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크통 소주가 뭐길래? 17만원?

오크통 소주가 뭐길래? 17만원?

작성자 술호랑

우리술이야기

오크통 소주가 뭐길래? 17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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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술자리에서 하이볼을 즐기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죠. 싱글몰트 위스키를 비롯해 위스키의 인기가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는데요.

그런데 혹시 '일품진로 오크''화요 XP' 같은 술을 본 적 있으신가요? 우리 술도 오크통을 만나 색다른 매력을 더했습니다. 익숙한 초록병 소주도 아니고, 그렇다고 위스키 같지도 않은 이 술들. 궁금하지만 막상 사 보기엔 고민되셨을 수도 있죠.

오늘은 바로 이 오크통 숙성 소주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어떤 술인지, 그리고 그 맛은 어떨지 함께 알아볼까요?


오크통 숙성 소주

오크통 숙성 소주전통적인 증류식 소주를 오크통에서 숙성해 만든 한국식 프리미엄 증류주로, 전통 소주의 깊은 맛을 살리면서도 위스키처럼 묵직하고 풍부한 풍미를 더했죠.

화요 X.premium ©화요

이 특별한 술은 2011년, 광주요그룹에서 '화요 XP'라는 이름으로 처음 선보였어요. 무려 5년 이상 숙성된 이 제품은 한 병에 17만 5천 원이라는 고급 위스키에 버금가는 가격으로 출시되어 화제가 되었죠. 이렇게 높은 가격의 비결은 오크통 숙성으로 인한 깊은 풍미, 긴 숙성 기간, 그리고 한정된 생산량에 있어요.

오크통 숙성 소주가 주목받는 이유

(왼) 가무치 NOT FOR SALE ©데일리샷 | (오) 마한오크 ©스마트브루어리

'화요 XP'뿐만 아니라, 최근 다양한 오크 숙성 소주들이 등장하면서 점점 인기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를 네 가지로 정리해봤어요.

첫째, 깊고 풍부한 맛
오크통 숙성을 거쳐 위스키처럼 묵직하고 깊은 풍미를 갖게 되죠. 일반 소주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색다른 맛이 매력 포인트예요.

둘째, 희소성
오크통 수입이 줄어들면서 생산량이 한정되어 있어요. 덕분에 마치 '한정판' 같은 느낌을 주고, "지금 아니면 못 구할 수도 있다"는 희소성이 구매 욕구를 자극하죠.

셋째, 다양한 제품군
대기업부터 소규모 양조장까지 개성 있는 오크 숙성 소주를 선보이고 있어요. '마한 오크', '가무치 NOT FOR SALE' 같은 제품들이 대표적이죠. 덕분에 브랜드별로 비교해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넷째, 전통과 현대의 조화
전통 소주의 깊은 맛을 지키면서도, 오크 숙성이란 새로운 방식을 더했어요.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새로운 시도를 즐기는 현대 소비자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 거죠.

오크통 숙성 소주 vs 위스키

오크통 숙성 소주는 오크통에서 숙성했다고 해서 위스키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명확히 위스키는 아닙니다. 두 술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살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어요.

위스키로 분류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맥아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맥아는 보리를 물에 담가 싹을 틔운 뒤 말린 것으로, 알코올 발효에 필요한 효소를 제공합니다. 반면 오크통 숙성 소주는 누룩을 사용하기 때문에 법적으로 위스키가 아닌 '일반 증류주'로 분류됩니다.

쉽게 말해, 오크통 숙성 소주는 한국 전통 증류주에 위스키 옷을 입힌 셈이에요. 우리나라 술의 맛은 살리되, 위스키처럼 깊은 풍미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참고로, 화요와 위스키를 블라인드 테스트한 흥미로운 영상이 있어 소개해 드립니다. 과연 사람들은 두 술의 차이를 알아맞힐 수 있었을까요? 결과가 꽤 흥미로우니, 한번 직접 확인해 보세요!

전통주의 딜레마

오크통 숙성 소주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일부 전통주 양조자들 사이에서는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릅니다. 이는 우리나라 주세법과 관련이 있어요.

주세법상 특정 지역의 원료로 그 지역에서 만든 술은 '지역특산주'로 인정받아 '전통주'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일부 오크통 숙성 소주가 이 범주에 포함되면서 논란이 생겼죠.

첫째, 전통의 정의에 대한 의문입니다. 우리 고유의 소주 만드는 방법에 서양의 오크통 숙성 기술을 더한 것이 과연 전통을 이어가는 것인지에 대한 논쟁이 있습니다. "과연 이게 우리의 전통일까?"라는 질문이 제기되고 있죠.

둘째, 상업성과 전통 보존 사이의 균형에 대한 고민입니다. 오크통 숙성으로 맛있고 인기 있는 술을 만들 수 있지만, 이것이 우리 전통 술 문화를 지키는 올바른 방법인지에 대한 의문이 있습니다.


이런 질문들은 우리에게 ‘전통’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 술 문화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만듭니다.

하지만 전통이란 반드시 한곳에 머물러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이어질 수도 있죠. 중요한 것은 전통의 본질을 지키면서도 현대인의 취향을 반영하는 균형을 찾는 것 아닐까요? 결국, 우리 술 문화의 미래는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데서 시작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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