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술 이야기]1,000년 역사의 술, 그리고 사라짐.

[우리술 이야기]1,000년 역사의 술, 그리고 사라짐.

작성자 술호랑

우리술이야기

[우리술 이야기]1,000년 역사의 술, 그리고 사라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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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lho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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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서 맛있어 보이는 음식을 보고 '저걸 꼭 먹어봐야지'라고 생각한 적 있으신가요? 그런데 막상 가보려 했더니 그 음식점이 이미 문을 닫았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오늘 소개할 이야기는 그런 아쉬운 이야기입니다. 1,000년의 역사를 가진 술이 우리 손에 닿기도 전에 사라져 버린 이야기죠. 이제는 맛볼 수 없게 된 이 특별한 술, 연꽃 향이 난다는 신비로운 하향주의 이야기를 함께 살펴볼까요?


천년의 역사

©CROWDY

하향주는 천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술입니다. 하향주의 역사는 신라 성덕왕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오래되었고, 17종의 전통 문헌에 기록될 만큼 그 가치를 인정받아 1996년엔 대구광역시 무형유산 제11호로 지정되었습니다.

연꽃 없이 피어나는 연꽃 향

©픽사베이

하향주의 가장 큰 특징은 뭘까요? 바로 연꽃을 사용하지 않고도 연꽃 향이 난다는 점이에요. 찹쌀, 누룩, 대구 비슬산의 맑은 물만을 사용해 100일간 숙성하면 마치 연꽃 향이 피어난다고 하네요.

이 술은 대구 지역의 특산주로, 이 지역의 밀양 박씨 문중에서 대대로 이어져 왔어요. 주로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비법을 전수하는 방식으로 전해졌는데, 마지막 5대째에 이르러 박환희 명인이 그의 어머니로부터 하향주 제조법을 이어받아 명맥을 잇게 됐죠.

마지막 잔을 따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2022년 봄, 하향주의 생산이 전면 중단됐어요. 경영난이 주된 원인이었죠. 자금 부족, 규모 확장의 어려움, 체계적인 판매 전략 부재, 그리고 전문적인 경영 지식 부족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대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크라우드 펀딩을 시도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했답니다. 제조장과 생산시설은 매각됐고, 하향주는 더 이상 구매할 수 없는 술이 됐어요.

이로써 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던 하향주의 마지막 페이지를 쓰게 된 셈이죠. 마지막 하향주 양조자였던 박환희 씨는 대구시 무형유산 기능보유자 자격까지 반납하면서 하향주 제조의 막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상상 속의 술이 된 하향주

이제 하향주는 실제로 맛볼 수 없는, 오직 글로만 남은 술이 되어버렸습니다. 천년의 세월을 이어온 전통이 우리의 기억 속으로 사라진 것이죠.

이런 현실을 마주하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우리 주변에는 또 어떤 소중한 전통들이 조용히 사라져가고 있을까요? 그리고 우리는 그것들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어떤 모습으로 간직할 수 있을까요?

하향주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바로 이것인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문화와 전통, 그 속에 담긴 이야기들을 어떻게 기억하고 지켜나갈 것인가에 대해서 말이죠.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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