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전공하려고요. 제정신이니?
작성자 초희
역사 전공하면 뭐 먹고 살아요?
역사 전공하려고요. 제정신이니?



고등학교 때부터였나, 중학교 때부터였나 가물가물해요.
의례적으로 물어보잖아요. 커서 뭐 될 거냐고요.
우물쭈물하는 친구들과는 달리 저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외치곤 했어요.
"역사 전공할 거예요!"
지금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생활기록부는 그 시절을 생생하게 보여 줘요.
장래희망란에는 반듯한 글씨로 "문화재청 직원"이라고 적혀 있죠.
Back in high school, whenever I said I wanted to major in history…
everyone reacted the same way.

당당히 포부를 밝혔건만, 돌아오는 반응은 한결같았어요.
놀람, 걱정, 그리고 어쩐지 연민 같은 것까지.
심지어 역사 과목 선생님까지 나서서 뜯어말렸죠.
"앞으로 뭐 먹고살려고 그래. 다시 한번 잘 생각해 봐."
Surprise. Worry. Even a little pity.

어떤 생각이었느냐고요? 잘 모르겠어요.
아무래도 아버지 영향이 컸던 것 같아요.
일생을 후회 범벅으로 살아온 아버지는 저에게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어요.
"너는 반드시 좋아하는 일을 하라."라고요.
어린 저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신념으로 삼았어요.
'좋아하는 일을 하지 않으면 아버지처럼 불행할 수밖에 없구나.'
이를 악 물고 결심했어요. '누가 뭐라 하든, 나는 내 길을 가야겠다.'라고요.
고등학교 때 공부 일정을 꼼꼼히 기록해 두던 다이어리 앞에는 '우리나라 역사를 바로 세우자.'라고 큰 글씨로 적어 놓았죠. 역사학과가 아니면 대학을 가지 않겠다고, 다시금 다짐했죠.
But I didn’t choose history to make money.
I chose it because I wanted to do what I love.

바람대로 꿈은 이루어졌어요.
역사학과에 입학했고, 석사 과정까지 야무지게 공부했어요.
긴 시간 공들여 쓴 연구 논문을 유명한 학술지에 등재하기도 했죠.
그러곤 다른 석사 졸업생들보다 손쉽게 취업도 했어요. 박물관 큐레이터로요.
이 정도면, 충분한 성공이라고 생각했어요.
역시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길 잘했다며 스스로를 치켜세웠죠.
And that’s how I became…
a museum curator in Korea.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마음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꺼져 갔어요.
가장 큰 이유는 놀랍게도 '돈' 때문이었죠.
첫 월급 통장에 찍힌 세 자리 숫자가 마음을 크게 흔들었어요.
'돈은 상관없어. 좋아하는 일을 할 수만 있다면 그걸로 다 된 거야'라고 스스로를 위안했던 지난날들이 천천히 무너져 내렸어요.
그래요. 사회의 현실은 생각보다 더 엄혹했어요.
I thought I was doing fine—
but my first paycheck? Total reality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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