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부부가 달달한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
작성자 술호랑
우리술이야기
신혼부부가 달달한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달 가정의 달답게 5월은 챙길 날이 참 많죠. 그 사이로 슬쩍 도착하는 결혼식 청첩장까지 보면, 결혼 시즌이구나 싶더라고요.
그러다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단어 바로 '허니문(honeymoon)'입니다. 로맨틱한 이 단어가 술에서 시작됐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고대 유럽에선 신혼부부가 결혼 후에 한 달 동안 매일 꿀로 만든 술을 마셨다고 해요. 건강과 다산을 기원하는 풍습이었는데, 그 술이 바로 미드(Mead)였고, 이 전통에서 허니문이라는 말이 유래됐죠.
놀랍게도 우리 조상들도 예전부터 이 술을 마셨습니다. 오늘은 꿀로 만든 술, 미드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벌꿀 술, 어떤 술이죠?

미드(Mead)는 꿀을 주재료로 물과 효모를 더해 만든 술이에요. 흔히 '허니 와인(honey wine)'이라고도 불리는데, 말 그대로 꿀의 당분이 발효되면서 알코올이 생기는 아주 단순한 원리죠. 기본 재료는 단 세 가지, 꿀, 물, 효모 입니다. 여기에 과일이나 허브, 향신료가 더해지면 맛과 향의 세계는 훨씬 풍성해집니다.
인류가 처음 마신 술
미드는 인류가 가장 먼저 마신 술 중 하나입니다. 농사를 짓기 전, 사냥하고 채집하던 시절 벌집 속에 고인 빗물과 자연 효모가 만나 우연히 발효된 것이 그 시작이었다고 하죠. 유럽의 신석기 유적지, 고대 동굴 벽화, 고대 이집트·중국·아프리카의 기록까지 전 세계에서 그 흔적이 발견된 걸 보면, 인류와 함께한 오래된 술이라 할 만해요.
우리나라에도 있었어요
꿀술은 유럽과 중동만의 것은 아니었어요. 우리나라에서도 꿀을 발효시킨 술, '봉밀주(蜂蜜酒)'가 오래전부터 존재했어요. '동의보감'과 '임원십육지' 같은 고문헌에는 봉밀주의 제조법과 효능이 자세히 기록되어있어요. 꿀이 귀하던 시절이라 일반적인 술은 아니었지만, 왕실이나 양반가에서 보양용 술로 마셨다고 합니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그 명맥이 끊겼지만, 요즘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다시 꿀술을 찾아보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요.
생각보다 훨씬 다양해요
"꿀로 만든 술이라니까 엄청 달겠지?" 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막상 마셔보면 은은한 단맛 뒤에 쌉싸름한 여운이 따라오고, 목 넘김 뒤에 남는 향도 꽤 진지해요. 기본에 충실한 스타일부터, 과일·향신료·견과류까지 들어간 실험적인 스타일까지 꿀 하나로 이토록 다양한 미드가 나올 수 있다는 게 놀라울 정도예요.

이제, 직접 마셔볼 차례
이제 한 잔 마셔볼 시간이에요. 요즘엔 우리나라에도 미드를 직접 만드는 양조장들이 생기고 있다는 사실! 그중에서도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세 곳을 소개할게요.
🍾 부즈앤버즈 미더리 '시작'

'시작'은 야생화 꿀, 물, 효모만으로 만든 전통 미드입니다. 은은한 꿀 향에 청사과, 망고, 패션후르츠 같은 상큼한 과일 향이 어우러지고, 산뜻한 산미와 청량한 탄산 느낌이 특징이에요.
도수는 9%, 세미 드라이 스타일이라 식전주로 가볍게 마시기 좋습니다.
🐝 코아베스트 브루잉 '보쉐'

'보쉐'는 김포에서 생산된 천연 아카시아 꿀을 캐러멜화해서 만든 미드입니다. 깊고 진한 단맛에 샤인머스캣, 청포도, 견과류, 시트러스 향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요.
맑은 호박색에 도수는 11.5도고, 목 넘김은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느낌이 특징이에요.
🌸 메들리 양조장 '아카시아'

'아카시아'는 국산 아카시아꿀로 만든 전통 미드입니다. 하얀 꽃향기와 청포도, 배, 사과 같은 과일의 산뜻함, 은은한 꿀 단맛, 깔끔한 드라이함까지 부담 없이 즐기기 딱 좋아요.
도수는 7도로 오일 파스타 같은 안주와도 잘 어울립니다.
술이란, 마시는 방식도 중요하지만 알고 마시는 재미도 쏠쏠하죠.
다음 콘텐츠에서는 우리나라에서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이색 우리술들을 소개해드릴게요!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