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술 로컬 여행]여기 안 가보고 경주 다녀오셨다고요?

[우리술 로컬 여행]여기 안 가보고 경주 다녀오셨다고요?

작성자 술호랑

우리술이야기

[우리술 로컬 여행]여기 안 가보고 경주 다녀오셨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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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여행, 늘 비슷한 코스 다들 공감하시나요? 황남빵 사고, 첨성대 인증샷 찍고... 맛집을 찾아가도 다른 도시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메뉴들뿐이더라고요. '이번엔 색다른 걸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찾아간 곳, 바로 '경주식회사'라는 양조장이에요.

경주식: 놀라운 술과 음식

경주식회사 내부

이름을 풀어보면 재미있어요. '놀랄 경', '술 주', '밥 식' - 놀라운 술과 음식을 만들겠다는 뜻을 담았다고 해요. 이곳은 지역 특산물로 만드는 '크래프트 막걸리'가 유명한데요, 양조장만의 특별한 맛을 내고 있어요.

공간도 인상적이었어요. 어두운 돌벽 사이로 은은하게 빛나는 막걸리 서버들과 깔끔한 유리잔들이 눈에 들어왔는데, 전통 문양의 격자문과 바 테이블이 묘하게 어우러져 있더라고요.

막걸리 더 주세요 <깁 모어 막걸리>

깁 모어 막걸리 '희' - 신라봉과 체리 (왼쪽부터)

경주식 양조장은 '희로애락' 시리즈로 각기 다른 막걸리를 선보이고 있어요. 그중 기쁨을 담은 '희' 시리즈가 특히 인상적이었죠. "경주에서 체리가?" 하고 놀랐더니, "경주에서 한라봉도 나나요?" 하며 한 번 더 놀랐어요.

한 잔씩 맛보니 왜 이런 이름을 붙였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기쁨을 담은 체리와 신라봉 막걸리는 마실 때마다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맛이었거든요. 체리 막걸리에선 적당한 산미와 과일의 새콤달콤함이, 신라봉에선 상큼한 시트러스 향과 끝에 남는 씁쓸함이 매력적이었어요. 두 술 모두 스파클링 막걸리라 탄산의 청량감도 있어서 기분 좋게 마실 수 있었죠.

깁 모어 막걸리 '애' - 찰보리 막걸리

반면 슬플 ‘애’를 담은 찰보리 막걸리는 이름처럼 어딘가 쓸쓸한 매력이 있었어요. 고문헌 '산가요록'의 주방문을 재해석해 만들었다는데, 120일이라는 긴 발효 과정 동안 어떤 첨가물도 넣지 않고 보리 본연의 맛을 끌어냈다고 해요. 단맛은 거의 없지만 은은한 산미와 담백한 보리의 풍미가 차분하게 어우러져서, 혼자 천천히 음미하기 좋은 그런 술이었습니다.

버리는 것도 새로운 이야기가 되다

빈 병을 활용해서 만든 화분

이곳에서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건 버리는 것도 새로움으로 바꾸는 아이디어였어요. 술을 만들고 남은 술지게미는 은은한 향이 나는 비누가 되고, 다 마신 병은 작은 식물을 키우는 화분으로 사용하더라고요.

쌀 포대를 재활용해 만든 포장 봉투

술을 담아 가는 포장 봉투도 특별했어요. 버려진 쌀포대를 활용해 만든 건데요, 처음엔 투박해 보였지만 오히려 그게 더 멋스러워 보이는 거 있죠? 첫 모금부터 빈 병까지, 하나하나 고민한 흔적이 느껴졌어요.

늘 보던 경주 말고,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고 싶다면 이곳에 들러보세요. 술 한 잔에 담긴 경주의 새로운 이야기를 만나실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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