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에게만 허락된 밀주도 있었다.
작성자 술호랑
우리술이야기
왕에게만 허락된 밀주도 있었다.
술은 금지다!
하지만 그 외침 뒤엔, 술을 든 왕이 있었다네.
조선 시대 내내 반복되었던 금주령. 그 중에서도 영조는 재위 기간 중 거의 대부분 금주령을 유지한 왕이었지. 백성에겐 곤장과 유배로 이어지는 금지였지만, 왕에게는 ‘예외’가 있었으니
그 이름, 바로 ‘약차(藥茶)’.
술이지만 술이 아닌 척. 이것이 곧 조선 궁궐 속 비밀 음주의 코드였지.
오늘은 금지와 허용 사이에서 권력자의 이중생활, ‘왕의 밀주’ 이야기를 해보려 하네.
1. 금주령의 얼굴, 영조

보물 제932호 <영조 어진>
1726년, 영조는 ‘술 빚는 자 곤장 100대’라는 강력한 금주령을 선포한다네. “쌀이 귀하니 술을 금하라”는 논리였지. 영조는 실제로 재위 52년 중 50년 이상을 금주령 상태로 다스렸다고 한다네
하지만 이상하게도, 술은 궁 안에서 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왕의 손에서 더욱 공들여 빚어졌다지. 실록에는 “전하께서 친히 송절(솔가지)을 손질하시다”라는 문장이 남아 있다네.
곧, 약차라는 이름의 비밀 음주를 암시하는 기록이지.
2. '약차를 올릴 시간이옵니다'라는 암호

왕에게만 허락된 밀주!?
궁궐 속에서 ‘술’을 부르지 않고 술을 마시기 위한 암호는 ‘약차’. 신하가 “전하, 약차를 올릴 시간이옵니다”라고 말하면, 곧 조용히 따뜻한 솔잎주 한 잔이 올라가는 시간이었지. 이 약차는 이름만 봐선 차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송절을 넣어 빚은 약술이었다네.
송절차, 혹은 송절주는 솔(소나무)가지 끝부분을 말려 약재로 삼아 술에 넣은 것으로, 신경통이나 기력 회복에 좋다고 전해졌지. 영조는 몸이 약하다는 이유로 ‘약이다’라는 면죄부를 붙이고 음주를 계속했으며, 이 관행은 왕실에서 관행처럼 지속되었다고 한다네
3. 법의 예외를 아는 자들

조선의 금주령은 말 그대로 "일괄적"이지 않았다네. 제사에 쓰는 술, 궁중 행사용 술, 그리고 약재로 만든 술은 모두 예외였지. 법은 분명히 있었지만, 그 법을 누가 적용받느냐는 전혀 다른 이야기였지.
영조는 이 허점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네. 송절(솔가지)을 넣은 약술은 '기력을 회복하는 약차'라며 즐겨 마셨고, 누구도 감히 그 음용을 문제 삼지 못했지. 왕의 음주는 '치료'였고, 백성의 음주는 '죄악'이었다네.
하지만 백성에게는 그 어떤 이름도 면죄부가 되지 못했지. 농민이 쌀로 막걸리를 빚으면 곤장 100대, 기생이 밀주를 팔면 유배형. 이름을 차로 바꾸는 재치도, 약재를 들이미는 여유도 허락되지 않았던 거지.
실제로는, 술이 아니라 계급이 문제였네. ‘술을 금한 것이 아니라, 술을 누가 마시느냐를 금한 것이다’라는 말이 생겨난 것도 이 시기였지.
사헌부 관원 전원이 “왕도 지키지 않는 법을 백성에게만 강요할 수 없다”며 사직서를 올린 사건은, 이 부조리가 정점에 이르렀던 순간이라네
이 장면은 단지 ‘ 모순’을 넘어서, 조선 권력 질서의 민낯을 드러낸 상징적 사건이었다고 할 수 있지.
4. 비밀 술이 남긴 문화
‘약차’라는 이름은 단지 궁궐의 암호가 아니었다네. 그것은 술을 금지하면서도 포기하지 못한 인간의 욕망이 만든 새로운 문화였지.
조선의 가장 깊숙한 공간에서도 술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더욱 교묘한 형태로 살아남았다네. 이는 술이 단순히 취하기 위한 도구가 아닌, 위계와 통치, 체면과 건강이라는 명분 속에 얼마나 복잡하게 얽혀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지.
그렇다면 궁금해질 수밖에 없지. 영조가 그렇게도 속여서 아주 공들여 마신 약차, 과연 어떤 술이었을까?
오늘날의 송절주는?
전통주 송절주(松節酒)는 겨울철 소나무 가지 마디(송절)와 찹쌀로 빚은 약용주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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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한 솔 향, 쌉싸름한 맛, 깔끔한 마무리가 어우러져, 전통주 입문자에게도 부담 없는 맛으로 알려져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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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순당은 2008년부터 전통주 복원 프로젝트를 통해 조선 시대 선비와 중류층이 즐기던 이 술을 복원했으며, 이는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2호로도 지정되어 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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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 ‘약차’를 마셔보고 싶다면, 바로 이 술이 가장 가깝지 않을까 생각한다네.

송절주 ©국순당
💡 국순당 송절주 선물세트:
– 구성 : 송절주 + 도자기잔 2개
– 용량: 700 ml– 도수: 약 16.5%
– 가격: 110,000 원 (국순당 공식 홈페이지 기준 *판매처별 가격상이)
– 맛: 은은한 소나무 향과 부드러운 쌉쌀함, 깔끔한 끝맛 특징
마무리하며
‘술은 금지다’라는 외침 뒤에 숨겨진 왕의 약차, 그 안에는 단지 음주의 욕망이 아니라, 계급의 특권, 제도의 허점, 그리고 술이 가진 문화적 힘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지.
다음 잔은 어떤 이야기로 채워질지, 기대해주시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