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6. 켄드릭 라마, 봉준호, IO 렛츠고
작성자 Koi
국제 바칼로레아 학생의 렌즈
ep 6. 켄드릭 라마, 봉준호, IO 렛츠고
Individual Oral의 시즌이 돌아왔다. 내가 가장 자신 있는 분야이기도 하고, 상대적으로 취약한 Paper 1을 보충해 줄 수 있는 중요한 기회라서 정말 열심히 준비했던 시험이다. 오늘은 이 구어 시험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IO는 학생의 GI (Global Issue)에 기반한 전체적인 작품의 이해도를 발표 형식으로 평가한다. 그동안 배운 작품 중 같은 세계적 이슈를 다루는 문학 작품과 비문학 작품을 하나씩 골라 분석하고, 그 내용을 10분 동안 선생님 앞에서 발표하면 된다. 10줄로 정리한 레퍼런스 자료를 지참할 수 있고 미리 준비할 수 있기 때문에 겉보기에는 그렇게 어려운 시험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마지막 5분 동안 진행되는 질의응답에서는 즉석에서 질문을 받고, 미처 준비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완벽히 대답해야 한다.
따라서, IO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는 뛰어난 분석력과 높은 이해도가 필수적이다. 단순히 "이런 것 같다" 수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테크닉을 왜 사용했는지 창작자의 의도를 명확히 분석하고 논리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디테일한 부분까지 깊이 파헤치게 되고, 작품을 여러 번 보고 분석하며 '씹고 뜯고 맛보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예를 들어, 켄드릭 라마의 good kid, maad city 앨범 수록곡은 나에게 큰 도전이었다. 처음에는 그의 노래를 왜 배우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비속어가 많고, 폭력적인 내용이 학교 수업에서 다뤄져도 되는지조차 의문이 들 정도였다. 외국 힙합 문외한이었던 나는 Backseat Freestyle을 몇 번이나 읽어도 도무지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려는지 알 수 없었다. 맥락과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 그의 삶과 관련된 영상과 인터뷰, 앨범 커버의 의미를 파고들었다. 그런 자료를 바탕으로 가사를 분석하기 시작했더니,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점차 보이기 시작했다. 하나의 작품을 이렇게까지 집요하게 탐구한 것은 처음이었다. 이 과정에서 작고 섬세한 디테일을 발견하며, 나의 작품 세계도 한층 넓어졌다.
특히 감사했던 점은, 나의 생각과 해석이 존중받았다는 것이다. 설령 내 의견이 다소 엉뚱하거나 말이 안 되는 것처럼 보여도, 선생님과 친구들은 그것을 그 자체로 인정해 주었다. 그 덕분에 나는 작품에 대해 자유롭게 나의 관점을 펼칠 수 있었다. 내 의견을 평가하기보다는 그것이 가진 당위성을 존중해 준 덕이었다.
내게 IO는 단순히 시험에 그치지 않는다. IO를 통해 영어 시험이라는 틀을 넘어, 나의 해석과 주관을 정립하고 생각을 표현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또한, 소통과 이해를 통해 세계적 이슈들을 다시 돌아볼 수 있었다. 최근 들어 나의 한계를 시험하는 일이 잦아졌다. 내가 가진 벽을 깨고 새로운 시도를 하며 나의 세상을 넓히는 일은 쉽지 않지만, 그 과정이 즐겁고 행복하다. 글과 언어에 대한 집요한 집착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올해는 특히 보람찼던 한 해였다.
p.s. 나는 이번 구어시험 때 소외된 사회에서 고정된 사회경제적 지위가 개인들에게 미치는 영향 (The impact of fixed socio-economic status on individuals in marginalised societies) 을 켄드릭 라마의 'The art of peer pressure'과 봉준호의 '기생충'을 통해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