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2. 추위를 녹일 코다(2021) 속 따듯한 배려🧣🤟
작성자 Koi
영화 한 스푼
ep 2. 추위를 녹일 코다(2021) 속 따듯한 배려🧣🤟

안녕하세요! 점점 2024년의 끝이 조금씩 다가오고 있어요. 영하 기온으로 뚝 떨어진 날씨 때문에 잠시 외출했는데도 볼이 얼얼하더라고요. 추운 겨울, 온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연말 영화로 오늘은 코다 (2021) 이야기를 해볼게요 🙌
오늘도 마찬가지로, 잠깐✋! 1번 파트까지는 스포가 없지만 2번과 3번 파트는 스포가 있어요.아직 영화를 안 보신 분들은 1번 파트까지만 체크하시고, 영화 시청 후 다시 돌아오시는 걸 추천드려요 🙆♀️
1. 코다 (CODA) 라는 작품은?
영화의 제목인 코다(CODA)는 Children of deaf adults의 약자로, 농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청인 자녀를 뜻해요. 코다라는 단어의 의미처럼, 주인공 루비는 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부모님과 오빠는 소리를 듣는 데 어려움이 있죠. 제목이 코다인 만큼, 영화의 전반적인 이야기는 OHCODA(Only Hearing Coda, 가족 중 유일하게 청인인 자녀)인 루비를 중심으로 펼쳐져요.
*농인은 수어를 사용하는 사람들과 그 커뮤니티에 속한 이를, 청인은 음성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과 그 커뮤니티에 속한 이를 뜻해요. 이러한 표현은 기존의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병리학적 관점에서 구분하던 개념에서 벗어나, 개인의 언어 사용 방식과 자기 표현, 그리고 정체성을 강조하는 흐름에서 등장했죠. 영화 코다의 수상 소감과 다양한 인터뷰에서 ‘Deaf community’와 ‘Hearing community’라는 표현이 사용된 점을 참고하여, 본 아티클에서도 농인과 청인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점 먼저 알려드립니다!
간단한 영화 줄거리 🎬
더욱 자세한 예고편은 아래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
2. 코다의 따듯한 배려
수화에 집중한 연출 🤟
아까 언급했듯, 대사 속 많은 부분이 수화로 이루어져 있어요. 특히 주축이 되는 루비와 가족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둘의 대화가 꼭 필요한데, 이때 OTS를 많이 사용했어요. 이는 수화에 집중하기 위한 선택이었는데요. 두 인물이 이야기하는 것을 측면에서 촬영하게 되면 '대화'라는 상황은 강조할 수 있지만, 어떤 수화를 사용하면서 대화를 나누는지 전혀 알 수가 없어요. 하지만 OTS를 사용하게 되면, 상대방이 사용하는 수화를 직접 보고 해석할 수 있어요. 따라서 감독은 루비와 가족의 대화 씬에서, OTS 혹은 미디엄샷을 주로 사용하여 관객이 수화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했어요.
청각장애인의 삶을 투영한 오디오 🎚️
코다 전체에서 굉장히 중요한 장면 중 하나가 바로 루비의 공연 장면인데요. 루비가 무대에서 노래를 멋지게 부를 때, 루비의 부모님은 루비가 어떤 목소리로, 어떤 노래를 부르고 있는지, 그리고 그 노래의 끝이 언제인지 듣지 못하는데요. 객석을 이리 저리 둘러보다 환호하는 관객들을 보며 그제서야 웃으며 박수를 치는 장면에서 오디오가 완전히 정적이 되었다 다시 소리가 들려요. 개인적으로 영화는 우리가 경험할 수 없는 세계를 소개한다고 생각해요. 이처럼 코다도 Hearing, 즉 청인 관객에게도 농인의 삶이 어떤지 소리를 통해 경험시켜줘요.
농인 배우 캐스팅
사실 코다는 미라클벨리에 (2014)라는 원작 영화가 있는 리메이크작이에요. 스토리는 유사하지만, 다양한 차이점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많은 매체에서 이를 포용적인 시도로 평가했는데요, 청인 배우가 농인 역할을 맡았던 원작과 비교해 더 큰 의미를 가진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 특히, 장애를 가진 예술가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그들의 재능을 보여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박수를 받고 있어요.
하나의 촬영장, 두 명의 감독 🎬
실제 농인 배우가 참여하다보니, 영화 프로덕션 과정에서 소통이 가장 중요했어요. 이에 따라 처음에는 수어통역사를 고용하여 수어통역사와 함께 작업을 진행했어요. 하지만 아무래도 통역 과정에서 자신이 원하고자 하는 내용이 직접적으로 전달되지 않았기에, 감독이 직접 수어를 배워 농인 배우들과 소통하기로 다짐해요.
이에 따라 감독이 수어로 디렉팅을 하고, 비디오 빌리지(Video village, 감독, 제작진, 촬영팀 등이 모여 촬영 중인 장면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공간)에서 해당 수어가 정확한지, 그리고 의도대로 연출되었는지 수어 감독과 함께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어요. 이런 디테일한 노력들이 영화의 감동과 진정성을 더해준 것 같아요. 이 영화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어요.
⏸️여기서 잠깐! 더 많은 비하인드씬과 배우들의 이야기가 듣고 싶다면 아래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
3. 코다의 아카데미 3관왕이 갖는 의미
코다는 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각색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며 OTT 서비스 오리지널 작품 최초 작품상이라는 쾌거를 누렸는데요. 사실 이 당시에 워낙 쟁쟁한 후보 (듄, 파워 오브 도그, 드라이브 마이 카,.. 등) 가 많았기에, 코다가 작품상과 각색상을 받을 정도가 아니었다는 비판적인 여론도 많았었어요. 🤔
사실 저한테도 정말 예상 밖의 결과였어요. 보편적인 가족애를 다룬 코다가 수상했다는 게 어떻게 가능했을까 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좋은 영화란 뭘까?'라는 질문이 자연스레 떠오르더라고요. 우리가 직접 경험할 수 없는 세계를 시각적으로, 또 청각적으로 관객에게 체험하게 해주는 게 영화의 본질이 아닐까 싶었어요. 청인이 알기 어려운 농인의 삶과 코다의 이야기를 영화라는 매체로 풀어내 청인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했다는 점, 그리고 장애를 가진 예술인들에게 어항을 깨고 재능을 보여줄 기회를 주었다는 점이야말로 코다만의 큰 힘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다른 영화보다 더 뛰어나 경쟁작을 제쳤다기보다는, 다양성과 포용성을 향한 변화의 흐름에 영화계가 보내는 따뜻한 박수였던 것 같아요.
오늘의 아티클은 루비의 아버지, 프랭크 로시로 출연한 트로이 콧셔 (Troy Kotsur)의 오스카 남우조연상 수상 소감 중 일부로 마무리하도록 할게요.
제가 최근 스필버그의 책 한 권을 읽었는데, 거기서 그는 최고의 감독의 정의가 최고의 커뮤니케이터라고 하더군요. 션 헤이더, 당신은 최고의 커뮤니케이터예요. 그 이유는 당신이 청각 장애인의 세상과 비장애인의 세계를 연결해주었고, 또 우리의 다리가 되어주었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이름은 영원히 그 다리 위에 기록될 겁니다. '션 헤이터 다리'라는 이름으로요.
모두가 동등한 기회를 누릴 수 있는 영화계를 꿈꾸며, 오늘의 영화 한 스푼은 여기서 마무리할게요. 그럼 우리, 다음 아티클에서 다시 만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