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전공하려고요. 제정신이니?

역사 전공하려고요. 제정신이니?

작성자 초희

역사 전공하면 뭐 먹고 살아요?

역사 전공하려고요. 제정신이니?

초희
초희
@shooin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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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부터였나, 중학교 때부터였나 가물가물해요. 

의례적으로 물어보잖아요. 커서 뭐 될 거냐고요. 

우물쭈물하는 친구들과는 달리 저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외치곤 했어요. 

"역사 전공할 거예요!"

지금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생활기록부는 그 시절을 생생하게 보여 줘요. 

장래희망란에는 반듯한 글씨로 "문화재청 직원"이라고 적혀 있죠. 

Back in high school, whenever I said I wanted to major in history…
everyone reacted the same way.

당당히 포부를 밝혔건만, 돌아오는 반응은 한결같았어요. 

놀람, 걱정, 그리고 어쩐지 연민 같은 것까지. 

심지어 역사 과목 선생님까지 나서서 뜯어말렸죠. 

"앞으로 뭐 먹고살려고 그래. 다시 한번 잘 생각해 봐."

Surprise. Worry. Even a little pity.

어떤 생각이었느냐고요? 잘 모르겠어요. 

아무래도 아버지 영향이 컸던 것 같아요. 

일생을 후회 범벅으로 살아온 아버지는 저에게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어요. 

"너는 반드시 좋아하는 일을 하라."라고요. 

어린 저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신념으로 삼았어요. 

'좋아하는 일을 하지 않으면 아버지처럼 불행할 수밖에 없구나.'

이를 악 물고 결심했어요. '누가 뭐라 하든, 나는 내 길을 가야겠다.'라고요.

고등학교 때 공부 일정을 꼼꼼히 기록해 두던 다이어리 앞에는 '우리나라 역사를 바로 세우자.'라고 큰 글씨로 적어 놓았죠. 역사학과가 아니면 대학을 가지 않겠다고, 다시금 다짐했죠. 

But I didn’t choose history to make money.
I chose it because I wanted to do what I love.

바람대로 꿈은 이루어졌어요. 

역사학과에 입학했고, 석사 과정까지 야무지게 공부했어요. 

긴 시간 공들여 쓴 연구 논문을 유명한 학술지에 등재하기도 했죠. 

그러곤 다른 석사 졸업생들보다 손쉽게 취업도 했어요. 박물관 큐레이터로요. 

이 정도면, 충분한 성공이라고 생각했어요. 

역시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길 잘했다며 스스로를 치켜세웠죠. 

And that’s how I became…
a museum curator in Korea.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마음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꺼져 갔어요. 

가장 큰 이유는 놀랍게도 '돈' 때문이었죠. 

첫 월급 통장에 찍힌 세 자리 숫자가 마음을 크게 흔들었어요. 

'돈은 상관없어. 좋아하는 일을 할 수만 있다면 그걸로 다 된 거야'라고 스스로를 위안했던 지난날들이 천천히 무너져 내렸어요. 

그래요. 사회의 현실은 생각보다 더 엄혹했어요. 

I thought I was doing fine—
but my first paycheck? Total reality check.


브런치북으로 새롭게 연재 시작한 시리즈입니다. 뉴닉에도 동시에 올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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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일은 '일요일'입니다. :) 

유튜브에도 간결한 버전으로 쇼츠를 올리고 있어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The story doesn’t end here—stay tuned!


🔮오늘의 행운 메시지 도착!