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난감 빈부격차 없는 세상을 꿈꾸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대학원생 시절,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제임스 헤크먼 박사의 논문을 접했어요. 5세 미만 시기에 개입해 빈곤의 대를 끊을 기초를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이었죠. 여기에는 연령별 장난감 보유 개수가 발달 정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도 있었어요. 졸업 후 아동복지 분야에서 근무하며 취약계층 아동들의 가정환경을 알게 됐죠. 실제로 취약 아동은 영유아 시기부터 큰 자극의 차이가 벌어지며, 일반 아동 대비 인지, 신체 역량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부모가 바빠서 아이에게 피드백을 잘 못해준다면, 이 역할을 대신해줄 적절한 장난감이 필요하죠.

| 창업 이전 아동학과를 전공한 어린이집 선생님이셨다고요. 코끼리공장을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아동복지시설 근무 당시 구 단위 장난감 대여 사업을 담당했어요. 5억 원어치 장난감을 구매했는데, 3달 정도 지나니 1억 원어치가 고장 났죠. 장난감 고장은 잦은데, A/S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조사는 5%에 불과했고요. 그마저도 긴 시간이 걸리고 보통 새 제품을 보냈어요. 제조사 입장에서는 그게 더 효율적이니 A/S 시스템 자체가 제대로 갖춰진 곳이 없었죠. 장난감은 대부분 단순 고장이라 고치기 쉬워요. 조금만 손봐주면 멀쩡한 장난감인데 쉽게 버려지죠. 고장 난 장난감은 쌓여가고, 대여 수요는 많은데 빌려줄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니 답답했어요. 수리해서 이 자원을 순환시키면 아이들과 환경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 당시 담당했던 장난감 대여 사업의 자세한 내용이 궁금해요.

아이들의 발달 과정은 같기에 다들 필요한 장난감은 동일해요. 사용 주기는 짧고 가격은 비싼 장난감을 다들 똑같이 구입하는데 경제적으로 부담이죠. 단순 고장으로 사용이 어려워지면 장난감 수리도, 다른 사람에게 주거나 중고 거래를 하는 것도, 육아에 지친 부모 입장에서는 신경 쓸 게 많아 힘들죠. 그러니 멀쩡한 장난감도 그냥 버리곤 해요. 이 상황을 돕기 위해 지자체는 수억 원의 장난감을 구입 후 무상 대여하는 가정양육지원 사업을 했어요. 보통 전국 단위로 각 지점당 하루 평균 12~20건 정도 대여가 이뤄지는데, 내가 담당했던 곳은 하루 평균 600건 대여가 이뤄졌죠.

| 그곳이 유독 이용률이 높았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차별점을 만들었기 때문이에요. 기존에는 대여/반납하려면 직접 와야 했어요. 부모들이 오면 발달 영역에 대한 추천 없이 쓰인 어려운 논문 내용을 보고 장난감을 알아서 선택해야 했죠. 고장 나면 제품 정가를 물어내야 하고 반납할 때 소독도 직접 해야 했고요. 육아로 지친 부모 입장에서는 이용할 이유를 찾기 힘든 구조예요.

저는 사실 아동학과는 복수전공이고 본전공은 경영학과예요. 두 분야의 관점은 매우 다르지만, 복지에 비즈니스 관점을 적용하면 더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 좋은 일 하니까 이거 하세요’ 식이 아니라 ‘우리 좋은 일 하는데 이게 다른 민간 서비스보다도 더 좋아요’가 선택받죠. 대여자도 결국 고객이에요. 기관 방문 시 발달 검사를 먼저 받게 하고 결과에 따라 쉬운 설명으로 장난감 추천을 했어요. 수리, 소독 등도 기관이 책임지고, 노인복지사업과 연결해 어르신들이 집 앞으로 배달/수거하는 구조도 만들었죠. 맞춤 서비스로 바꾸니 만족도도 높고 대여율이 상승할 수 있었어요.

| 코끼리공장의 장난감 수리단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각 지역단위로 장난감 순환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 판단해 장난감 수리단을 만들었어요. 사실 장난감 수리단의 1번 목표는 수리보다도 ‘아버지들의 양육 참여’와 ‘시니어-아동 간 세대 교류’였죠. 지역 내 아버지들을 모았어요. 장난감 수리단에 참여한 아버지의 자녀는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100만 원 상당의 발달 검사를 무료로 받고, 이곳의 장난감도 다 이용할 수 있도록 혜택을 주었죠. 본인의 참여로 자녀에게 도움이 되니 양육 효능감이 생겼어요. 시니어 분들은 장난감 수리단을 하며 체험 교육 진행 등 젊은 세대와 소통하는 시간을 만들어 공동체 회복을 도왔어요. 사회에서의 자신의 역할이 생기니 자존감이 높아졌고요.

| 퇴직한 중장년층, 발달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취업을 지원하고 계시죠. 채용한 직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퇴직한 중장년층 직원들의 반응이 특히 좋아요. 고장 난 장난감이 본인과 참 닮았다고 하세요. 퇴직 후 ‘난 여전히 멀쩡한데 이렇게 버려지는구나’ 싶어 세상과 단절되는 기분이었다고 하셨거든요. 장난감을 수리해 다시 세상에 내보내면서 ‘나도 아직 이 세상에서 쓸모가 있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하세요. 다들 아이들과 미래 환경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으로 보람을 느끼시죠.

| 사업 모델에 대해 사회 전반적인 이해관계자들의 관심이 있는 편인가요?

기존 국내 노인 일자리 사업의 경우 길거리 쓰레기를 줍는 직무가 대부분이었어요. 공공기관들도 ESG 지표가 내려오는데, 직무 만족도도 낮고 효율도 없으니 고민이 많았죠. 장난감 수리단 모델은 거점당 500명씩 일자리도 생기고 직무 만족도도 높아요. 수치적 환경 데이터도 나오는데 소재 수익으로 인한 효율도 나고요. 최근 들어 다양한 곳에서 연락이 와요. 탄소 중립을 리딩하는 노인 일자리 사업 모델이 되겠다고 판단한 것 같아요.

| 사용 불가능한 장난감은 소재를 선별해 해체한다고 들었는데요, 선별 과정과 해체된 소재 사용처가 궁금해요.

매년 국내에서 120톤 가량의 장난감이 버려져요. 장난감은 수거 체계를 갖추기 어려워 환경부 포기 품목에 있죠. 여러 소재가 섞여있고 스티커도 붙어있어 선별이 어려워요. 코끼리공장은 1차 수거 거점에서 수작업 소재 선별 후, 최종 재생 소재 공장에서 500여 명의 시니어 분들과 초분광선별 기술로 더 정확히 선별해요. 보통 70%는 멀쩡해 수리 후 내보내고, 나머지 30%를 분해해 다른 장난감을 다시 살려내는 부품에 쓰죠. ABS, PP 등의 소재는 재생 소재로 만들어 업사이클링 제품(가구, LED 조명 등)이나 환경교육 교구(브릭, 화분, 키링 등) 제작에 쓰이고 있어요. 생각보다 소재가 많이 모여요. 한 거점당 한 달에 5톤씩, 지금은 6개 거점이라 한 달에 30톤씩 모이죠.

| 체험교육은 어떤 내용인가요? 반응은 어떤가요?

장난감을 직접 기부하며 나눔을 실천해요. 환경 동화 영상을 감상하며 교육 받고, 기부한 장난감이 어떻게 순환되는지 알도록 간단한 장난감 분해와 선별을 직접 해보죠. 분해된 소재로 만들어진 제품들을 관람하고, 재생 소재를 활용한 업사이클링 브릭/화분/키링 만들기 등의 체험을 해요. 보통 교육에 관심이 높은 부모들이 얼리어답터처럼 프로그램을 신청하세요. 참여 연령도 다양하고 특히 교육청, 재단, 은행권, 기업 관계자들이 만족도가 높죠. 현재 거점당 연간 1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교육 받고 있어요.

| 소독수 제조업과 아동기관 전문 소독 서비스 '코클린'도 운영하고 계시죠. 소독 사업 계기가 궁금해요.

기부 받은 장난감을 소독 후 전달했어요. 이 과정에서 소독수 구입 비용이 많이 들었기에 기업 지원으로 소독수 생성장치를 구입했죠. 당시 한 가지 고민이 있었는데요. 아동복지시설들은 장난감을 수리받는다는 인식이 부족했고, 폐기 지원을 받고 싶지도 않아 했어요. 그냥 버리고 사는 것이 더 쉽기 때문이었죠. 그래서 장난감 수거 방법을 생각하다 기존 어린이집들이 신청하던 방역 서비스 비용 정도만 내면 장난감 수리, 폐기 지원, 소독 서비스를 한꺼번에 받을 수 있게끔 ‘아동복지기관 관리서비스’를 만들었어요.

| 소독 사업 반응은 어땠나요?

처음에는 그냥 ‘이 문제만 해결하면 다시 어린이집 선생님으로 돌아가야지’ 생각했어요. 일단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길래 만든 서비스였죠. 홍보도 일부러 열심히 안 했는데 울산에 있는 거의 모든 직장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왔어요. 다들 이런 서비스가 필요했던 거예요. 게다가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터지면서 갑자기 검사 기준에 부합했던 우리 소독약 인기가 많아졌어요. 그때 울산 어린이집 600여 곳이 다 이 제품으로 바꿨죠. 끝나갈 때쯤에는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또 주문이 빗발쳤어요. 아동계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매번 수익으로 장난감 나눔을 했는데, 자꾸 사업이 커지더라고요. 이제는 다시 못 돌아가는 지경이 됐어요. 이 정도면 이게 운명인가 싶어요.

| 현재 전국 4000여 개 아동복지시설과의 네트워크와 자원 순환 시스템을 구축하셨는데요. 협력 관계는 어떻게 이끄셨나요?

자원봉사 단체부터 시작해 11년간 장난감 수리 및 순환 사업을 무상으로 진행했어요. 사회적으로 자원순환 인식이 확대되었고, 긴 시간이 주는 신뢰감을 바탕으로 네트워크가 만들어졌죠. 다들 코끼리공장이 걸어온 길을 응원하고 고마워해요. 기관 입장에서는 장난감 수리를 통해 장난감 구매 및 폐기 비용 예산을 절감할 수 있어요. 수거된 장난감이 제대로 재사용된다는 수치적 증빙도 받을 수 있고 취약 아동에게 도움도 줄 수 있죠. 그들에게 적합한 흐름으로 접근한 것이 협력 관계를 이끈 이유라 생각해요.

| 창업자로서 수익 측면에서의 고민은 없으세요?

작년 29억 정도 매출을 냈어요. 그중 15억 정도가 500건 이상의 아동기관 관리서비스 유상계약에서 나왔죠. 나머지 14억 정도는 재생 소재 및 업사이클링 제품 판매, 교육사업 관련 수익이에요. 수익 측면에서 고민은 항상 많아요. 울산 지역만 놓고 보면 이미 손익분기점을 훨씬 넘었죠. 최근 전국 단위로 장난감을 순환하고자 공장을 만들면서 수익이 부족한 상황이에요. 기술 개발 및 기업/지자체 협력 사업으로 재생소재 수익화를 확대하려 하고 있어요.

| 현재 사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은 없으신가요?

더 효율적인 장난감 수거 방법을 고민해요. 이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저감시키고, 그 지역의 장난감이 그 지역에서 순환되게끔 해야 효율적이죠. 장난감을 수거해 1차 분류할 중간 작업장이 전국적으로 생겨야 해요. 지역거점 및 재생 소재 생산 설비 확산 전략을 구상 중이다. 울산, 부산 지역 중심으로 거점들이 있는 상황이에요. 현재 서울, 인천, 제주도 등 지역들 그리고 빈부 차가 큰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의 국가들과 거점 추가 확산 논의 중입니다.

|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해요.

아동으로 시작했는데 문제들이 연결되어 있었어요. 취약계층 아동 장난감 빈부격차,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 자원 순환, 육아 문화 개선, 세대 교류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있죠. 이 전체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고도화시켜 해외로 나아가고 싶어요. 지금 목표는 거점을 100개 정도 만들어 전국 모든 장난감을 순환시키는 거예요. 5만 명 이상의 취약아동에게 안정적으로 질 좋은 장난감을 제공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연간 1만 톤 정도의 재생 소재를 생산하는 설비를 구축하고 싶어요. 전체 순환 모델이 보이는 거대한 공간을 만들어 세계적인 환경 관광지를 만들고도 싶고요. 나중에는 전문가들과 함께 재활용이 용이한 연령별 맞춤 장난감도 직접 설계하고, 장난감 보증금제 방식으로 운영해보려 해요. 장난감 시장의 변화를 리딩하고자 합니다.

글ㅣ김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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