?

광고를 너무 좋아했고, 잘하고 싶었다. 주체적으로 광고를 만드는 것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방법이라 생각했다. 처음에는 누구도 일을 주지 않으니 무작정 광장에 나가 보이는 브랜드마다 광고 아이디어를 기획했다. 100여 개의 제안서를 보냈으나 단 한 번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내가 스스로 주체가 되어 광고할 수 있도록 취업 대신 창업을 선택했다. 브랜드를 직접 만들고 커머스 등 여러 사업을 거쳤다. 처음 진행한 광고를 광고제에 출품해 국제적인 상을 받은 이후부터는 자신감이 생기고 영업에도 도움이 되었다. 이후 쌓아온 비즈니스 노하우를 기반으로 다시 광고 크리에이티브를 해보자고 결심했고 지금의 아이디엇이 되었다.


| "아이디어로 모든 것을 해결합니다."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있다. 아이디엇의 정체성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나?

Marketing, Advertising은 모두 ‘-ing’ 로 끝난다. 진행형이기에 이 산업에서 뭔가를 정의하는 건 굉장히 어렵다. 과거형으로 어떤 의미를 정의하는 순간 산업의 역행일까 싶어 조심스럽다. 그래서 오늘의 생각으로만 정리해 본다면 ‘눈에 보이는 모든 것으로 광고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 아이디엇이 말하는 '솔루션 광고'란 무엇인가? 왜 이것에 집중했나?

일반적으로 광고라 하면 브랜드가 정해진 영상 포맷 안에서 다수 소비자를 대상으로 일방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형태를 떠올린다. 그런데 광고의 본질을 살펴보면, 광고는 광고주가 처한 상황 속 목적 달성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다. 광고주마다 해결 과제는 다양한데 형태는 매번 같으면 목적을 충족시킬 수 없다. 그래서 ‘광고라는 개념의 고정관념을 깨보자’고 생각했다. 정해진 미디어에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형태를 벗어나 브랜드와 소비자가 만나는 일상 속 접점에 다가가면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광고의 소재다. 이를 통해 직접적인 소비자의 경험을 만들면 더 진실한 가치를 전달할 수 있다.


| 솔루션 광고의 사례는 어떤 것이 있나?

청소년 노동 인권 보호를 위해 인천광역시교육청과 했던 근로계약서 대봉투 프로젝트가 기억에 남는다. 담당자를 만나 열악한 청소년 노동 상황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근로계약서는 노동 인권 보호를 위한 사회의 안전장치지만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점주들이 잘 안 써주는 경우가 많았다. 이야기를 듣는 1시간 동안 가슴이 뜨거워졌다.

청소년이 자연스럽게 근로 계약서 작성을 요구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했다. 점주에게 가장 필요한 서류를 보니 보건증이 있었다. 보건소와 협업해서 보건증을 담아줄 때 사용하는 보건증 대봉투 겉면에 쉽게 분리 가능한 근로계약서를 인쇄하면 실효성 있는 솔루션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인천 전 지역 보건소, 청소년 관련 기관, 학교 등에 배포되었으며, 캠페인 3개월 후 지역 내 근로계약서 작성률이 6%가량 상승했다. 현재는 특허를 내서 다른 지역에도 납품하며 지속 가능한 솔루션을 이어가고 있다.

(클릭) 인천광역시교육청, 청소년 노동 인권 보호를 위한 근로계약서 대봉투 © 아이디엇

좋은 광고에 필요한 접근 방식과 3가지 기준  

| 이색적인 제안에 광고주가 당황한 경우는 없는가? 있다면 어떻게 설득하나?

있다. 기존에 흔히 생각하는 광고의 형태를 벗어난 방안을 제안하니 종종 광고주가 당황한다. 그럴 때는 광고주가 가진 진정성을 메시지로만 표현하지 말고 사람들이 직접 경험할 수 있는 형태로 바꿔보자고 더 큰 가치 차원에서 설득한다.

사실 우리가 누군가를 매력적이라 느끼는 순간을 떠올려보면 비슷하다. 어떤 사람이 매력적이라고 구구절절 말하는 것보다 그 사람의 가치관을 느낄 수 있는 행동을 한번 보여주는 게 더 큰 울림과 감동을 준다. 이런 방식이 시대의 흐름과도 맞다. 요즘 소비자는 ‘미닝아웃(Meaning Out)’이라 하여 소비행위를 통해 본인의 신념이나 가치관을 적극적으로 표출한다. 소비자가 이런 흐름을 가지고 있으니 브랜드나 기업들도 자연스레 이를 겨냥한다. 기업이 단순 기업이 아니라 어떤 생각을 가진 인격체임을 내세우고 활동하는 ‘브랜드 액티비즘(Brand Activism)’으로 광고 업계 트렌드가 형성되고 있다.


| 상업 광고와 비영리 영역의 광고. 기획 관점에서 두 분야의 차이가 있나?

일단 예산이 다르다. 예산 규모를 제외하면 일의 과정은 똑같다. 이 기획 과정에는 3가지 기준이 존재한다. ‘광고주와의 연관성, 소비자의 니즈, 전달하고 싶은 가치’. 이들의 교집합을 찾으면 광고가 나오며 여기서 공익인지 상업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결국 좋은 광고에 대한 기준은 동일하다.


곰표 굿즈가 해발 300m 산꼭대기에 올라가게 된 이유

| 해발 300m 산꼭대기에 곰표 플로깅 하우스를 열고 등산객이 플로깅(쓰레기 줍기 활동) 후 쓰레기와 굿즈를 교환하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프로젝트 아이디어 도출 과정이 궁금하다.

항상 무엇을 할지 정해두지 않고 필요한 게 무엇인지 고민한다. 위에서 언급한 3가지 기준 공식(광고주와의 연관성, 소비자의 니즈, 전달하고 싶은 가치)을 대입해 봤다. ‘광고주(대한제분)와의 연관성’ 중 가장 상징적인 게 당시 ‘곰표 굿즈’였다. 이 굿즈와의 교집합을 ‘소비자의 니즈’로 이어보니 이미 굿즈 자체에 사람들이 열광하고 있었다. 3가지 기준 중 ‘광고주와의 연관성’과 ‘소비자의 니즈’가 이미 부합하는 상황이니 ‘전달하고 싶은 가치’만 연결하면 광고가 완성되는 상황이었다.

사람들이 곰표 굿즈에 열광하는 방식을 찾아봤다. 곰표 맥주를 사기 위해 편의점을 돌아다니고 곰표 패딩을 사려고 다른 지역으로 몇 시간씩 이동해 줄을 섰다. 그 모습을 보며 곰표 굿즈는 단순 굿즈 상품이 아닌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 동력 장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브랜드가 소비자를 움직이는 동력 장치를 보유하고 있으니 기획자로서 할 수 있는 게 많아졌다. 사람들을 어떻게 움직일까 고민하다 기업의 이익을 위하기보다는 선하게 움직이는 방향으로 가자고 결정했고 플로깅과 굿즈 교환 방식을 연결했다. 그냥 교환하면 재미없으니 해발 300m 산꼭대기나 피서철 해변에 부스를 만들었다. 사람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해 줄지 궁금했고, 참여한다면 그 자체가 큰 이슈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클릭) 대한제분, 곰표 플로깅 하우스 © 아이디엇

극한의 제약이 있었기에 실현할 수 있었던 창의성

| '미니 환경미화원 스티커' 캠페인은 광고 의뢰가 없었음에도 자발적으로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유는 무엇인가?

‘미니 환경미화원 스티커’ 캠페인은 쓰레기통의 위치를 가리키는 환경미화원의 모습을 작은 스티커로 만들어 쓰레기가 자주 버려지는 주요 무단 투기 장소에 부착하는 캠페인이다. 실제 스티커 부착지 인근 무단 투기 쓰레기가 90% 감소했다.

(클릭) (Youtube) 마포구, 미니 환경미화원 스티커 © 아이디엇

창의성은 배고플 때 발현된다. 당시 나는 나이도 어리고, 돈도, 학벌도, 인맥도, 사회 경험도 없었다. 그 상황 안에서 실력을 증명해야 하니 재능기부로 공익광고를 시작했다. 이마저도 하게 해달라고 제안해서 겨우 진행했다. 광고 예산이 없으니 스티커, 포스터 등 10만 원 이내의 제작비로 가능한 방안을 구상했다. 그런데 극한의 제약 속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내다보니 오히려 생활 접점 위주 소재를 미디어로 활용하는 나의 기획 스타일이 잡혔다. 핸디캡은 늘 있지만 이에 좌절하기보다는 새로운 본인만의 것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시각장애인의 머릿속 세상과 우주를 점자로 엿보다

| '그림 없는 전시회', '의문의 점자 메시지', '점자 시(詩) 촉지판' 등 점자와 관련된 프로젝트를 다수 진행한 바 있다. 왜 점자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나?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라는 말을 좋아한다. 나는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많고 늘 삶을 바라보는 해상도를 높이려 노력한다. 어느 날 문득 사람마다 머릿속에 본인만의 세상과 우주가 존재한다는 것이 너무 놀라웠고 그 속이 궁금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여러 질문을 했는데, 처음엔 재미있었지만 갈수록 대체로 내용이 비슷했다. 그러다 우연히 도서관에서 시각장애인이 보는 미술책을 발견했다. 굉장히 구체적으로 이미지가 묘사된 글을 읽고 그 모습을 상상하면서 그림을 감상하는 형태였는데, 이를 보고 번뜩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위 방식을 뒤집어보면 시각장애인의 머릿속 세상을 들여다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림은 없지만 구체적인 묘사를 통해 서로의 세상을 그려볼 수 있는 ‘그림 없는 전시회’를 기획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광고다. 나는 전시기획자로, 작품은 시각장애인 분들이 함께 만들었다. 전시의 공간을 선천적 시각 장애인 영역과 후천적 시각 장애인 영역으로 나눴다. 선천적 시각 장애인 영역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세상의 모습을 어떻게 ‘인지’하고 있을지를 중심으로 질문을 던져 작품을 만들었다. 후천적 시각 장애인 영역은 이전에 봤었지만, 이제는 못 보는 ‘기억’을 중심으로 기획했다. ‘인지’와 ‘기억’으로 구성하고 이 안에서도 또 다른 차별을 없애기 위해 외국인 시각장애인과도 함께 작업했다.

(클릭) (Youtube) 그림 없는 전시회 © 아이디엇

ESG 분야 실무자들이 홍보 업무에서 가장 많이 실수하는 것

| 많은 ESG 분야 실무자들이 자사 제품/서비스/활동 홍보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건 신경 써라’ 싶은 부분을 고른다면?

특히 ESG 분야 마케팅에서 가장 많이 실수하는 것이 있다. 대중은 우리의 메시지를 들어야 할 의무도 없고, 관심도 없고, 듣고 싶지도 않다. 그래서 나는 일방적으로 정보를 주입하기보다 사람들을 은근하게 끌어당기는 장치를 찾는 편이다.

‘의문의 점자 메시지’ 사례를 예로 들겠다. 초반에 재능기부를 하다 보니 공익 분야에서 연락이 많이 왔다. 예산이 없으니 광고를 돌리는 것보다 더 효율적인 방법을 찾았다. 이상한 공간에 알 수 없는 점자로만 작성된 비밀 포스터가 붙어 있으면 사람들이 호기심을 가질 거라 생각했다. 일부러 낮고 외진 곳마다 점자 포스터를 붙였다. 봐도 알 수 없으니 사람들이 커뮤니티에 사진을 올리고 내용을 추리하기 시작했다. 얼마 후 누군가 해석을 올렸고, 장애 아동이 축제를 열고 싶은데 후원금이 없어 못한다는 편지 내용이 화제가 되면서 목표 후원금을 달성할 수 있었다.

(클릭) (Youtube) 점자 빼곡한 '의문의 포스터'...밝혀진 내용 © SBS

일방적으로 ‘장애 아동 축제에 후원해주세요’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보다 점자를 추리게임의 요소처럼 다루니 대중이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었다. ESG 캠페인에서 말하려는 메시지에만 치우쳐 소비자 니즈와의 연결성이 떨어지면 대중은 관심이 없다. 광고주와의 연관성이 소비자가 좋아하는 코드 및 현시점의 트렌드와 연결되어야 한다. 이 주제에 전혀 관심 없던 사람도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연결 포인트를 활용하여 끌어오는 방법이 필요하다.


| ESG 마케팅은 '그 문제에 원래 관심 있던 그들만의 리그'라는 한계를 지적받기도 한다. 소셜 생태계를 넘어 일반 대중까지 회자되는 메시지를 만드는 방법은 무엇인가?

‘GS칼텍스 X 위장전술 영어학습지’ 프로젝트 당시 같은 고민을 했다. 처음에 GS칼텍스에서 환경 캠페인을 하고 싶다고 했고 여러 의견이 나왔다. 우리가 아무리 에코백이나 텀블러를 만들고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해도 대중은 환경 운동에 관심이 없다고 느꼈다. 관심 있던 사람에게만 메시지가 도달되고, 관심이 없던 사람들은 계속 관심이 없다. 이들 스스로가 환경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변화가 시작될 것으로 생각했다.

환경에 관심 없던 사람들에게 일방향성 광고나 교육을 하면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이 중요하게 여기고 자발적으로 찾아서 공부까지 하는 소재를 찾다가 ‘영어 공부’를 발견했다. 그래서 영어 공부 학습지를 만들어 배포하되, 학습지 속 문제 내용을 환경보호의 중요성 및 실천 방안 등의 내용으로 구성했다. 문제를 풀면서 자연스럽게 실천의 필요성에 대해 인식하게 했다. 실제로 교육을 통해 환경에 대한 지식이 생기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메시지 전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왜 실천해야 하는지 중요성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이것이 세부적인 목표로 자리 잡아야 한다.

(클릭) GS칼텍스, 위장전술 영어학습지 © 아이디엇

결국 이게 왜 중요한 문제인지 공감을 얻고, 그 가치를 팔아야 한다. 아이디엇이 11번가와 함께 한 세계 최초 유기묘 아이돌 ‘11키티즈’ 사례도 마찬가지다. 흔히 유기동물을 불쌍하고 도와야 하는 대상으로 그려낸다. 하지만 불쌍한 이미지를 부각하기보다 유기동물 자체의 가치를 만드는 활동을 해야 한다. 주체성을 전환해 유기묘 입양이 오히려 황폐했던 내 삶을 구원할 수 있다는 인사이트를 주면 새로운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 유기묘를 아이돌 그룹으로 탄생시켜 11번가 대표 사회공헌 프로그램인 희망쇼핑의 모델로 삼았다. 입양을 가면 그룹을 탈퇴하는 세계관이며, 이들의 매력으로 제품이 많이 팔릴수록 판매 수익금 일부가 유기묘 후원에 갈 수 있도록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클릭) (Youtube) 평범한 고양이었던 우리가, 이 세계에선 아이돌? © 크랩

| 아이디엇은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사람들의 일상에서 아이디어를 연결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계속해서 매체에 국한하지 않고 눈에 보이는 모든 것으로 광고를 할 것이다. 광고 산업이 건강해지려면 다양한 선택지가 필요하다. 아이디엇은 광고주에게는 새로운 제안을 하는 신선한 선택지가 되고, 예비 광고인에게는 본인이 하고 싶은 다양한 광고 기획이 가능하도록 돕는 선택지가 되고 싶다. 광고 산업 내 좋은 선택지가 되어 건강한 광고계 문화를 만들고 싶다.

글 | 김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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