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만 아름다운 인연, 쯔진산-아틀라스 혜성☄️

짧지만 아름다운 인연, 쯔진산-아틀라스 혜성☄️

작성자 우주애호박

우주가 궁금한 당신에게

짧지만 아름다운 인연, 쯔진산-아틀라스 혜성☄️

우주애호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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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zucch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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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는 밤하늘을 봐야 하는 이유가 가득했던 한 주였어요. 올해 가장 큰 보름달에 더불어 먼 곳에서 혜성까지 찾아왔으니까요. 하지만 이런 날은 꼭 날씨가 좋지 않더라고요. 일주일 내내 흐리고 비가 와서 며칠 간은 창문을 열어볼 엄두도 내지 못하다가, 하늘이 살짝 맑아진 틈을 타 서쪽 하늘을 뚫어지게 쳐다봤습니다. 분명 하늘에 혜성이 있는데 맨눈으로는 전혀 보이지 않았어요. 삼각대에 핸드폰 카메라를 단단히 고정하고, 셔터 스피드를 늘려 촬영을 해봤습니다. 25초가 얼마나 길던지요! 촬영한 사진을 확대해 이리저리 움직여보다가 별도 구름도 아닌 무언가를 발견했습니다. 바로 쯔진산-아틀라스 혜성이었습니다!

핸드폰 카메라로 촬영한 쯔진산-아틀라스 혜성(촬영자: 우주애호박)
위 사진을 확대했습니다(촬영자: 우주애호박)

천문학을 전공했지만, 저 역시 혜성을 보거나 촬영한 건 처음이에요(천문학과에선 천체 사진 찍는 법을 배우지 않아요…). 하지만, 이 혜성은 꼭 눈이나 사진으로 담고 싶었는데요, 이 쯔진산-아틀라스 혜성이 지구에 오려면 8만 년이 걸리거든요. 그러니까, 이번 생에 이 혜성을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란 뜻이죠.


쯔진산-아틀라스 혜성은 2023년 1월 9일에 중국 쯔진산(자금산) 천문대에서 처음으로 발견됐어요. 이후 소행성 지상 충돌 최종 경보 시스템, 줄여서 아틀라스 프로그램을 통해 다시 한번 더 발견됐어요. 그래서 쯔진산-아틀라스라는 이름이 붙었답니다. C/2023 A3라는 이름도 있는데, C는 주기적으로 지구를 찾지 않는 비주기 혜성이란 뜻이고, A3는 1월 1일~15일 사이에 세 번째로 발견된 천체라는 뜻이에요. 

명왕성을 지나 빛의 속도로 1년을 나아가면 태양계 끄트머리에 도달합니다. 이곳엔 얼음과 돌, 먼지들이 뭉쳐진 수많은 덩어리가 둥둥 떠 있는 ‘오르트 구름’이란 영역이 존재하죠. 아니, 존재한다고 봅니다. 우리가 실제로 그곳에 간 적은 없으니까요(인류가 만든 가장 멀리 간 물체인 보이저 1호도 오르트 구름까지 가진 못했습니다). 오르트 구름을 이루는 덩어리 중 일부는 태양계 안쪽으로 길고 긴 여행을 떠나게 돼요. 태양과 가까워지면 덩어리를 이루던 물질들이 햇빛에 날려 멋진 꼬리가 만들어지죠. 이것이 바로 혜성이고, 쯔진산-아틀라스 혜성의 고향도 오르트 구름이라 알려져 있어요.

오르트 구름의 상상도. 하얀 점들이 모두 혜성이 될 수 있는 천체들이에요.(이미지: NASA)

쯔진산-아틀라스 혜성은 8만 년 뒤에 다시 지구를 찾는다고 하지만, 그 시간 동안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알 수 없어요. 태양계를 지나는 다른 천체와 충돌을 할지도 모르고, 여러 조각으로 쪼개져 버릴지도 모르죠. 8만 년 뒤에 지구는 어떤 상황일 지도 역시 알 수 없고요. 한 치 앞의 일도 알 수 없지만, 혜성과 지구, 그리고 우주 모든 존재는 자기만의 궤도를 자기만의 속도로 달리고 있습니다. 모두가 시절 인연이죠. 그 짧지만, 아름다운 순간을 목격할 수 있어 기뻤답니다!

9월30일 하와이 제미니천문대에서 촬영한 쯔진산-아틀라스 혜성. 전영범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촬영

혜성은 떠있긴 하지만 점점 지구와 멀어져 희미해질 겁니다. 해가 지고 난 뒤 서쪽 하늘을 살펴보세요. 맨눈으론 어려우니 카메라로 촬영하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여객기 참사 희생자들께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