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리번 플러스를 개발한 계기는?

초기에는 고객이 의뢰한 소프트웨어를 개발 대행했다. 개발 대행 업무가 직원에게 가치와 재미가 있을까 의문이었고, 우리가 기획한 서비스를 만들자고 생각했다. 사회에 꼭 필요한 서비스, 억지로 광고하거나 설치를 유도하지 않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다. 이 시기에 개발팀 직원의 친구가 질병이 생겨 시각장애인이 되었다.

이 친구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중, 씨잉 AI(Seeing AI) 앱을 알았다. 씨잉 AI 앱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개발한 시각장애인을 돕는 앱이다. 스마트폰 카메라를 통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그 결과를 음성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씨잉 AI는 아이폰 이용자만을 대상으로 북미 지역만 서비스했다. 씨잉AI를 이용할 수 없는 국내 사용자 그리고 해외 안드로이드 사용자를 위한 앱을 기획했고, 2018년 7월, ‘설리번’이라는 이름으로 베타 버전을 출시했다.

| 사용자의 반응은 어땠나?

예상보다 뜨거웠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다수의 앱이 대학생 졸업작품이거나, 출시 이후 관리 없이 방치한 서비스가 많았다. 우리는 짧은 기간 꾸준히 업데이트했고, 사용자의 요구 사항을 지속 반영했다. 이런 모습이 시각장애인 커뮤니티 내에서 회자됐고, 서비스 및 조직에 대한 신뢰를 얻었다. 이후 LG유플러스와의 제휴를 통해서 서비스를 개선하여 2019년 ‘설리번 플러스’를 선보였다. 서비스 이용 확대를 목적으로 시각장애인 정보화 강사, 시각장애인 지도 교사를 대상으로 연수를 하면서 급격히 사용자가 늘었다.

| 설리번 플러스의 장점은 무엇인가

설리번 플러스는 시각장애인 및 저시력자 등 시각의 보조가 필요한 사용자에게 스마트폰 카메라를 통해 인식한 정보를 알려주는 서비스다. 쉽게 메뉴판, 문서, 과자봉지를 촬영하면 사진 속 글자나 색상을 음성으로 알려준다.

시각장애인도 독립적으로 읽고 쓰고 싶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예컨대 설문조사를 하면 본인은 0점을 주고 싶어도 대독/대필자가 신경쓰여서 거짓 표기를 하는 경우가 있다. 중요한 문서의 경우 직접 확인하고 싶은 욕구가 강한데 그럴 수 없다. 옷을 입을 때도 가족에게 옷의 색깔을 묻는다. 택배가 와도 수신인을 정확하게 알 수 없으니, 주변의 도움을 받기 전에는 뜯지 않는다. 스스로 보일러 온도를 맞추고, 세탁 시간을 설정하기도 어렵다. 설리번 플러스를 이용하여 색상도 읽고, 글자도 확인할 수 있으니 스스로 해결이 가능하다. 100%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독립생활이 가능하다.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수 없을 때 혼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시각장애인에게는 생활의 혁신이다.

출시 시점에는 씨잉 AI 앱 외에는 비교할 수 있는 서비스가 없었으나, 최근에는 대체재가 많이 생겼다. 카메라 성능도 좋아지고, 텍스트를 읽어주는 서비스도 많아졌다. 설리번 플러스 외에도 다양한 앱을 용도에 따라 병행하여 사용하는 추세다.

| 설리번 플러스는 어떤 기술을 활용하나?

주요 빅테크 기업에서 제공하는 기술을 조합/활용한다. 예컨대 구글과 MS의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문자 인식, 이미지 묘사, 얼굴 인식 등 각 기능 구현에 적합한 기술을 활용한다. 이 기술을 제공받는 것도 비용이다. 그러나 정확성, 안정성이 중요한 요소이기에 신뢰할 수 있는 기술을 테스트 후 사용한다.

최근 SKT와 사업제휴를 하면서 음성인식 AI를 탑재했다. ‘아리아’를 호출하여 음성명령을 내릴 수 있다. 얼굴 인식 기술도 SKT의 기술로 교체했으며, 곧 이미지 캡셔닝(AI가 이미지를 분석하고 해당 이미지를 묘사) 기술도 SKT 제공 기술로 교체할 예정이다. 빅테크 기업의 기술과 동등하거나 더 나은 테스트 결과를 보여줬다. 국내 기술로 대체되는 것도 고무적이다.

| 앱 이용자 통계가 궁금하다.

28만 명이 사용 중이며, 이중 국내 사용자는 3만 5천 명이다. 해외 사용자가 많다. 저개발 국가의 경우 안드로이드폰 사용률이 압도적으로 높은데, 씨잉 AI는 안드로이드를 지원하지 않는다. 영어권 국가에서 제작한 다수 시각장애인 보조 앱은 아랍계 사용자를 고려하지 않는다. 아랍어는 우리와는 반대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글자를 읽는다. 설리번 플러스는 이런 문화에 맞춰서 아랍어에 맞는 별도의 UI를 개발 후 적용했다. 그러니 이집트, 페르시아 등 아랍계 사용자도 많다. 현재 22개 언어로 서비스하고 있다. 사정상 저사양의 스마트폰을 쓸 수 밖에 없는 사용자를 위해서 핵심 기능만을 탑재한 ‘설리번 라이트’를 별도로 개발했다.

| 향후 사용자 증가는 어떻게 예상하나

지금은 정체 단계다. 추정컨대 씨잉 AI와 설리번 플러스의 사용자 수에 큰 차이가 없다. 사용의 니즈가 있는 시각장애인은 거의 다 설치했다고 판단한다. 기술/기능의 드라마틱한 변화, 예컨대 청각장애인, 지체장애인 등이 이 앱을 사용할 이유가 있다거나, 비장애인이 이 앱을 사용할 이유가 있어야 100만 다운로드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 22개 언어를 제공하는 것도 힘든 일이다.

처음 비용을 들여 제작한 언어는 5건이다. 나머지는 다양한 언어권 사용자가 자발적으로 번역 봉사를 신청했다. 계획적으로 서비스 언어를 확대한 것은 아니다. 해당 언어의 자원봉사자가 나타나면서 점점 늘었다. 어찌 보면 설리번 플러스가 지금까지 온 것은 다양한 봉사자의 힘이다.

| 기억에 남는 사용자 반응이 있나

출시 초기, 시각장애인 커뮤니티에 ‘설리번 플러스’의 불만 후기가 게재된 일이 있었다. 특정 기능이 잘 작동되지 않는다는 글이었다. 이후 게시글에 댓글이 계속 달렸다. 기능이 작동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실수임을 지적하는 댓글,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고 별로라고 말하지 말라는 댓글, 좀 더 연습하고 사용하면 좋겠다는 댓글이다. 글쓴이를 나무라더라(웃음). 많은 사용자가 앱을 사용하기 위해서 연습하고, 주변에 알리고, 응원함을 느꼈다. “제발 그만두지 마세요”라는 응원 글을 많이 받는다. 그만큼 시각장애인을 위한 서비스가 중도에 없어지거나, 방치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방증이다.

해외 사용자의 경우 주로 입소문을 통해서 서비스가 확산하는데, 이 경향이 흥미롭다. 설리번 플러스를 쓴 시각장애인이 주변에 소문을 내고, 어느 시각장애인은 설리번 플러스의 사용법을 설명하는 콘텐츠를 만든다. 전 세계 사용자가 자발적으로 제작한 ‘설리번 플러스’ 유튜브 콘텐츠가 150개 가까이 된다. 이집트 나일강 부근에 ‘설리번 플러스’ 사용자가 많아서 의아한 적이 있다. 누군가 동네의 영향력 있는 사람이 입소문을 낸 것이다. 어느 국가의 특정 지역에서 단기간에 사용자가 증가하기도 한다.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집합 교육이 진행되어서다.

| 내외부 환경의 어려움은 무엇이었나

개발 자금 확보가 어려웠다. 서비스를 유지하고 개선하기 위한 비용이 많이 든다. 처음에는 서비스 안정화 후 유료화를 계획했다. “이 앱을 이용하여 시험공부를 할 수 있어 좋았어요. 감사해요”와 같은 응원 글이 다양한 언어로 오는데, 쉽게 유료화할 수 없더라. 구매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서비스는 우리가 감내할 수 있을 때까지 유지하고, 그래도 안 된다면 유료화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서비스를 중단하는 것보다는 유지하는 게 낫다.

| 수익성을 강화하는 다른 방안은 없을까?

‘설리번A’ 라는 유료 앱을 출시했고, 장애인 보조공학기기 시장에 진입했다. 그러나 아직은 수익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현 장애인 보조공학기기 지원 제도는 장애인을 고용한 사업주, 장애인 근로자가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바우처처럼 총액 한도 내에서 구매 횟수와 관계없이 사용할 수는 없다. 그러니, 사업주/장애인은 전략적으로 고가의 하드웨어 기기를 신청한다. 설리번 플러스 앱을 탑재한 스마트폰 혹은 태블릿을 판매해야 수요가 있다는 얘기다. 아직 아쉬운 부분이다.

| 설리번A는 무엇인가

설리번A는 기존의 설리번 플러스의 문자 인식 기능을 강화했다. 일상뿐 아니라 비즈니스 환경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특화했다. 문서 종류를 빠르게 파악하고, 각 문서의 내용을 요약하거나 특정 단어를 검색할 수 있다. 시각장애인의 경우 처음부터 끝까지 음성을 듣다 보면 앞의 내용을 잊게 된다. 실제로 끝까지 듣지 않아도 되는 자료일 경우도 있다. 비장애인은 시각을 통해서 전체적인 내용을 확인 후 더 읽을지 말지 결정하는 데, 음성을 통해서 자료를 이해하는 시각장애인에게는 어려운 문제다. 요약 기능을 통해서 더 읽을지 말지를 결정하고 필요한 부분을 키워드 검색을 통해서 찾아갈 수 있다.

명함 인식도 더 정확하다. 명함 내 연락처로 전화를 걸거나 이메일/문자메시지 발송이 가능하다. 영수증을 인식해 필요한 정보만을 선별해 확인할 수도 있다. 이 기능들은 모두 음성 대화형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이 앱은 유료이며  1000회 촬영에 약 9,900원의 요금을 받는다.

| 학교, 관공서에 납품하는 방법은 없나?

설리번 플러스의 콘셉트가 일상생활에 도움을 주는 도구이기 때문에 애매한 부분도 있다. 교육용 서비스를 태블릿 기기에 설치하여 판매하는 경우가 일반적 접근이다. 실제 요청도 있었다. 기능, 효용성의 측면에서 애매하다고 판단이 되었다.

| 그런데도, 설리번 플러스를 지속 보완, 운영하는 동력은 무엇인가?

한계에 도달할 때쯤 시의적절하게 LG유플러스, SKT와 사업 제휴가 성사된 부분도 크다.  SKT와 함께 설리번 플러스로 MWC에서 글로벌 모바일 어워드를, 설리번A로 CES 혁신상을 수상했다. 포기해야 하나 생각 들 때쯤마다 기회가 생겼다.

| 구성원도 회사의 방향에 동의하나

구성원을 고려하여 서비스를 글로벌하게 확대 운영하는 부분도 있다. 만약 회사가 망하더라도 직원은 우수한 포트폴리오를 쌓기를 바랐다. 글로벌을 타깃으로 한 공익 서비스를 개발/운영한 경험은 큰 자산이다. 다수의 지역 소재 중소 소프트웨어 기업은 개발 대행 업무를 통해서 생존한다. 대행업으로 생존할 수는 있지만 성숙할 수는 없다. 우리 조직으로 자산화되지 않는 외주업무는 되도록 지양하고, 자체적인 개발 프로젝트를 고민했다. 직원도 방향성에 공감했다.

현재 메인 개발자 2명 모두 8년 차 창업 멤버다. 모두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일에 자부심을 느낀다. 시각장애 사용자의 댓글과 후기를 보면서 효능감을 얻고, 더 자발적으로 리서치하고 개발한다. AI와 관련된 최신 트렌드를 적용하고 있고, 서비스 기획부터 개발까지 모든 영역을 경험하고, 글로벌한 타깃을 대상으로 운영하니 기술 역량도 높다.

| 제품의 학습데이터는 어떻게 획득하나, 결과 정보의 신뢰도는 어떻게 확보하나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기술을 활용하는 이유가 정확도 때문이다. 사용자가 정확한 결과를 확인할 수 없다면, 서비스의 성능에 실망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자체 개발한 기술도 있다. 탐색 기능 중 지폐 인식, 컵라면 인식이 있다. 상품 패키지에 인쇄한 문자, 일반적인 서체가 아닌 그래픽 형태의 문자는 인식이 잘 안된다. 그래서 자체적으로 데이터를 구축/학습하고, 기술을 개발한다. 학습 데이터는 국가에서 제공하는 AI 허브 데이터를 활용하기도 한다.

| 앞으로의 계획은

시각장애인은 물론 청각/발달장애, 그리고 비장애인까지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기획 중이다. 시각장애인은 당연히 쓰기 쉬워야 하고, 정안인도 설치하여 사용하고 싶은… 그런 임팩트 있는 서비스다. 빠르면 올 하반기, 적어도 내년 초에는 정식 출시 예정이다.

글ㅣ최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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