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 이주노동자와 미등록이주노동자

‘이주노동자’는 국적이 아닌 나라에서 유급 경제활동에 종사할 예정이거나, 이에 종사하고 있거나 종사해온 사람으로 정의해요. 미등록이주노동자는 입국, 체류 혹은 고용을 승인받지 않은 이주노동자를 뜻해요. 단지 정부에 등록되지 않았을 뿐, 이들 또한 인권을 비롯한 기본권을 가집니다.

| 이주노동자의 노동 환경이 궁금해요.

여전히 열악해요. 1998년에는 산업연수생 제도가 있었는데, 이주노동자를 노동자 신분이 아닌 기술을 배우는 연수생으로 간주했어요.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지 않았죠. 2004년 고용허가제법(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이 생기면서 이주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고, 16개 나라에서 선발된 이주노동자가 한국에 들어왔어요.

제도만 만들어졌지 (미등록)이주노동자가 일터에서 마주하는 환경은 과거와 다르지 않죠. 임금체불도 여전해요. 통계에 따르면 이주노동자 체불임금이 연 1,200억 원에 달하죠. 고용노동부에 신고된 건수만 이정도예요. 이주노동자가 언어 표현의 어려움, 노무사 고용 비용의 문제로 신고를 꺼리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피해액은 2~3배일 거예요.

과거에는 사람들이 이주노동자의 존재를 잘 몰랐어요. 잘 모르니 혐오와 반감의 정서도 적었죠. 비자 기간을 넘겨 체류하고 있을 뿐인 사람을 어느 순간 ‘불법 체류자’라는 단어로 불렀고, 위험한 사람으로 낙인찍기 시작했어요. ‘이주노동자 때문에 일자리를 뺏긴다’, ‘이주노동자는 세금을 납부하지도 않는데 건강보험 혜택을 받는다’, ‘한국에서 번 돈을 모두 본국에 보내고, 소비는 하지 않는다’ 등의 사실과 다른 주장, 혐오 표현이 많아졌어요.

| '세금 납부를 하지 않고 혜택만 받는다', '일자리 경쟁이 가열된다'는 주장은 사실인가요?

사실이 아니에요. 일반적으로 사업주는 직원으로부터 원천징수 한 보험금과 세금을 신고/납부해요. 그러나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고용한 사업주는 세금을 납부하지 않죠. 미등록이주노동자는 별도의 등록번호가 없기에 소득세를 납부할 수 없어요. 세금을 납부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거죠.

회사에 재직중인 한국인이 근로소득세를 납부하지 않았다면 보통 사업주에게 책임을 묻지 않나요? 등록번호를 부여하지 않는 국가, 세금 신고/납부를 하지 않는 사업주의 문제를 지적해야 하는데, 당사자에게 책임을 물어요. 건강보험 혜택도 받지 못하고요. 그래서 오히려 더 많은 돈을 지불하고 병원을 이용해야 해요.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이주노동자는 일할수 있는 업종과 기업이 정해져 있어요. 한국인이 일하기 기피하는 곳에 이주노동자가 일하고 있죠. 최저임금에, 공장은 외곽 지역에 있고, 근무 여건도 좋지 않아요. 한국인 채용이 어려우니, 정부와 사업주가 싼값에 생산 인력을 공급하기 위해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는 거죠. 구조적 원인은 정부와 사업주에게 있는데, 비난은 이주노동자가 받고 있어요.

| 4년 전, 전기가 끊긴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이주노동자 속헹 씨가 돌아가셨죠. 그동안 기숙사 문제는 개선되었나요?

비닐하우스, 컨테이너와 같은 시설을 주거지로 제공 못 한다는 기준이 생겼어요. 그러나 이주노동자의 70%가 여전히 비닐하우스 가건물에 살아요. 왜일까요? 불법 가건물 기숙사에 대한 비판과 규제가 심해지자 사업주가 편법을 쓰기 시작한 거죠.

사업주는 기숙사 제공의 의무가 없어요. 고용 허가를 신청할 때 숙소를 ‘미제공’으로 표시한 뒤, 정작 외국인 노동자를 받으면 컨테이너, 비닐하우스 숙소를 제공하고 ‘여기서 살든지, 알아서 구하든지’ 하는 식이에요. 그리고 기숙사비를 급여에서 공제해요. 한국에 입국한 지 며칠 후 근무지로 이동한 이주노동자는 당장 살 곳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제안을 받아들이죠.

애초에 숙소도 제공하지도 않는 회사를 왜 선택하냐고 반문할 수 있어요. 그런데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외국인은 2~3년 한국어를 공부하고, 자격시험을 보고, 채용을 기다리고, 사장과 계약을 맺어요. 어렵게 한국에 온 만큼 취업이 간절하죠. 계약 조건에 기숙사가 없다고 무효화 할 수 없어요. 계약하지 않는다면 또 무작정 기다려야 하니까요.

| 열악한 주거, 임금 체불, 노동 환경 외 우리가 잘 모르는 문제는 또 무엇이 있을까요?

공장 지역의 경우 선주민-이주민 노동자 간 폭행 사건이 빈번해요. 피해 이주노동자가 경찰에 신고하면, ‘언어 소통이 원활하지 않으니 친해지려고 장난친 것 아니냐?’, ‘화해해라’는 식으로 경찰이 대응하죠. 심각한 사건의 경우도 마찬가지예요.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으니 사건 접수도 안 되고, 나중에 별도의 고소장을 제출하려니 혼자 힘으로는 어려워요. 공식적으로 집계되지 않는 폭행 사건이 많습니다.

이런 경우도 있었어요. 이주노동자가 사업주의 폭행·폭언에 못 이겨 고용센터에 사업장 변경 신청을 했어요. 그런데 신고 사실을 안 사업주가 기숙사 내 해당 노동자의 짐을 밖으로 다 빼놓고, 문을 잠갔죠. 고용센터는 신고 사항을 처리하기 위해 2~3주의 기간이 소요되고, 임시 주거지를 제공하지는 못한다고 답했어요. 졸지에 머무를 공간이 없어진 노동자는 멀리 떨어진 쉼터, 기도원을 찾아 스스로 거처를 마련할 수밖에 없었어요. 거리가 멀어져 출근을 못하면 근무지 이탈 신고가 될 수 있으며, 체류 자격을 박탈당할 수 있는 상황이었죠. 이렇게 법·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노동자가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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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노동자가 불합리한 이유로 빈번하게 사업장을 변경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이주노동자는 사업장 이동의 자유가 없어요. 근로조건 위반, 부당한 처우 등의 사유로 일을 그만둔다고 말하는 순간부터 퇴직 처리까지 사장의 눈치를 봐야 하죠. 피해를 스스로 입증하기도 어렵고, 도와줄 가족·친지도 없어요. 고용센터도 무관심해요. 폭언·폭력 사건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해야 하는데, 수사가 진행되는 기간에도 사건이 일어난 일터와 기숙사에 머무를 수밖에 없고요. 타국에서 한국어도 미숙한데 다른 일자리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아요. 다른 곳에 취업하기 위해서는 여러 손해와 불편을 감수해야 하죠.

| 이주노동자의 일상은 어떤가요?

또래 한국 청년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급여를 받으면 좋은 휴대전화를 사고, 틱톡, 페이스북 등을 하며 휴식하죠. 한편으로 사회에서 고립·배제되는 부분도 있어요. 이주민 커뮤니티 내에서만 활동하려는 경향도 있고, 한국 사회의 부정적 시선을 의식하는 이유도 있죠. 한국인과 만나는 경험이 적으니 같은 사회에 살면서도 서로 분리돼요.

고용허가제와 같은 제도가 일상에 영향을 미치기도 해요. 이주노동자의 경우 3년, 길게는 5년 일하다가 출신국으로 되돌아가야 해요. 한시적으로 머무는 사람이기에 한국인도 이주노동자와 관계를 맺지 않죠. 이주노동자도 굳이 한국 사람을 만나거나, 한국 사회를 알려고 하지 않고요. 어차피 돌아갈 수밖에 없는 사람이니까요….

과거에는 이주노동자가 힘들어하면 주변의 한국인이 상황을 안타까워하며 공감했어요. ‘이 친구가 열심히 일하는데’, ‘우리와 같이 일하는 동료인데’와 같은 정서가 있었죠. 지금은 그냥 불쌍하게 여겨요. 그런데 안타까움과 불쌍함은 다른 감정이에요. 안타까움은 공감에 기반하죠. 언젠가는 되돌아갈 사람이기에, ‘우리’라는 관계·정서가 형성되지 않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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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노동자와 한국인 노동자가 서로 어울리며 일하고, 주말에 함께 영화를 보러가는 장면을 TV에서 봤어요. 미디어가 만든 허상일까요?

일부 좋은 사례만 부각하지 않았을까요? 다른 예로, ‘글로벌 아빠 찾아 삼만리’라는 방송이 있어요. 이주노동자의 가족을 한국으로 데려와 만나게 해주는 프로그램이죠. 방송만 보면, 이주노동자의 가족이 쉽게 한국으로 입국해요. 사실과 다른 부분이죠. 방송국에서 신청을 하니 쉽게 비자가 발급되는 거예요.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이주노동자는 원칙적으로 가족을 초청하지 못해요. 우리는 이주노동자에게 단기적이라도 가족을 초청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방송만 본 시민은 이주노동자의 가족 동반이 불가하다는 사실은 모르고, 왜 우리 세금으로 이주노동자 가족 입국까지 지원하냐며 오해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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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에서 차별과 혐오를 경험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가?

저는 누군가가 시비를 거는 분위기라면, 한국말을 못 알아듣는 척해요(웃음). 대부분의 이주노동자는 대처하지 않고 피하죠. 개인이 감내해야 하는, 대처할 수 없는 부분이에요. ‘차별금지법’이 필요한 이유죠. 차별금지법이 제정돼도 현실이 드라마틱하게 변하지는 않을 거예요. 그러나 이 제도로 시민의 인식, 시선이 달라질 수 있겠죠. 나는 똑같은 나인데, 미등록 이주민이었을 때 나를 보는 시선, 결혼 비자를 받는 순간 나를 보는 시선, 한국인이 되었을 때 나를 보는 시선이 달랐어요. 귀화해서야 ‘우리’의 일원으로 나를 바라보고, 대우하기 시작했거든요.

| 아시아미디어컬처팩토리(이하 AMC팩토리)는 어떤 단체이고, 어떻게 영화를 찍기 시작했나요?

2011년 설립 후 이주민 예술가, 선주민 예술가가 서로 교류하고, 공동 창작을 하는 단체예요. 공장 일을 그만둔 시점에 공간 인테리어를 돕는 계기로 우연히 참여했죠. 2012년도에 <카페 랑길라>라는 연극을 올렸고, 저는 미술 감독과, 배우로 함께했어요. 연극을 같이 준비한 친구가 영화를 만들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죠.

2013년 첫 영화를 연출했어요. 독립영화제 등에 영화를 출품하면서 ‘관객과의 대화’를 할 수 있었어요. 인권운동을 할 때는 집회를 통해서 거리의 불특정인에게 얘기를 건넸어요. 그러나 관객과의 대화에는 내 영화를 보고, 같이 이야기하려고 일부러 찾아온 사람들이 있었어요.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좀 더 쉽게, 다른 경로로 할 수 있었죠. 내 삶의 또 다른 길을 찾은 느낌이었어요. 지금까지 12편의 영화를 만들었는데요, 계속 영화를 만들고, 배우고 있습니다.

| 이주민/선주민이 자연스럽게 교류하기가 쉽지 않아 보여요.

AMC팩토리가 만들어진 이유 중 하나는 선주민과 이주민이 만나는 자리를 만드는 거예요. 일반 행사처럼 기획하면 안 되고, 이주민과 선주민이 동등한 입장에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죠.

예컨대 이주민이 연출을 하면 선주민이 참여하는 방식이에요. 일방적으로 가르치고 배우는 형식이 아닌, 서로서로 가르치며, 주고받는 느낌이 들어야 해요. 이런 관계가 지속가능하죠. 아리랑 축제 등의 다문화 축제가 있는데요. 한국인이 만든 프로그램에 이주민은 게스트로 참여해요. 이런 형식은 지속되기 어려워요. 이주민 스스로 문화를 즐기고 만들어야 하죠. 그래야 사회에 녹아들 수 있어요. 예컨대 같은 ‘아리랑’을 소재로 하더라도 한국인이 이주민에게 아리랑을 가르쳐주는 방식이 아닌, 한국의 아리랑 그리고 외국의 유사 소재의 작품을 합쳐서 새로운 것을 만드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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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노조의 간부, AMC팩토리의 멤버, 영화감독으로서 각각의 목표가 있다면?

이주노조에서는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위해서 활동해요. AMC팩토리에서는 이주민이 문화예술 활동에 참여하고 향유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문화예술을 통해서 한국사회와 이주민이 공존하는 방법을 찾고 있죠. 영화감독으로서는 더 다양한 소수자 문제를 담고 싶어요. 한국의 위안부 피해자, 방글라데시의 비랑가나* 이야기를 함께 묶어 다큐멘터리로 발표했어요. 결국 사회적 소수자와 관련한 활동을 하고 있고, 또 앞으로도 하고 싶어요.

* 비랑가나 : 방글라데시 전쟁피해 여성. 용감한 여성이라는 의미로 비랑가나(Briangona)라고 부른다.

| 이주노동자의 어려움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에게 전할 말이 있다면?

이주노동자도 사람이에요. 누군가는 좋은 사람일 수도, 나쁜 사람일 수도 있죠. 미등록 이주민이라면 무조건 범죄자라고 생각하지 말아야 해요. 어떤 국가는 이렇다, 어떤 민족은 이렇다, 무슬림은 이렇다 등의 편견을 갖지 않고 각각의 사람을 기준으로 봐줬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태어나면서 각자의 지문을 갖잖아요. 각자 다르죠. 특정 민족, 종교를 토대로 사람을 묶어서 판단할 수는 없어요. 그래야 잘못된 사람은 비판할 수 있고, 선량한 사람은 좋게 생각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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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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