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1 코이의 후성유전학 수다가 왔수다 🧬
작성자 Koi
코이의 생물학 수다가 왔수다
ep. 1 코이의 후성유전학 수다가 왔수다 🧬
올해 3월 Fathead Minnows🐟라는 종 내에서 미세플라스틱 노출로 인한 유전자 발현 변형이 세대를 너머 유전될 수도 있다는 미시간 대학교의 연구가 공개되었어요. 한마디로,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된 1세대의 후손이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되지 않았음에도 1세대가 겪었던 유전자 발현 변형이 포착되었다는 것🧬
유전적 요소가 아닌 미세플라스틱 노출과 같은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유전자 발현이 달라진다는 이 개념, 우리가 알던 유전학과 다르고 신기하지 않나요? 이 환경도 유전될 수 있다는 주장을 정곡으로 다루고 있는 연구 분야가 바로 후성유전학인데요, 오늘은 생물학을 쉽고 재미있게 다루는 코너, 코이의 생물학 수다가 왔수다의 첫번째 에피소드 코이의 후성유전학 수다가 왔수다 시작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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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성유전학과 후생유전학 모두 epigenetics로 같은 뜻이라는 점 미리 알립니다!
오늘의 컨텐츠 ZOOM IN 🔬
유전자가 동일해도 유전자의 발현 정도는 다를 수 있다?!
유전자 발현이란? 🧬
우리 몸은 수많은 단백질이 합성되며 대부분의 형질을 결정하게 돼요. 어떤 단백질이 얼만큼 합성되느냐에 따라서 피부색이나 머리카락같이 보여지는 형질부터 호르몬처럼 보여지지 않는 호르몬까지 결정돼죠. 이렇게 우리 몸의 구성을 암호화 시켜 소중히 저장해놓은 것이 바로 DNA예요🧬.
DNA는 사이토신, 구아닌, 아데닌, 그리고 타이민이 붙은 네 가지의 염기를 요리 조리 믹스매치해 하나의 긴 줄처럼 이뤄져 있어요. 이 네가지 염기 중 어떤 염기가, 어떤 순서로 있는지에 따라 우리 몸의 20가지 아미노산 중 어떤 아미노산이 합성될지가 결정돼요.
이렇게 DNA라는 암호가, 아미노산으로 바뀌고, 또 아미노산이 단백질을 합성하면 암호에서 물질로 바뀌게 돼요. 이 과정을 유전자가 발현된다고 해요. 한 마디로, 정보에 불과한 DNA가 실제 우리 몸에 영향을 미치는 단백질로 바뀌니까요!
유전자가 동일해도 유전자 발현이 다른 이유 👀
후성유전학이라는 개념이 나오기 전까지는 같은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정확히 똑같이 유전자가 발현된다고 믿었어요. 예를 들자면, 특정 효소를 만드는 유전자가 A와 B 모두에게 있다면 A도, B도 모두 100만큼의 효소를 만든다는 것이죠. 하지만 후성유전학은 이에 의문을 제기해요. A와 B라는 두 사람이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도 그 유전자가 얼마나 잘 발현되는지는 다를 수 있다고요. 어떤 사람은 해당 유전자로 효소를 120만큼 만들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해당 유전자로 효소를 50밖에 못 만들 수도 있다는 거죠. 한 마디로, 유전자가 같아도 유전자 발현 정도는 다를 수 있다는 거예요.
조였다~ 풀었다~ 재밌는 유전자 발현 조절 🔧
그럼, 어떻게 같은 유전자를 갖고 있는데도 이 발현이 달라질 수 있는 걸까요? 비교적 단순하게 접근하면 전사과정에서 만들어진 mRNA가 세포질에 얼마나 오래있는지도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데 기여할 수 있고요, 또 RNA 프로모터 구역에 붙는 단백질의 종류에 따라 DNA의 특정 부분의 유전자 발현을 더 많이 / 더 적게 유도할 수도 있어요.
오늘은 후성유전학에서 현 시점 가장 많이 회자되는 유전자 발현 조절 기전인 DNA 메틸화에 대해 이야기해볼게요.(히스톤 단백질 변형도 있는데, 이는 메틸화/아세틸화 등 좀 더 복잡해서 이번 아티클에선 스킵하겠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히스톤 단백질 변형도 재밌게 느껴지실 거예요.)
우리 몸에서 DNA를 단백질로 바꾸려면, (진핵세포의 경우) 핵 속에 저장된 DNA의 정보를 누군가 복사해와야 하는데요. 이걸 바로 mRNA라는 기똥찬 일꾼 📤이 해와요. 진핵세포에서 DNA는 히스톤 단백질이라는 단백질을 감싸고 있어요. 따라서, 복사를 해오려는 mRNA가 정보를 읽기 위해선 이 매듭을 풀어줘야 해요. 이때, DNA와 히스톤 단백질 사이 매듭이 딴딴하면 풀기 어렵지만 느슨하면 풀기 쉬울거예요. 딱 이 논리예요!
DNA 메틸화는 DNA 메틸트랜스퍼레이스라는 효소를 통해 DNA를 구성하는 뉴클레오타이드라는 블럭에 붙어있는 염기 사이토신에 메틸기가 부착된 걸 말해요. 이는 히스톤 단백질과 DNA 사이를 더 가깝게 만들어요.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더 쪼여주는거죠 🔒. 그러면 mRNA가 DNA의 꼬인 구조를 풀기 어려워지고, 해당 부분을 복사해오기가 어려워져요. 한마디로, 유전자 발현을 억제돼요. 반대로 히스톤에 아세틸이 붙게 되면 히스톤 단백질과 DNA 사이를 더 느슨하게 풀어주기 🔓 때문에 mRNA가 꼬인 구조를 풀기 쉬워져요. 해당 부분의 유전자 발현이 촉진되는 것이죠.
후성유전학은 우리가 살면서 환경적 요소로 인해 이런 메카니즘이 생기게 된다고 주장해요. 🔧 쪼이고 풀고 하며 특정 유전자가 이 메카니즘이요! 근데 이 메커니즘이 대부분 2세👶에게는 전달되지 않고 원래 수정란 단계에서 초기화되어야 하는데, 가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어요. 즉, 2세가 겪지 않은 환경적 요인에 의해 만들어진 유전자 메커니즘도 유전될 수 있다는 거죠. 정말 신기하지 않나요?
신기한 후성유전 연구 모음zip. 🧬
이렇게 보면 DNA가 우리 몸을 구성하는 유일한 물질 같지만, 모든 생물은 환경적 영향을 받아요. 예를 들어 공기 오염이 심한 곳에 노출된다든가, 아니면 영양 실조 상태가 오래 유지된다든가 하는 것들 말이에요. 이런 변화는 우리 몸의 유전자 발현 조절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고요. 현재도 우리 몸이 어떠한 환경적 요인이 유전자 발현을 어떻게 조절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요. 이에 대해 주목할만한 몇가지 연구를 소개할게요
연구 1. 산모의 비스페놀 A(bisphenol A) 노출이 자녀의 소아비만 위험성을 높인다고?
비스페놀 A에 관한 연구는 약 10년여전에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었던 것, 알고 계시나요? 그 중에서도 특히 주목할만한 점이 바로 산모의 비스페놀 A과 소아 비만에 관련성이 있다는 거예요.서울대학교와 코펜하겐 대학교 연구진이 함께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산모의 비스페놀A 노출량이 높은 군에서 2세 때의 인슐린유사성장인자-2 수용체 (IGF2R) 유전자의 메틸화가 더 많이 나타났다고 해요. 인슐린유사성장인자는 우리 몸에서 신진대사와 신체 발육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데요. 이 인슐린유사성장인자가 억제될 경우 소아비만을 초래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주장해요.
연구 2.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PTSD)에 대한 후생유전학적 영향 요인
우리 몸의 뇌 스트레스나 가소성(뇌가 외부 자극이나 경험, 새로운 정보에 따라 구조와 기능을 변화시키는 능력)은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로 인해 조절된다고 알려진 바가 있는데요. 연세대학교 연구진이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이 BDNF의 발현이 후성유전학적 요인으로 인해 달라질 수 있다고 해요. 연구 과정에서 PTSD를 경험한 집단과 경험하지 않은 두 집단에서 BDNF 프로모터Ⅰ 영역 내 네 곳의 CpG부위의 DNA 메틸화 수준을 비교했더니, PTSD를 겪은 집단의 DNA 메틸화 수준이 더 높게 측정됐어요. 한마디로, BDNF의 발현을 억제한 것이죠. 이를 통해 BDNF를 기점으로 PTSD 예방 및 치료가 가능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여럿 나오고 있어요.
*CpG는 사이토신과 구아닌이 반복 염기서열로 프로모터 근처에 위치한 유전자의 일부인데요. 대부분 메틸화가 진행된 사이토신과 달리 GpG의 경우는 메틸화가 되지 않아서, 이 부분의 메틸화 정도를 비교하면 억제/유도 정도를 비교할 수 있다고 해요.
맺음말
후성유전은 현대 유전학의 문제를 풀 수 있는 중요한 열쇠로 여겨지지만, 동시에 정확한 발생 기전이 다 밝혀지지 않아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한 분야예요. 특히 여전히 현대 생물학이 풀어야할 문제인 암 (특히 종양억제유전자와 관련하여)을 후생유전학적 관점으로 해결할 수 있을거란 기대가 이어지고 있어요. 메틸화 저해제나 아세틸화 저해제와 같은 물질등을 통해 새로운 곳으로 더 나아가려는 지금, 후성유전이 현재 유전학이 풀지 못했던 키스톤으로써의 역할을 하길 바라보며 코이의 첫 바이오 수다는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
배경 사진 크레딧: Unsplash의Sangharsh Lohaka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