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도서관은 우리 사회에 몇 안 되는, 어떤 특징으로 이용자를 구분하지 않는(않아야 하는) 공공의 공간이다.” 

『라이브러리 티티섬이 문을 열기까지』, 문기원·도서문화재단 씨앗, LibLab, 210쪽.

🎊 환대와 경험의 공간

| ‘청소년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청소년의’ 공간을 의도한 점이 인상적인데요. 라이브러리 티티섬의 기획과 오픈 과정이 궁금해요.

(포포) 라이브러리 티티섬(이하 티티섬)은 모두에게 열린 공공 도서관으로, 편하게 여러 형태의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일상 속 문화 공간입니다. 동시에 청소년 중심 도서관이라, 일부 공간은 청소년만 들어갈 수 있어요. 초기 기획은 청소년 중심의 공간을 만드는 프로젝트에서 시작했어요. 청소년을 위한다고 하면서 은연중에 성인의 기준이나 잣대를 투영하지 않도록 주의했죠. 청소년으로부터 출발해야 정말 청소년 중심의 공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20명 정도의 청소년과 기획을 시작했고, 경험 설계·공간 디자인 전문가와 함께 공간을 만들어 나갔습니다.

전문가를 섭외할 때 ‘우리도 잘 모른다. 그러니 함께 만들어 가자.’고 얘기했어요. 그 메시지와 티티섬의 기획에 공감하는 분들이 모였습니다. 실패해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더 나은 것을 찾아간다는 공감대를 형성했어요. 어려운 과정을 같이 헤쳐 나갈 수 있는 분들을 섭외했던 게 좋은 선택이었죠.

| 현재 라이브러리 티티섬의 공간 설계나 문화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포포) 장벽을 낮추려는 시도가 소중해요. 예를 들면 모두의 화장실*, 레스 웨이스트** 문화와 카페의 비건 메뉴 같은 것이요. 회원가입 절차를 쉽게 한 것도 중요해요. 장벽을 낮추는 게 한 번에 되는 일은 아니에요. 그래도 용자들이 편하게 와서 머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노력이라 애착이 가요.

*모두의 화장실: 성별 구분이 없고, 아기와 동행한 사람이나 휠체어 이용자 등 모두가 차별 없이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로, 칸마다 잠금장치와 세면대, 양변기를 갖추고 있다.

**레스 웨이스트(less waste): 환경 보호를 위해 불필요한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는 친환경적인 가치관이나 삶으로, 쓰레기를 전혀 만들지 않는 삶을 의미하는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보다 실천과 유지가 쉽다.

(코난)  환대 그리고 경험입니다. 티티섬에 새로운 용자가 왔을 때 손님을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주인이 집에 온 것처럼 대하는 것, 그리고 공간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주는 것이 환대라고 생각해요. 또한, 티티섬을 경험을 주는 도서관으로 만들려고 노력해요. 지식의 격차는 좁히기 쉽지만, 경험의 격차는 좁히기 어렵다고 하잖아요. 경험의 격차를 좁히는 것이 공공 공간의 역할이에요. 용자들이 청소년기에 와서 누구나 뭔가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있고, 그것이 티티섬이 되길 바랍니다.

| 모두의 화장실, 비건 등의 개념이 낯설거나 거부감이 드는 용자도 있을 것 같아요. 용자들이 이러한 가치를 어떻게 받아들이나요?

(포포) 티티섬에는 이것만큼은 지키자는 선언이자 약속인 ‘매니페스토’가 있습니다. 매니페스토의 문구인 ‘우리는 모두 다른 생명체, 인정과 존중!’, ‘여긴 공짜 아니고 공공!’ 등은 실제로 티티섬 용자들이 생활하면서도 잘 쓰는 말이에요. 이러한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고 공감하지 않더라도, 다른 용자를 존중하는 것이 티티섬의 문화라는 것은 잘 공유되고 있어요.

(코난) 영자 일의 대부분이 용자와의 소통인데요. 어떤 갈등이 있더라도 대화를 통해 결국 풀린다는 믿음이 있어요. 오히려 용자가 더 열린 마음으로 있는 것을 보면서 ‘정신 차려. 애들은 잘하고 있다. 너만 잘하면 된다.’ 이런 반성을 많이 하곤 해요(웃음).

새로운 어른이 필요하다

| 용자가 공간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궁금한데요. 처음 보는 용자끼리도 관계를 맺고 친해지는 분위기인가요?

(코난) 어떤 용자는 엘리베이터 앞 벤치에 앉아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기를 기다려요. 모르는 사람과의 교류를 기대하는 거예요. 친해지고 싶은 용자와 자신을 이어달라고 영자에게 말하기도 해요.

어른을 만나고 싶은 욕구도 강합니다. 용자들은 영자와 대화하는 것을 정말 원해요. 보호자나 선생님 말고 새로운 어른을 만나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예요. 용자와 용자, 용자와 영자 간의 상호작용이 모두 일어나요. 티티섬이 청소년 전용 도서관이 아니라 청소년 중심의 공공도서관인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 조건, 나이, 사회적 지위, 성별에 상관없이 다양하게 섞일 수 있는 도서관을 청소년이 경험하길 바랍니다.

| 용자 간 괴롭힘이나 따돌림 등의 문제는 없는지도 궁금해요.

(코난) 영자의 주 업무는 계속 공간을 돌아다니고 용자를 살피는 것입니다. 괴롭힘, 따돌림 같은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늘 관심을 기울이고 있고, 다행히 지금까지는 그런 문제는 크게 없었어요.

(포포) 티티섬은 용자가 일상적으로 오는 공간이고, 영자들은 용자들과 관계와 신뢰를 쌓기 위해 노력해요. 만약 용자 간의 소소한 갈등이 생기면 영자는 용자와 대화하며 자연스럽게 내용을 파악하고 영자가 개입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지를 판단합니다.

| 운영하며 보람을 느낀 순간 등 소개해 줄 만한 에피소드가 있나요?

(코난) 평소에는 용자들과 서로 구박하는 사이지만, 가끔 인터뷰가 있을 때 용자의 이야기를 깊게 듣게 돼요. 용자의 티티섬을 향한 애정을 느낄 때 ‘이 공간이 유효하게 기능하고 있구나.’ 하는 보람을 느낍니다.

| 그럼 용자에게 상처받았던 순간은 없나요?

(코난) 상처는 늘 받죠(웃음).

📚 청소년의 도서관

| 청소년이 공간에서 주체성을 느끼는 데 무엇이 가장 필요할까요?

(포포) 첫째로 변화할 여지를 적극적으로 열어두는 것입니다. 이미 규칙이 짜여 있고 틈이 보이지 않으면 청소년이 이야기를 꺼내기 어려워요. 둘째로 서로의 주체성을 존중하는 것입니다. 서로 잘 듣고, 좋은 질문을 건네야 해요. 그리고 상대의 맥락과 이야기를 잘 해석해야 하죠. 물론 공간에 있는 사람들이 이런 문화를 잘 공유하고 인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티티섬은 결국 티티섬을 둘러싼 것들과 다 연결되어 있고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그래서 다른 도서관의 운영에도 관심을 가지고, 해외 청소년 공간 사례도 살피고 있어요. 티티섬의 다양한 실험, 시도, 그리고 운영 방식을 잘 정리해서 다른 도서관과 공간에도 공유하고 싶어요.

(코난) 신뢰라고 생각해요. ‘여기서 나는 반겨지고, 우리는 서로 달라도 이해하려고 노력할 수 있다’는 것. 신뢰가 없으면 자기 의견을 꺼내기 힘들고, 그런 곳에서는 나로서 존재하기 힘들어요. 많은 청소년이 어른의 눈치를 보거나, 분위기에 따라 행동에 제약을 받아요. 청소년이 조금 더 자유롭고 본인답게 있는 것을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 티티섬은 청소년에게 거부되지 않고 환대받는 경험, 자격이 주어지는 경험을 줄 수 있는 공간으로 느껴졌어요. 청소년을 포함한 사회 전체에, 티티섬이 전하는 가치는 무엇일까요?

(포포) 좋은 공공 공간이 많아요. 그러나 청소년의 이용 경험을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죠. 티티섬은 도서관과 같은 공공 공간에 청소년이라는 이용자층을 같이 생각해 보자는 화두를 던지는 거예요.

(코난) 도서관은 모든 이용자에게 열려 있고 비용도 들지 않아요. 그런데 ‘왜 청소년이 이를 활용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에서 시작한 것이 티티섬이에요. 아무 제약 없이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 공원 같은 공간이 늘어날수록 사람들의 삶은 윤택해질 수 있어요. 앉아서 대화하기 위해 카페를 가야 하는 도시에서 공원의 가치는 큽니다. 도서관도 마찬가지예요. 조용히 독서만 해야 한다는 관념을 깨뜨리는 새로운 도서관이 더 많아졌으면 해요.

| ‘공공 공간’을 한 문장으로 정의해 본다면?

(포포) 누구나 편안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지속해서 노력해야 하는 열린 공간.

(코난) 다른 욕구랑 관심을 가진 각자가 서로의 색깔을 존중하며 함께 할 수 있는 공간.

글 | 이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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